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주와 근로자 간극 좁혀지지 않으면 물류 발 산업대란 불가피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국내 산업시장의 대동맥 역할을 담당하는 육상물류 시장에 빨간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문제는 화주단체와 노동자단체 간 협상에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이 날 선 입장 공방으로 상대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양측을 설득해야 할 정부 관계자도 사태 해결보단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책임을 국회로 돌리며, 명분 쌓기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물류현장에선 ‘정부 관계자가 새 정부 눈치만 보면서 국민 불편은 안중에도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화물연대가 육상운송 물류시장의 가장 큰 화두인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앞세운 전면 총파업을 경고하고 나서자, 이들에게 운임을 지불해야 하는 화주단체와 기업단체들 역시 정부의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성명을 밝히는 등 대결 국면이 연출되고 있다. 정부 역시 화물연대와 1차 교섭에 나서는 등 사태 확산을 우려하며 적극적인 중재노력에 나서고는 있지만, 양측의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어 물류산업 발 산업계의 공포지수는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경제상황은 우크라이나 발 공급망 혼란에 이어 물류산업 발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무역협회 · 경총 등 안전운임 폐지와 정부 강경대응 요구
지난달 말 국내 화주업계를 대표하는 한국무역협회는 오는 7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한 화물연대에 ‘일방적인 파업 결정을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무역협회 화주협의회는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달 30일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성과평가 토론회’에서 나온 제도의 긍정적 결과에도 불구하고 “최근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비 인상 등으로 수출 기업들이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일방적 파업보다는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생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무역협회와 화주 단체들은 "지난 3년간 시행된 안전운임제를 폐지하고, 그동안 물류 운송운임 결정 과정에서 나타난 각종 문제를 개선한 새로운 제도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주장의 배경으로 무역협회는 “안전운임제로 육상운송 물류운임이 30∼40%가량 인상돼 국내 수출입 기업의 경우 높은 물류비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며 “다양한 부대 할증료 부과로 수출입 현장의 혼란까지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화주단체들은 한국교통정책학회 조사를 인용, “화주들의 83%가 현 안전운임 수준이 높다고 느끼고 있으며, 과도한 운임 인상률과 운임 변동 불확실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한국경영자총연합회(이하 경총) 역시 화물연대 총파업을 앞두고 밝힌 입장문에서 “경제가 어려운데 화물연대가 경제와 물류서비스를 볼모로 명분 없는 집단행동에 돌입하려는데 대해 정부의 엄정한 대처를 주문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 때 3년 일몰제로 시행된 안전운임에 대해 운송 물류비를 지불하는 화주단체들과 기업들이 강경한 제도 폐지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물류시장의 대결국면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정부, 중재노력에도 일부에선 ‘해결 의지 있나’ 의구심까지 
정부 역시 6월 2일(목) 총파업을 선언한 화물연대본부와 1차 교섭에 나섰다. 이날 교섭에는 국토교통부 물류정책관, 물류산업과장 등이 참석했으며, 화물연대 본부 및 지역본부 임원으로 구성된 교섭단도 자리했다. 하지만 이날 교섭은 아무런 성과 없이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사항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이날 교섭에 참석한 화물연대 관계자는 “교섭에 나온 정부 관계자들이 일몰제 폐지 및 제도 확대에 대한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며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말만 거듭할 뿐 더 이상 언급은 없었으며, 교섭에 나선 정부 관계자들의 파업 해결 의지도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전했다. 

총파업을 선언한 화물연대와 화주단체들의 입장이 판이한 상황에서 정부 관계자들 역시 중재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오는 6월 7일 총파업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익명의 대기업 물류 자회사 관계자는 “기름값이 폭등했지만, 대기업을 포함한 대다수 수출입 제조사 화주기업들의 경우 인상된 유가 인상분을 물류비에 반영시켜 운송 운임을 올린 곳은 거의 없다”며 “우리도 대기업 제조사 물류 자회사이지만, 제조사들의 행태는 상대방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있는 만큼 이번 총파업을 심정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교통정책경제학회는 “안전운임제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제도”라며 “화주에게 일방적인 부담을 주고, 운송 원가 산정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어 지속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준봉 화주협의회 사무국장은 “일방적 파업이 아닌 정부와 화주, 화물연대 등의 이해관계자들이 합리적 대안을 만들 수 있길 기대한다”며 “정부도 유가 급등으로 인한 차주의 부담을 완화할 대책을 마련해 파업이 철회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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