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만 피해 눈덩이,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
‘노조 VS 정부 VS 택배기업’ 합의점 못 찾아, 근본적 대안 찾아야
  

생활물류시장의 대표 업종인 택배산업에서 노사정 사회적 합의 논의가 최종 결렬, 서비스 파행이 이어지자 이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업계가 택배파업에 대한 대책논의에 들어가 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제는 현 택배파행에 대한 책임을 어느 누구도지지 않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택배노조가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과로사 유발 분류작업의 재 정의와 더불어 일부에선 일선 배송근로자들의 노동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과로를 사전에 방지하는 별도의 범정부적 헬스케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전국택배노동조합(위원장 진경호, 이하 택배노조)은 “최종 사회적 합의 논의가 결렬됐다”며 “조합원의 단결된 총파업 총력투쟁으로 사회적 합의와 단체협약을 완수하자”고 투쟁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 택배과련 부서와 택배기업들은 6월10일(목) 오전 한국통합물류협회에서 이번 택배노조의 파업에 대한 대안 마련 논의를 시작, 오늘 중으로 이번 사태에 대한 최종 대응 방안을 도출한다는 방침이다. 

 

노조 ‘사회적 합의 내용 1년 유예, 과로사 방치’, 묵과 못해
 
이번 사태의 직접 원인은 정부와 더불어 택배기업들이 올해 초 분류작업에 대체인력 투입 등 노조가 주장하는 일선 배송근로자들의 과로사를 일으키는 방지 방안 시행에 합의한 내용을 1년 유예하자는 주장 때문이다.

이에 대해 택배노조는 “일선 택배 배송근로자들 근로환경 중 가장 노동 강도가 큰 분류작업에 대한 대체 인력을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보완해 달라고 했음에도 정부를 비롯해 택배기업들의 노력이 전무하다”며 “그 동안 저 단가 택배영업으로 물량 확보에 치중해 왔고, 이에 따른 노동환경 악화에 따른 대안을 마련하자고 합의한 내용에 대해 지금 와서 이를 1년 유예하자는 것은 택배노동자들 대부분이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의 위험에 그대로 방치하겠다는 의미”고 지적했다. 

특히 택배노조는 “대기업 택배회사들과 우정사업본부는 장시간 공짜노동 분류작업에 택배노동자를 내몰아 수십 년 동안 막대한 이익을 얻어왔다”며 “여전히 분류작업이 택배노동자들의 장시간 공짜노동이 근본 원인임에도 이를 해소하는 노력을 또 다시 유예하자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택배노조는 “현재 택배기업 측에서 주장하는 ‘사회적 합의 내용 1년 유예’는 결코 인정할 수 없으며 분류작업환경을 즉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올해 초 ‘1차 사회적 합의’에서 나온 분류비용 역시 소급해 이를 대체 담당해 온 일선 배송 근로자들에게 적용해 지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분류작업’이 과로사? 근거 없어, 수 천억 투자 노력 인정해야

이에 대해 택배사업자들은 “노조가 주장하는 분류작업이 일선 근로자들의 과로사에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명확한 근거가 없고, 노조 주장대로 대체 분류인력을 투입하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다”라며 “당장 분류작업을 수행하는 인력 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무조건 파업을 빌미로 서비스를 파행으로 모는 것은 소비자들을 볼모로 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극단의 노동 전술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처럼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10일 정부와 택배기업들의 대책 안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부 택배기업들은 “택배노조가 ‘9시 출근 11시 배송’을 시작으로 파업을 빌미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면서 그 동안 수 천억원의 시설투자와 시스템을 구축하며 노력한 택배기업들만 악덕 기업으로 전락했다”며 “이번 기회에 노조가 주장하는 과로사에 대한 명확한 원인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내 스타트업 기업 마그루스 김영민 대표는 "현재 일선 배송근로자들이 주장하는 과로사에 대해 범정부적인 별도의 헬스케어 프로그램을 통해 명확한 데이터를 구축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하루 12시간 이상의 노동상황을 실시간 파악해 데이터화 하고, 이렇게 수집한 근로활동 데이터를 통해 이들의 건강상황을 면밀히 검토할 수 있는 헬스 프로그램을 구축했다"며 "기본적으로는 일선 근로자들의 과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향후 택배근로자들의 노동 활동을 DATA화 하는 시스템을 통해 지금의 노동 환경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택배업계 관계자도 “배송근로자들의 경우 과도한 노동에 나서는 배경은 자신들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근로시간을 줄이고 하루 8시간 노동에 나설 경우 당장 택배노조가 반대에 나설 거면서 모든 책임을 택배기업 측으로 돌리는 것에 대한 새로운 논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택배 파업이 본격화되면서 이커머스 시장을 통해 주문한 택배상품만 기다리는 소비자들은 이번 사태에 넋만 놓고 있을 뿐 누굴 원망해야 할지 난망한 상황을 맞고 있다. 강서구 주부 오 모씨는 “통상 온라인을 통해 주문 한 상품의 경우 다음날이면 배송을 받을 수 있는데, 지난 월요일 주문한 상품이 3일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도착하지 않는다”며 “딸 아이를 통해 주문한 상품을 추적해 봤더니 이천 허브센터에 있다는 것만 확인되고, 언제 배송될지는 모르는 상황”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중소 이커머스 업체들도 소비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일부 국내 중소 온라인유통 기업들은 택배서비스 파행에 따른 배송차질을 팝업창으로 공지하는가 하면, 제주 초당 옥수수생산 농가들의 경우 택배 파업에 따른 적기 배송이 어려워 발만 동동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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