조합원 생계부담 못 이겨 급격한 분열, 향후 전망도 불투명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15일의 고비’를 못 견디고, 파업 16일을 넘어서면서 총 파업의 갈림길에서 복귀 수순을 밟게됐다. 9일(금요일) 최종 파업 지속 여부에 대한 조합원 투표결과, 조합원 과반수(61.48%)의 파업 철회 찬성으로 총파업은 최종 철회됐다. 이에 따라 향후 국내 물류시장의 노동 투쟁력은 크게 하락하게 될 것으로 보이며, 자칫 화물연대 조직 존속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반면 파업 여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투표는 부산지역부터 투표없이 해산하면서 일찍부터 정부의 완승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일관되고 강한 ‘조건 없는 복귀’ 행보에 따라 화물연대의 요구항목이던 안전운임제 영구화 및 품목 확대 등의 목표은 일찍 표류됐고, 자칫 용두사미 결과를 맞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커졌었다.

일각에선 화물연대 총파업 15일의 고비를 넘지 못하고, 화물 차주들의 파업대오 빠르게 이탈함에 따라 향후 육상운송물류시장이 다시 20년 전으로 회귀될 수도 있으며, 화물연대 자체가 사분오열의 내홍을 겪을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예상되고 있다. 물류산업의 대표 주자인 육상운송물류시장의 향후 행보는 어떤 형태로 전개될까?

생계 위협 따라 총파업 동력 빠르게 상실, ‘파업 기간’ 승패 갈라

올해 들어 두 번이나 파업에 나선 화물연대는 정부와 여당의 일관된 ‘조건 없는 선 복귀’로 압박 당했고, 정부가 육상화물운송시장의 가장 큰 화두인 안전운임제의 존폐와 화물종사자 자격 회수까지 거론하자 흔들릴 것 같지 않았던 화물연대의 총파업 대오는 빠르게 진퇴양난에 빠져들었다. 이렇게 정부가 강공의 정공법을 꺼내 들자, 여론은 정부 편으로 돌아섰고 화물연대는 시간이 갈수록 기존 투쟁 전략을 고집, 강경 단일 대오를 공고하게 유지하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 

이처럼 ‘정부 VS 화물연대’의 대결국면에서 정부의 완승 배경은 윤석열 정부의 일관된 강공 대응기조 때문이지만, 화물연대의 유연성 있는 전략과 전술 부재도 한몫을 더했다는 평이다. 정부의 파업 대응전략은 이미 이명박 정부시절 방식과 유사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시절 파업 철회후 빠르게 와해됐던 화물연대의 조직도 악영향에서 예외일 수 없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일선 화물 차주들의 경우 통상 보름 정도의 시간이 경과되면 생계에 직접적인 압박을 받게 됨을 지도부가 간과한 점도 이번 파업에 또 다른 실패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일선 조합원들이 피부로 느끼는 생계 압박감은 ‘물리적 파업기간 15일’을 지나자 가중, 이번 대결 국면을 정부의 완승으로 귀결시켰다. 한편 파업이후 대외 여건도 화물연대의 총 파업에 힘을 실어주지 못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 발 금리 인상으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우려는 국내 경제상황을 최악으로 몰고 갔고, 고집스럽고 융통성 없는 민주노총의 강공위주 파업 전략은 화물연대가 갖춘 충분한 파업명분에도 불구, 여론조차 외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대내외 파업 환경 어느 하나도 이번 파업에 영향을 효과적으로 미치지 못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강공법은 유효한 효과를 발휘하게 했다는 평가다.   

결과적으로 애초 예상대로 화물연대의 첫 파업행보는 한치의 오차없이 15일을 넘기자마자 총 파업의 대오를 급격히 균열시켰다. 특히 화물연대의 세밀한 전략부재로 인한 무성과 후 복귀선언은 향후 자칫 아무런 성과물 없이 최후의 보루였던 안전운임제 3년 연장 요구까지 잃게 될 위기와 더불어 조직 존폐까지 고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화물연대 이봉주 위원장은 “조합원 피해를 최소화하고 강경탄압으로 일관하는 정부의 태도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조합원들의 파업 여부 투표란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지만, 일부 조합원들의 투표 거부로 지도부의 예상을 빗나가면서 조합원들의 몫으로 남기는 수순은 사라지게 됐다.

 

육상물류시장 당분간 냉각, 운임 하락과 차주 간 경쟁 불가피 

화물연대 총파업의 요구사항인 안전운임제 영구화와 제도 품목 적용대상 확대는 정부의 ‘선 복귀 후 대화’ 조건 덕분에 미궁으로 빠져들게 됐다. 물론 민주당이 정부·여당에게 이번 파업의 핵심쟁점인 안전운임제의 일몰시한 3년 연장안과 적용 품목 확대 여부를 여야 동수로 합의 기구를 통해 논의하자고 제안했지만, 현 정부 행보로 볼때 언제든 바꿀 수 있어 미래 역시 담보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향후 육상운송 물류시장 주도권은 정부와 여당의 몫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이며, 지속적으로 안전운임제 폐지 및 수정을 요구했던 재계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화물연대 소속 한 화물 차주는 “아무런 성과 없이 파업이 마무리되면서 45만 명의 화물 차주들은 또 다시 매번 운송 운임을 구걸하는 거지로 전락하게 됐다”며 “코앞의 생계를 위해 투쟁 대오를 이탈한 일부 차주들로 인해 상당기간 전체 차주들의 고통으로 몰고가게 될 것”이라고 자조했다. 이처럼 화물연대는 정부와 여당만큼도 못한 전략 부재와 투쟁 열기를 보름을 채 이어가지 못해 완패하게 됐다.   

문제는 이번 파업이 마무리되면 정부와 여당이 또 다시 말 바꾸기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수명이 다할 위기인 안전운임제의 일몰시한을 3년 연장해 일단 논의 시간을 벌고, 이후 입장을 좁히지 못하는 품목을 추후 논의하자고 중재안을 내놓고 있지만 이 역시 아무도 담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조합원들 간 피말리는 경쟁 불가피, 운송운임하락도 예정 수순 밟을 듯

정부가 ‘선 복귀 후 대화’조건을 걸고, “복귀를 위한 어떤 전제조건도 있을 수 없다”고 일관되게 이야기 한 만큼 ‘3년 연장과 현 운송 품목 유지’ 입장을 언제든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이미 화물운송시장의 협의 주도권을 정부와 여당이 쥔 만큼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복귀 후 안전운임제 운용 방안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 결과를 담보할 수도 없게 됐다. 특히 국토교통부 김수상 교통물류실장이 “화물연대가 일단 복귀해야 안전운임제 제도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한 만큼 처음부터 제도의 재논의가 재개될 경우 제도 자체를 원점으로 되 돌릴 수 있다. 

그럼 일선 육상운송물류시장은 어떻게 될까? 지금까지 3년간 시행된 안전운임제는 화물연대뿐 아니라 비조합원과 운송회사, 화주를 포함한 물류산업 전반의 중심을 잡게 했다. 하지만 화물연대의 복귀와 더불어 안전운임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결과로 제도 자체를 폐지할 경우 운임하락은 불가피해질 뿐 아니라 치열한 물량 쟁탈 경쟁도 불가피질 전망이다.

화물연대 조합원 김 모씨는 “우려했던 결과가 현실로 나타나게 됐다”며 “매번 물량을 잡기 위해 동료들과 치열한 경쟁이 현실화되고, 서로 경쟁하다보면 운임 하락은 뻔해지면서 노조 활동을 처음 시작한 시절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특히 화물연대 가입 조합원의 급격한 이탈도 불가피해 질 것으로 보이며, 노동운동의 동력도 급락해 화물연대를 위시해 연관 노동조합들의 대 정부 투쟁력도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화물연대 지도부의 고민도 커지게 됐다. 비조합원들만 먼저 복귀했다고 해도 화물연대 총 파업의 파괴력은 크게 떨어진 만큼 정부·여당과의 교섭력은 더더욱 힘을 잃게 될 전망이다. 결국 이번 파업으로 물류시장 뿐 아니라 여타 노동조합들의 투쟁력은 각각의 이익에 따라 이기적인 투쟁으로 전락하게 됐으며, 전반적인 노동운동 시장의 동력도 힘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윤석열 정부와 재계의 시장 주도권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이며, 보수층 지지세력 결집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여 장시간 화물연대 지도부에 대한 비난은 장기화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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