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디지털·고령화 불구, 옛 ‘아날로그 규제’ 혁신 발목 잡아

하루가 다르게 디지털 기술이 진화하고, 고령화에 따른 인력부족에도 불구, 여전히 옛 아날로그 식 규제가 일본의 생활물류 서비스 발목을 잡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이미 스마트폰 앱을 통해 물류서비스가 필요한 상품과 고객의 매칭서비스가 보편화됐지만, 낡은 규제에 묶여 개인들이 일반 승용차로 화물을 유상운송 할 수 없다. 여객운송에서 자가용 유상운송이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고령화에 구인난까지 더해지면서 향후 물류시장의 규제초점은 디지털 기술발전을 적극 수용하는 동시에 영업용 차량과 일반승용차로 서비스를 구분하지 말고 차량 ‘안전관리’에 규제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런 주장의 배경은 빠르게 고령화되는 한일 양국의 인력구조 변화에도 기인한다.

한일 양국의 생활물류시장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아날로그 방식의 규제가 어떻게 물류현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걸까.

 

초 고령화 겪는 일본, 일반 승용차 이용 유상 화물운송 못해 

전 세계 고령화에 따른 인력수급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일본의 경우 인구 구조마저 초 고령화됐지만 여전히 ‘레거시(유산) 시스템’으로 일본의 황금기를 이룩한 단카이 세대(1947~1949년 출생)때 시스템을 탈피하지 못해 신기술 전환과 수용을 막고 있다. 당장 일본인들은 아직도 팩스를, 전자결재 대신 수기문서에 도장사용 등의 고루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도 조만간 맞을 초 고령화시대에 따라 물류현장 인력 수급이 임계점을 맞고 있는 만큼 인력 부족 상황은 양국의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한편 일본 택배시장의 경우 수요 급증으로 배송기사 부족이 심해져도 철폐되지 않는 규제가 존재한다. 바로 개인이 자신의 자가용을 화물 운송에 사실상 사용할 수 없도록 금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디지털 확산을 예상하지 못한 ‘아날로그 규제’는 서비스 혁신을 저해하면서 정부가 재검토에 돌입한 가운데 일본 경제단체들은 라스트마일 배송 등 근거리 물류업종에 대한 규제개혁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 대표적 규제가 라스트 마일에서의 ‘화객혼재’ 방안이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일부 규제를 철폐했다. 대표적 예로 먹거리와 음료 등 음식 배달에 한해 택시를 활용할 수 있는 ‘화객혼재’ 서비스를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반면 우리 국토교통부인 일본의 국토교통성은 승객을 이동시키는 ‘여객업’과 화물을 실어 나르는 ‘수송업’ 겸업을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화객혼재 서비스는 연장 논의가 없으면 조만간 자동 종료된다. 문제는 택배 수요급증으로 배송기사 부족이 심화돼도 철폐되지 않는 규제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개인 승용차를 화물 운송에 사실상 사용할 수 없도록 금지한 것이 대표적 규제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관련 규제 재검토 작업에 착수했으나 주무 부처인 국교성의 경우 택시업계의 강력 반발을 우려, 소극적으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일본 IT단체연맹(이하 IT연맹)과 경제동우회는 개인이 보유한 승용차를 화물운송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을 요구, 일본 정부는 2020년 11월 규제개혁추진회의에서 논의에 착수했다.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일본 경제단체는 코로나에 따른 이커머스와 음식 배달 수요가 늘어났을 뿐 아니라 온라인 배송전용 ‘다크스토어(dark store)’와 오프라인 점포에서 일용품을 단시간에 배송하는 퀵커머스가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는 등 라스트마일 배송과정에서 처리해야 할 물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물류운송 분야는 여객과 달리 차량을 활용하는 공유서비스가 일부 제약은 있지만 성장하고 있다. 예로 배달기사·음식점·점포 등 고객들을 매칭하는 ‘배송 플랫폼’ 서비스가 활발하지만 물류부분에서의 공유 서비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차량은 자전거·오토바이·경트럭을 포함한 경차로 한정하고 있다.

일본 국교성 조사에 따르면 운송업자가 관리하는 화물 차량은 2019년 말 146만 대. 이에 따라 경제동우회는 규제 해제로 약 41만 대 정도가 라스트마일 배송에 추가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다 IT연맹과 경제동우회는 특히 근거리 물류에 자가용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매칭 플랫폼 사업을 신고제로 하며, 안전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운전자 노무관리와 점검 상황을 파악해 과중한 근로나 규정 위반을 막을 수 있도록 플랫폼 사업자의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퀵 커머스 음식 배달 사업을 확대 중인 데마에칸(出前館)은 ‘자전거 등 진입이 어려운 적설지대(積雪地帶)에 승용차를 투입하면 안전하게 배송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물류매칭 ‘픽고(PickGo)’ 서비스 업체 CB 클라우드도 운전자 확보 전제 아래 자가용 유상운송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물류 분야의 일반승용차 활용에 대해 재검토 방향과 과제 등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일본의 경우 경차가 아닌 승용차 등을 사용할 수 있는 운송사업자는 법인으로 한정되어 있다. 국내의 경우도 유사한 상황이다. 따라서 일본 국교성 <화물자동차운송사업법>은 화물을 운반하는 차량의 종류에 따라 필요한 허가나 신고를 규정, 화물에 사용할 수 있는 차량을 국내와 유사하게 아래 3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첫째, 배기량 660cc 이상 승용차나 트럭을 화물 운송에 사용하려면 국교성 장관 허가가 필요하며 그 대상은 법인으로 제한. 둘째, 경트럭·경차와 배기량 125cc를 넘는 오토바이는 사업용 신고로 개인이 화물 운송사업자로 등록 가능하며, 광역자치 단체에 관련 서류를 제출해 사업용 번호판을 취득해야 한다. 셋째, <화물자동차 운송사업법>에 자전거·원동기장치·배기량 125cc 이하 오토바이는 규제가 없어 이들 차량은 흰색 번호판을 부착한 채 화물을 옮길 수 있으며 주로 음식 배달에 사용가능 하다. 

 본 사진은 기사과 연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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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일반승용차 이용 배송 절실, 탄력적 규제완화 나서야

 국내 생활물류시장도 일본과 유사한 상황을 맞고 있다. 일부 유통 물류기업의 경우 ‘플렉스’란 명목으로 일반 자가용을 이용해 라스트 마일 배송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일반 자가용 승용차를 이용해 배송하는 상황에 대해 불법 유상운송 명목으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지 않고 있다. 특히 국내의 경우 택시업계 역시 일본처럼 강한 반발도 없어 암묵적인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이 같은 상황이 연출 될 경우 일반 용달화물운송시장의 반발은 불가피해 질 전망이다.
여기다 택배현장 및 생활물류 라스트마일 배송 시장에서의 일반 승용차 및 자가용 화물차들의 불법 유상운송은 합법적인 유상운송 허가를 받고 서비스하는 사업자들에겐 불공정한 사례일 수 있어 향후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낡은 아날로그 규제에 따라 일본 물류업계는 “일반 승용차를 화물운송에 투입하는 특례조치가 실행된 바 있고 무엇보다 디지털 확산 등 물류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며 “정부에 아날로그 규제를 시급히 철폐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배송량이 급증한 2019년, 온라인 유통업계 요청으로 연말연시와 휴가철 등 성수기에 한해 운송사업자가 국교성에 신고해 자가용 승용차를 이용할 수 있는 특례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국내의 경우 일본처럼 특례조치를 시행하지는 않았지만, 추석 특수기나 구정 택배물량이 집중될 경우 암묵적으로 택시 혹은 일반 승용차등을 이용해 유상운송에 나서왔다. 따라서 향후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업종별로 이해가 첨예한 만큼 쉽게 규제를 완화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일본의 경우 2021년엔 특례 인정기간을 연장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일본 IT연맹과 경제동우회는 이 제도를 일반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객운송시장인 택시업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다. 대중교통 통폐합이 진행되는 지방 교통 공백지역에 한해 승용차로 여객 운송서비스를 제공하는 ‘승용차 유상여객 운송제도’가 440여 기초자치단체에서 시행되고 있다. 따라서 화물운송 규제 초점도 물류환경 변화를 감안해 디지털화되는 시장을 적극 수용, 경차와 승용차 구분이 아닌 차량 ‘안전관리’에 맞춰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시장 역시 1톤 화물운송시장의 경우 이미 택배사업자들에 한해 영업용 유상운송이 가능한 ‘배’번호를 부여, 공급을 늘린 만큼 향후 유통물류시장 변화에 따른 탄력적 일반 차량 사용허가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생활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중소형화물 운송시장의 경우 영업용 번호와 일반 자가용 번호의 구분에 큰 의미가 없어진 만큼 지금의 규제를 탄력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일 양국 모두 빠른 고령화를 맞고 있고, 하루가 다르게 진화되고 있는 디지털화에 따른 탄력적 규제완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양국 정부 중 누가 먼저 지금의 고루한 아날로그 식 규제를 적극적으로 탈피할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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