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파업 대안 ‘그때그때 땜빵 식’ 반복, 근원적 개선책 절실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표방하고, 첫 번째 운송거부에 나선 시점은 20여 년 전인 2003년 5월. 당시 파업 명분과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내용은 20여년을 돌아서 점검해 보니 판박이처럼 똑 같다.

첫 번째 이유는 경유가격 인상, 그리고 다단계 알선에 따른 운임하락, 지입제도 따른 화물 차주들의 노예화 등이 주요 이슈였다. 첫 파업 원인은 운전자들 즉 화물연대 노조원들에게 지급되는 비용이 너무 낮아서 다. 파업 종결 결과도 유사하다. 첫 파업을 개시하고 15일 정도의 시점이 지나니 산업계 전반에서 우려하던 문제가 현실화되면서 여론을 악화시킨다. 그리고 파업은 정부의 당근책 혹은 화물연대 스스로가 여론의 지지를 못 얻어 마무리하는 형국을 연출하곤 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지난 20여 년 간 연례 행사처럼 치룬 화물연대 파업에도 불구, 대화의 창구는 열려 있었다는 점이다. 

정부의 파업 해결방안에 대부분은 경유가격에 정부 보조금을 추가해 화물 차주들의 비용을 지원하거나, 운송 물류비를 일정부분 인상하는 선에서 마무리하곤 했다. 특징은 정부의 해법이 거의 대부분 단기적 땜빵 형태란 점이다. 20여년이 지났지만 육상운송 물류시장의 갈등은 반복적으로 똑 같은 이슈를 쳇바퀴 돌리듯 재현했다. 지난 20여 년 간 같은 형태를 답습해 온 화물연대의 총파업 처음과 중간, 그리고 그 마지막은 어떤 결과로 끝맺었는지를 살펴보면 해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첫 파업 후폭풍 철강재, 후속 제조 산업까지 악영향 미쳐
 
물류시장에서 육상화물 운송 물류시장을 한 마디로 표현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복마전(伏魔殿)’이다. 이 단어의 백과사전 의미는 괴기하다. ‘마귀가 숨어 있는 전각’이라는 뜻으로, ‘나쁜 일이나 음모가 끊임없이 행해지고 있는 악의 근거지’를 일컫는다. 사전의 뜻만 보면 섬뜩하게 등골을 서늘하게 한다. 끊이지 않고 나쁜 일 혹은 음모가 발생하고, 수많은 이해 당사자들의 얽히고 뒤틀어진 시장을 의미하는 셈이다. 특히 화물연대의 총파업 개시와 더불어 교섭과정과 결과의 경우 거의 유사한 형국을 연출하기도 했다.

2003년 화물연대 총파업은 노무현 정부시절인 5월1일 포항지역에서 첫 출정식을 갖는다. 이렇게 시작된 운송거부 여파로 가장 먼저 영향 받은 업종은 철강재 운송시장이었다. 포스코를 비롯한 INI스틸, 동국제강 등 주요 철강업체의 제품 및 원자재 수송이 전면 중단, 후속 산업군인 자동차 제조시장과 가전 생산기업들에게까지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미쳤다. 20여년이 지난 현재 가장 먼저 문제가 제기된 건설시장의 시멘트 공급과 유류시장에 기름 공급 중단처럼 당시엔 철강재 운송 중단을 시작으로 해 후속 관련 제조시장이 가장 먼저 파업 후폭풍을 맞았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파업 후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민간 집단에 의해 사회질서가 마비되는 것은 결국 국가와 안전사회에 대한 위협”이라며 물리력을 동원한 불법 집단행동에 대한 단호한 대처를 거듭 강조했다. 현 윤석열 정부의 대처 행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03년 총파업을 처음 맞은 노무현 정부는 2003년 12월22일 당시 열린 우리당과 한나라당의 합의에 따라 지금의 정부가 강공으로 밀어붙이는 ‘업무개시명령’을 국회에서 통과시킨다. 이는 그해 5월과 8월의 두 차례 총 파업에 화물자동차 운송사업법 개정안을 정부가 주도한 덕분이었다. 그럼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파업 5일이 지나면서 화물연대는 포스코 등 철강업체들과의 협의를 통해 △ 다단계알선 근절 노력 △ 노조탄압 중단△ 운송업체들과의 협상 적극적 역할 등을 약속받고, 운송봉쇄를 우선 해제한 뒤 운송업체들과의 교섭을 진행하기로 했다.

다시 정리해 보자. 첫 화물연대 파업은 운송물류비 인상 즉 현재 진행 중인 화물연대의 안전운임제와 유사하게 운임인상을 요구하며 8일째 파업을 이어갔고, 포항지부 관계자들과 운송업체와의 협상은 3일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전격 협상을 타결, 봉합수순을 밟았다. 당시도 정부가 화물연대 간 제대로 된 대화채널을 열지 않는데서 촉발됐다. 2022년 현 정부 행보와 유사하게 노무현 정부 때도 출구전략 없이 대화를 끊으면서 사태를 악화시켰다. 이후 5월2일부터 7일 까지 6일간의 포스코 제 3문을 봉쇄하는 극한투쟁 끝에 파업종료 해결의 실마리는 풀렸다.

한편 당시 화물연대 첫 번째 총파업은 국내 산업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이 커지자 여론을 의식, ‘후 협상’을 전제로 정상화됐다. 하지만 포스코 철강제품 11만 여 톤 출하 중단과 포항철강공단 입주업체들의 원료반입 중지가 일부 업체들의 생산 감축 등으로 이어지면서 손실액만 1천 억원에 이르는 피해를 가져오기도 했다. 또 전국적으로 철강제품을 소재로 한 2, 3차 가공 제조업체들의 연쇄 피해도 상당했다. 그 마나 운송사들과 화물연대 대표들이 3일 동안 13차례나 정회를 거듭하는 마라톤협상에 나서면서 총파업의 쟁점 사항이던 운송료 인상을 마무리 해 파업은 마무리됐다. 

이처럼 처음 겪은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야기된 물류대란은 당시에도 정부당국과 운송사들이 영세한 차주들과 운전자들의 건의나 요구사항을 1년 가까이 외면해 발생했다. 특히 물류대란이 현실화되자 뒤늦게 협상과 대책 회의를 갖는 등 안일하게 대응한 노무현 정부의 늑장 대처는 큰 비난을 받았다. 

 

화물연대 총파업 단순 파업대책 아닌, 근본적 대안 찾아야

이처럼 육상운송물류시장은 단순히 낮은 운임만의 문제가 아니다. 말그대로 정치, 경제, 사회가 모두 맞물려 전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복마전처럼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화물연대의 구호처럼 “물류를 멈춰, 세상을 멈추자‘란 문장이 주는 의미는 포괄적이다. 

물론 총파업의 핵심은 ‘금전적 보상과 제도개선’에 있다. 이 두 가지 핵심 요구사항을 해결한 것이 문재인정부 들어 3년 일몰제로 시행한 안전운임제 다. 지난 20여간 화물연대의 지속적인 요구와 파업에 따라 이미 고속도로 통행료 인하, 과적단속 완화 등 차량운행의 제도개선은 이뤄졌으며, 화물차주 즉 화물연대 운전자들의 수익을 높일 수 있는 비용개선 방안까지 안전운임제에 모두 담겨있어서 다. 

한편 화물연대 파업에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일까? 2003년 당시 화물연대 정원석 정책부장은 “첫 파업 이후 물류 비용부분에 일정부분 이익이 있었다”고 평했다. 정 부장은 “파업에 따라 육상 물류시장의 분위기 반전을 이뤘으며, 통행료 부문에서 대형차들의 혜택도 가져왔고 운송료 인상 역시 일정정도 소기에 성과를 얻었다”고 회고 했다. 이와 함께 화물연대는 그 동안 화물차 운전 근로자들과 정부간 일체 없던 소통 채널을 만든 것도 총 파업으로 얻은 성과였다.

반면 한때 3만 여명에 달했던 화물연대 노조원들은 한때 정부의 회유와 강공책으로 노조를 탈퇴,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와 함께 파업에 따른 국내 산업시장에 피해는 너무도 컸다. 건설시장이 파업으로 공사 중단의 피해를 속출시켰고, 전자제품, 자동차 무역 등 물류비중이 높은 관련 업계도 피해도 현재 진행 중인 파업처럼 후폭풍을 맞았다.
 
화물연대 파업의 최종 목표는 일관되게 일선 육상운송물류시장의 노동환경 개선이다. 적절한 비용을 지불해야 자신들도 안전하고 공익적 도로의 안전도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는 논리다. 문제는 이점에서 정부도 뾰족한 해결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한때 노조원의 분신뿐 아니라 극한의 대립으로 유가보조금으로 지급된 돈까지 압류되는 등으로 촉발된 화물연대 총 파업은 자본주의 경제시장에서 좀처럼 해결하기 어려운 논란의 이슈인 셈이다. 한 가지 명심할 부분이 있다. 지금처럼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처럼 화물연대와 정부의 ‘강 대 강’ 대립구조는 가뜩이나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국내 산업시장을 더욱 피폐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현 화물연대 파업의 해결방안에 반면교사로 삼을 사례가 있다. 최근 서울 여객운송시장의 주인공인 택시업계 다. 심야할증이 확대되면서 숨통이 트인 택시 여객운송시장은 야간 할증 운임인상으로 10여 년 만에 택시잡기가 수월해져 고객들의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고질적인 택시 승차 난 해소에 심야할증이 확대되면서 고질적인 문제를 일거에 해결한 셈이다. 비용을 인상하는 것 하나만으로도 안전과 고객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 하겠다.

물론 여기엔 전제조건이 있다. 정확한 데이터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은 유명무실해진 화물운송실적제의 경우 운송거리와 적재물, 그리고 운임 등을 신고하도록 되어 있는 만큼 이 같은 제도 실행을 보다 강화할 경우 노사정 모두가 운송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합리적 운임산정도 가능하다. 이제 대화의 채널을 열고 열린 논의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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