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파업 버금가는 후폭풍, 택배기업들 입지 더욱 좁아질 듯

 

전국택배노동조합(위원장 진경호, 이하 택배노조)이 ‘분류작업은 택배노동자 업무가 아니다’를  표방하고, 택배근로자들의 근무 패턴을 바꿀 것이라고 밝히면서 생활물류현장의 후폭풍이 불가피해 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서비스 패턴이 바뀔 6월 7일(월)부터 온라인 유통시장을 포함한 생활물류서비스 현장의 대 혼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택배노조는 “올해 초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택배 노사간 최종합의를 앞두고 택배기업들의 몽니에 따른 최종 합의가 불투명한 상황에 처했다”며 “오는 7일부터 일선 택배근로자들의 출근과 배송 출발을 2시간 늦추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택배노조의 ‘오전 9시 출근, 오전 11시 배송’이 실행될 경우 택배서비스를 이용하는 온라인 유통기업들과 소비자들 모두 택배파업에 버금가는 시장 혼란이 예상 된다. 특히 ‘오전 9시 출근, 오전 11시 배송’은 기존 서비스 패턴에서 단순히 2시간 정도 늦어지는 것 이상의 택배서비스 파행을 야기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른 생활물류시장의 대 혼란을 가져올 전망이다. 택배노조의 이번 선언의 의미와 후폭풍, 그리고 향후 택배시장에서 전개될 노사 간 대결국면을 점검해 봤다. 

영리한 택배노조 VS 엉성한 택배사 대응으로 소비자 불만 커져

통상의 택배서비스는 오전 7시 전 택배 메인 허브터미널을 출발해 도심 서브터미널에 택배화물을 운송하는 간선차량이 도착하는 시점에 배송기사들이 출근, 적게는 2 ~ 3시간, 많게는 3 ~ 4시간의 택배화물 분류작업을 거쳐 최종 배송할 상품을 자신들의 차량에 배송 역순으로 적재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적재된 택배상품은 하루 적게는 250개에서 많게는 300여 개에 달한다. 아침 일찍 택배 분류작업과 배송을 위해 적재업무를 마치면 오전 9시에서 10시 정도에 배송을 시작한다. 

국내 택배시장 1위 기업인 CJ대한통운의 경우 배송구역이 좁고 배송상품의 밀도가 높아 빠른 배송을 할 수 있지만, 나머지 택배기업들은 배송 관할지가 넓고 배송 밀도도 낮아 최종 배송에 시간이 더 소요된다. 이처럼 택배기업 별로 배송 컨디션이 다르지만, 택배노조가 밝힌 대로 오는 6월 7일부터 근무시간을 2시간 늦게 시작하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당장 첫 배송이 늦어지면 하루 300여개의 택배상품을 수령하는 소비자들은 그 만큼 늦은 택배상품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택배서비스 전 과정에 체증(JAM)이 걸리는 셈이다. 이렇게 2시간의 늦은 출근과 배송이 나타나면 하루하루 배송이 늦어지고 당장 하루 이틀은 견딜 수 있지만 당일 배송하지 못하는 물량은 다음날로 배송을 미뤄진다. 노조가 밝힌 2시간 지연배송이 장기화되면 대한민국 택배의 장점인 익일 서비스는 차질을 빚게 되면서 상품을 판매하는 이커머스 기업은 물론 소비자들까지 전체 배송 서비스 과정에 차질이 빚어지게 되는 셈이다. 

아마도 택배노조의 2시간 늦은 서비스 개시 전략은 당장 고객과 정부의 파업의 비난을 피하면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택배기업들에겐 서비스 파행이 불가피해지는 결과를 노리고 편 전술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번 택배노조의 이번 전술이 시장에 먹힐 경우 정부를 포함해 택배기업과 택배노조가 참여한 택배 사회적합의기구에서 택배노조의 일관된 주장은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이며, 반면 택배기업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는 결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택배노조의 2시간 늦은 출근과 배송에 표방 배경은 노사간 합의 불일치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를 포함해 택배산업계 노사는 2차 사회적 합의를 통해 택배기업들의 분류 작업을 비롯한 과로사 방지 조치를 요구했지만, 노조의 요구대로 최종 합의에 나서지 않으면서 이에 대한 불만의 표시한 셈이다. 노조는 “택배기업들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과로사 대책 시행의 유예기간을 또다시 1년 연장하자는 등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모든 책임을 택배기업 측으로 돌렸다.

이렇게 택배노조는 자신들의 요구를 일관되게 주장하고, 대 국민 홍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반면 택배기업 측의 대응은 각각의 택배기업 내부에 따라 의견을 하나로 모으지도 못할 뿐 아니라 제대로 된 대응 전략 마련도 매번 노조와 비교해 한발 늦은 상황이다. 여기다 택배기업들은 택배분류작업 인력을 빌미로 1차 사회적 합의에 따라 CJ대한통운이 4월 택배 요금 250원을 인상했고, 나머지 택배기업들도 유사한 수준의 요금을 인상해 수익률을 높였다. 

 

택배요금 인상분 노동환경 개선 안 하고 수익 택배사가 독식 ? 

문제는 이렇게 인상한 요금이 기업 이윤으로만 돌아가고 과로의 노동환경 개선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노조는 “1∼2월 대비 5월 택배요금이 150원가량 인상됐으나 일선 배송근로자들의 수수료 인상은 8원 증가에 그쳤다”며 “요금 인상 이득 대부분이 택배기업의 초과 이윤으로 돌아갔다”고 주장한다.
 
말 그대로 택배 1개당 요금이 150원 인상되면 전체 택배산업에서의 매출은 매월 500억원의 추가 수익이 발생한다. 따라서 기존 수익대비 증가한 수익 배분에 대한 논란은 택배기업들에 입지를 더욱 좁힐 것으로 보인다. 

한편 택배노조는 이달 2∼3일 전국 택배노동자 1,18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4.7%(1,500명)가 여전히 분류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으며, 별도 인력이 투입되지 않아 택배기사가 전적으로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경우도 30.2%(304명)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과로 미뤄 볼 때 택배기업들은 택배요금 인상으로 얻은 추가 이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노조가 일관되게 요구하는 별도의 택배 분류 작업인력 투입 없이 수익만 챙기고 있다는 비난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처지가 됐다. 

당장 노조는 오는 6월 7일부터 6,500여명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9시 출근, 11시 배송 출발’을 진행할 방침이다. 김태완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택배근로자들의 9시 출근, 11시 배송 출발은 서비스 개시 시간을 2시간 가량 늦춰 노동시간을 단축하면서 개별로 분류된 상품만 인계받아 배송하는 것”이라며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택배현장에서 실행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결국 현재의 택배산업의 노사간 주도권 싸움은 개별 택배기업들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고 지금처럼 대응할 경우 일관되고, 집요한 전술을 펴는 택배노조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전개될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택배노조의 ‘오전 9시 출근, 오전 11시 배송’ 전략으로 나타날 택배시장의 후폭풍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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