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연동 정부보조 절실, 택배업계 운임 인상도 제 목소리 못내 

물류 운송비용의 60%를 차지하는 경유가격이 최근 1리터 당 2,000원에 육박하면서 물류업계의 정부 지원책도 절실한 실정이다. 하지만 현실은 일선 운송현장과 택배산업계 모두 제대로 된 유가 인상분을 운임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새로 들어선 윤석열 정부 역시 뾰족하고 섬세한 지원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관련업계의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물류업계의 경우 비난을 넘어 분노까지 토해 내고 있다. 이는 새 정부가 코로나19 이후 중소 자영업자를 비롯해 그 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영세 사업자들을 위해 최대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결정한 반면 고유가와 인력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물류업계의 부담을 줄이는 정책방안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에선 “이렇게 나 몰라라 식의 물류산업계 홀대가 지속될 경우 일선 화물차주들을 비롯해, 택배업계 등 물류산업 전반의 반발도 커질 수 있으며 제 2의 물류대란 재발도 장담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6개월 가까이 고유가가 장기화되면서 물류산업 전반에 어떤 상황들이 연출되고 있는지 점검해 보고, 대안도 찾아봤다. 

◆장기계약과 최저입찰에 따른 ‘유가 인상분’ 당장 운임에 반영 못해 

물류운송의 필수재인 경유가격이 장기간 2천원에 육박하고, 좀처럼 하락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대다수 물류현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6개월 가까이 경유가격의 고공행진이 이어지자 좀처럼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 않았던 국내 육상화물 운수사업자들의 모임인 전국화물연합회(이하, 화련)가 급기야 자신들의 입장과 대정부 건의사항을 밝혔다.

화련은 “사업용 화물자동차의 경우 대부분 경유를 사용하는 차량들로 휘발유나 LPG등 경유 외 유류에 대한 선택권이 없다”며 “월 지출 비용의 60%가 유류비용인데, 고공행진 하는 유가 인상에 차량 운영상황은 시간이 갈수록 매우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지만, 대다수 화주들의 경우 운송 최저입찰제를 채택, 운임을 결정하고 있어 20% 이상 오른 유가인상분을 운임에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택배업계도 육상운송 현장 국면과 유사하다. 본지 취재 결과 국내 20여개 택배기업들에게 유가 인상에 따른 택배가격 조정 현황을 물었는데, CJ대한통운을 비롯해 한진과 롯데택배등 국내 빅3 택배기업들의 경우 한곳도 “당장 택배가격에 최근 유가 인상분을 반영해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답했다.

반면 경동과 대신택배등 중량물 이형화물 택배기업들의 경우 “본사에서 별도의 가격 인상 가이드를 고지하진 않고 있지만, 유류비 인상이 예상치를 웃돌고 있어 일부 고정 화주고객들을 비롯해 취급이 어렵고, 무게가 나가는 중량 이형화물의 경우 일선 영업소에서 자체적으로 10% 내외에서 운임을 인상해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유류비 인상분을 적극적으로 소비자 택배가격엔 반영하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도 불구, 곧바로 물류운송 가격을 인상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개별고객이 아닌 고정적인 화주들과 운송운임 계약기간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개별 고객들의 경우 유가 인상분을 일부 반영해 운송운임을 청구하기도 하지만, 대다수 운송계약의 경우 짧게는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이뤄지는 만큼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운송계약을 한 경우 당장 인상된 유가 인상분을 운송원가에 반영할 수 없어 일선 차주들과 택배영업소 대표들이 온전히 감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정부가 유류세율 인하에 나섰지만, 이와 연동되는 유가보조금도 같이 인하, 경유가 인상에 지원조치 실효성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또한 유가연동보조금 제도(1,850원/ℓ, 인상 시 인상분의 50% 보조)도 지원 효과가 없을 만큼 유가 인상폭이 커 물류현장의 고통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택배업계 한 관계자는 “라스트마일 배송 인력난으로 인건비 인상과 더불어 유가인상까지 전체 서비스 원가가 크게 증가했음에도 당장 택배가격에 이를 반영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갈수록 일선 영업소 운영이 힘겨워 지면, 결국 소비자들의 불편도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트레이너 운송 화물차주 임광혁 씨도 “노동 강도는 좀처럼 개선 여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운송 원가는 인상되고, 물류업종의 선호도도 역시 점차 하락하고 있다”며 “종국엔 해외의 물류공급망 대란에 따른 가격 인상이 조만간 국내 시장에도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대 추경에도 불구, 고유가로 몸살 앓는 물류산업 관련 배려 전혀 없어 

물류업계 전반에서 새 정부에게 분통을 터트리는 배경은 지난 12일 윤석열 정부가 36조4000억원 규모의 추경 결정 과정에서 고유가가 몸살을 앓고 있는 물류현장의 배려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역대 최대 규모의 추경을 조성하면서 당장 물류현장이 직면하고 있는 고유가 해소 대책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는 고공행진 유가 상승분에 대한 정책적 대안이 전무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증거다. 지난 4월 국내 육상운송업계의 핵심 노동단체인 화물연대가 유가 인상에 따른 운송거부를 고려하자, 문재인 정부는 곧바로 유가보조금을 비롯해 유가 연동 보조금지급에 나선 것과 비교되는 항목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경우 육상운송업계를 포함해 전체 물류산업에 대한 이해도 역시 크게 떨어져 현 상황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물류업계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한편 물류현장에선 유류세 추가 인하 등으론 현 고유가 상황을 개선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당장 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을 20%에서 30%로 올려 경우 리터당 58~83원을 낮췄다는 주장이지만 유류세와 연동된 유가보조금 역시 비례해 줄면서 정작 유류세 인하 효과는 거의 없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여기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급하는 유가연동 보조금 역시 효과가 미미하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이에 따라 화련은 국토부에 휘발유, 경유의 상대가격을 감안해 현 휘발유 가격(리터당 1935원)의 85%(1551원)를 기준으로 이를 초과하는 금액의 절반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미 오른 3월 유가를 반영해 기준 가격을 1850원으로 정하고, 3월 이전 급등한 가격에 대한 추가 지원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국토부는 화련의 요구대로 유가인상에 따른 지원 규모를 확대하려면 기획재정부와 협의가 필요함을 근거로 추가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물류현장 곳곳 ‘시한폭탄’, 고유가 부담 해소 못하면 산업시장 언제든 마비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물류업계의 인내심도 한계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물류업계 일각에서는 3년 한시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안전운임제의 영구 제도화와 더불어 안전운임제 적용 차종을 전체 운송차량으로 확대하자는 목소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 안전운임제 적용 업종인 컨테이너, 시멘트 화주들은 원가 상승분을 3개월 마다 운임에 반영받는 반면 나머지 운송화물의 경우 운송사와 화물차주가 직접 부담하고 있어 업계 전반이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여전히 다단계 구조를 안고 있는 물류산업의 운송 거래구조에서 고유가의 직격탄을 일선 화물차주들이 가장 먼저 몸으로 겪고 있다.

따라서 일선 화물차주들이 증가한 유가비용을 보전 받지 못하면 운행을 꺼리게 되고, 이는 해외에서 겪고 있는 공급망 훼손으로 이어지게 되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할 실정이다. 특히 대다수 화주들이 최저입찰제를 통해 운송물량을 수주하는 운수회사들의 경우 당장 유가 상승분을 운송운임에 반영하기 어려워 물류 차질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편 일선 물류현장에선 당장의 유가 상승분의 수익 감소를 감수하고 있지만, 임계점을 맞고 있다. 결국 현재의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 될 경우 운송포기 차주들이 늘어나고, 공급이 줄면 최종적으로 물류비용이 늘어나는 악순환과 더불어 물류대란도 불가피해 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물류업계 일각에선 적어도 대통령 비서관 조직에 물류담당 비서관을 별도 신설하거나, 물류산업청 혹은 물류산업 전반을 총괄하는 정책실 설립을 요구하고 있다. 물류산업이 택배서비스를 비롯해 생활물류서비스를 통해 이미 공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국민생활에 밀접한 연관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지난 2008년 국무총리실 차원에서 대책을 내 놓은 것처럼 총괄부서 신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물류산업 현장의 민심 역시 악화되고 있는 만큼 새 정부의 물류관련 정책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2004년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는 화물연대의 구호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새 정부의 고유가 대책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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