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물량이 곧 수입…‘폭염 속에서도 쉬지 않고 일할 수 밖에 없어’

“무더위로 인해 물을 많이 마셔라, 휴식을 권하는 알람이 오고 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현실적으로 지키기 쉽지 않네요”

무더위가 한창인 8월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다양한 배송 현장에서 만난 기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모두가 온열질환 등을 비롯해 폭염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한 안전 가이드 등을 알고 있지만 실천에 옮기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하루 2회차 배송 위해 쉬지 못했던 ‘마트 배송’
8월 7일. 한낮 최고기온은 36도에 육박했다. A마트 배송기사로 일하고 있는 B씨를 만난 건 김포에 위치한 한 물류센터.

A마트에서 1일 2회차 배송하는 B씨의 하루는 정오쯤 시작된다. 출근과 동시에 전기 트럭에 급속충전기를 연결하고 배송 동선을 짠다는 B씨.

A마트 배송기사 B씨가  배송 물품을 들고 뛰어가고 있다. (사진=물류신문)
A마트 배송기사 B씨가  배송 물품을 들고 뛰어가고 있다. (사진=물류신문)

“이번 회차에 배정된 배송물량은 17건으로 많은 편에 속한다. 늦어도 2시에는 물류센터를 나서야 해서 지금이 마지막 휴식 시간이 될 것 같다. 보통은 에어컨이 나오는 휴게실에서 동선을 짜지만 며칠 전부터 전기차 충전이 잘되지 않아 차에서 충전 상황을 살피면서 동선을 짜고 있다”

충전과 동선 설정을 마친 B씨는 담당 배송 품목이 상차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물류센터 천장에 대형 팬이 작동하고 있지만 배송 물품을 확인한 뒤 포장 및 상차 작업을 시작하자마자 입고 있던 상의가 젖기 시작했다. 주변 배송기사들 역시 연신 목에 두른 수건으로 흐르는 땀을 닦고 얼음물을 마셨다. 

상하차를 마친 B씨는 잠깐의 흡연 후 얼음물을 섭취하고 곧바로 배송지로 향했다. B씨는 “배송기사에게 운전하는 시간은 휴식 시간이나 마찬가지”라며 “안전하게 운전하면서 적절히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후 2시 35분. 첫 배송이 시작됐다. B씨는 스마트폰 속 주소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배송 물품을 챙겨 배송을 시작했다. 차 속에서의 30분으로 잠시 식었던 땀이 배송을 시작하자마자 다시 비 오듯 흘러내렸다. 

“땀이 많이 흐르고 힘들다고 해서 물을 많이 마시면 안 돼요. 내가 땀 흘린 만큼만 물을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대부분의 주문이 주거밀집지역에 몰려 있어 주차, 개방형 화장실 부족 등으로 화장실에 가는 것이 쉽지 않아요”

어느덧 시간은 오후 4시를 가리켰지만 배송지 온도는 35도. 체감온도는 38도에 이르렀고 폭염 경보가 발효됐다. 하지만 B씨에게는 휴식을 취할 여유가 없었다. B씨는 “빨리 배송을 마치고 다시 물류센터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는 것이 최고다. 마지막 회차(야간)를 조금이나마 여유롭게 하려면 빨리 배송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후 4시 27분. 배송을 마친 B씨는 물류센터가 위치한 김포로 이동했다. 오후 5시쯤 도착한 B씨는 마지막 회차 배송 동선을 짜며 휴식을 취한 후 또다시 포장 및 상차 작업을 하고 다시 배송에 나섰다. 

“일반적으로 저녁 식사는 배송을 다 마친 후 집에 들어가서 합니다. 중간에 배고픈 날도 있지만 일을 빨리 끝내고 집에 가서 휴식을 취하고 밥을 먹는 것이 최고의 복지입니다”

배달라이더, "헬멧 중요성 알지만, 숨이 턱턱 막혀" 
8월 8일.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서 3년째 배달을 하고 있다는 C씨.

“배달 수요가 많고 점심시간이 빠른 곳은 11시 30분부터 이기 때문에 10시 30분부터 배달량이 조금씩 늘어난다.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그나마 오전은 배달하기 좋은 환경이다”

C씨는 11시부터 밀려오는 배달을 시작했다. C씨는 “무더위에 일하는 현장 근로자들 모두가 힘들겠지만 배달원들은 오토바이 헬멧 때문에 더 힘들다. 안전모의 경우 옆이 뚫려 있지만 헬멧은 얼굴 전체를 감싸기 때문에 열 배출이 힘들어 가끔 숨이 턱턱 막힌다”고 말했다. 

C씨의 휴식 시간은 음식점에서 대기하는 시간이다. 그는 “가끔 배달 음식이 조금 늦게 나오거나 일찍 도착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가 휴식 시간이다. 너무 더운 날에는 음식이 조금 늦게 나오길 바랄 때도 있다”고 농담을 건넸다. 

오후 3시 43분 기준 서울시 금천구 독산동의 온도는 37도, 체감온도는 40도를 가리키고 있다. (사진=물류신문) 
오후 3시 43분 기준 서울시 금천구 독산동의 온도는 37도, 체감온도는 40도를 가리키고 있다. (사진=물류신문) 

C씨는 점심 배달 시작 이후 잠시도 쉬지 않고 3시 40분까지 연이어 배달했다. 당시 독산동 온도는 37도. 체감온도는 40도를 가리켰다. C씨는 “배달 수요가 일정한 것이 아니라 특정 시간대에 몰리기 때문에 바짝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수요가 줄어드는 시간이라 자주 간다는 휴식 공간으로 향했다. 그가 간 곳은 한 무인카페.

무인카페 앞에는 이미 다른 배송기사들의 오토바이가 주차돼 있었다. 그는 “이곳은 주차하기도 좋고 무인카페라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게 다른 기사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배달 라이더들이 오토바이를 무인카페 앞에 주차한 모습 (사진=물류신문)
배달 라이더들이 오토바이를 무인카페 앞에 주차한 모습 (사진=물류신문)

C씨는 약 1시간의 휴식 후 다시 배달 수요가 높아지는 저녁에 맞춰 다시 배달을 시작했다. 그는 오늘은 유난히 더워 오후 8시까지만 배달하고 집에 들어갈 계획이다. 
 
‘까대기’ 안 하지만 폭염과 고객 응대에 지쳐가는 ‘택배기사’
8월 9일. 서울 강동구에서 5년째 택배기사를 하는 D씨.

D씨를 만난 건 오전 11시 30분. 그는 서울 복합물류단지에서 약 2시간가량 상차 작업 후 배송구역에 도착했다. 팔토시는 고사하고 민소매 차림의 D씨는 “오늘은 어제보다 시원한 편이다. 숨이 막힐 정도는 아니니 그나마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시원한 편이라고 했지만 이미 바깥 기온은 31.1도였다. 

오늘 D씨의 배송물량은 반품 20개가량을 포함해 약 260개. D씨는 차량 짐칸에서 10여 개의 크고 작은 택배를 꺼내 손수레에 옮겨 쌓아 올린 뒤 배송을 시작했다.

택배기사 D씨의 택배 짐칸 모습 (사진=물류신문)
택배기사 D씨의 택배 짐칸 모습 (사진=물류신문)

배송지 간 간격은 보통 차로 1분 내외. 손수레를 꺼내 펼치고 택배를 쌓아 올린 뒤 다시 손수레를 접어서 짐칸에 싣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오후 2시쯤 되었을 무렵 D씨는 늦은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근처 김밥집에 들어갔다. D씨는 “매일 이 거리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그래서 배송물량에 따라 점심시간이 들쭉날쭉하다”고 말했다. 그는 점심을 간단히 먹고 남은 배송물량 160개를 처리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D씨는 “몇 년 전부터 분류작업자들이 투입돼 소위 말하는 ‘까대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분류작업자들이 없었다면 택배기사들은 더욱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배송이 한창이던 4시쯤 잠시 배송을 멈추고 긴 통화를 이어갔다. 일주일 전에 배송한 물품이 사라졌다는 고객의 전화였다. D씨는 “이런 경우 참 난처하다”며 배송을 마치고 CCTV 등을 확인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D씨의 휴대폰은 “내 택배가 어디쯤 있냐”, “1시간만 일찍 와주면 안 되냐” 등 고객의 다양한 요구로 쉴 새 없이 울렸다. 

오후 6시. 마지막 배송 구간에 도착했다. D씨는 남은 배송 물품을 손수레에 싣고 더 빠른 걸음으로 배송을 마무리했다. 이마와 목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그는 “기후위기로 매년 더워져 올해가 가장 시원할 수 있다는 뉴스를 봤다. 택배기사, 라이더 등 물류 현장 종사자는 물론 무더위 속에서 일하는 수많은 종사자의 건강과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정부, 기업을 비롯해 모든 사회 구성원이 더욱 노력했으면 한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발걸음을 집으로 향했다.

8월 9일, 택배기사 D씨의 하루 총 걸음 수 (사진제공=택배기사 D씨)
8월 9일, 택배기사 D씨의 하루 총 걸음 수 (사진제공=택배기사 D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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