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인수, 국제정세 불안 등 주요 이슈로 떠올라

사방신 중 현무(玄武)는 뱀과 거북이의 형상이 한 쌍으로 이뤄져 있으며 암수가 한 몸으로 음양의 조화를 이룬다는 태극 사상도 담고 있는 신수이다. 죽음을 알리는 북쪽의 수호신으로 겨울과 흑색을 상징하는 존재이다.

2024년 해운물류 시장은 현무의 등에 탄 상황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2023년말에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분쟁과 HMM인수전까지 그림자들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무는 죽음을 알리는 북쪽의 수호신이지만 인도의 우주상징도에는 재생과 불멸, 영원과 시간 등을 상징하기도 한다.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현무를 탄 2024년 해운물류가 죽음을 알리는 북쪽의 수호신의 영향을 받을지 재생과 불멸을 의미하는 존재가 될지, 2024년 주요 키워드를 정리했다.

HMM 벤쿠버호
HMM 벤쿠버호

‘HMM’의 주인은 누구?
길고 길었던 HMM 인수전의 끝이 드디어 보이기 시작했다. HMM의 채권단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12월 18일 HMM 경영권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하림그룹이 HMM을 인수해 안정적으로 운영을 이어간다면 단숨에 국내 해운업계 대표주자로 올라서게 될 전망이다. 이미 국내 1위 벌크선사인 팬오션을 보유하고 있는 하림그룹은 세계 8위 규모의 컨테이너선사 HMM을 더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 국적선사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계 대표기업으로서의 입지뿐 아니라 하림그룹 자체의 규모도 이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업그레이드된다. HMM의 인수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경우, 하림그룹은 한진, 카카오, CJ 등 국내 주요 그룹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주요 대기업군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번 인수에 대해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해운업계 한편에서는 이번 인수가 하림그룹에게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예상도 한다. 가장 큰 장벽은 HMM 인수가 최종 완료되는 본계약까지 무난히 진행할 수 있느냐는 부분이다. HMM은 국내 대표 국적선사로 올해 초 기준 재계 순위 19위에 자리한 대기업이다. 현재 기준으로 이보다 낮은 순위에 있는 하림그룹이 HMM을 인수하는 데에는 자금적인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가 하림에게는 엄청난 성장의 기회가 될 것임에는 자명하다”면서도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 과정에서 무리를 할 경우 하림그룹 전체의 재무 상황에 악영향을 끼칠 위험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인수라는 결과를 만든 이후에도 국내 해운업계를 리드할 수 있는 역량을 충분히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른 관계자는 “HMM은 한진해운 파산 이후 대한민국 국적선사로서 세계 컨테이너업계 Top 10에 들 만큼 역할을 해왔던 기업”이라며 “팬오션 인수 후 국내 대표 벌크해운사로 성장시킨 노하우를 HMM 운영에도 발휘해야 하는 것이 인수 후 하림의 숙제가 될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오데사 항
우크라이나 오데사 항

불안한 국제정세, ‘해운 공급망 타격 지속’될 듯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이어진 이스라엘-하마스 분쟁까지. 2023년 연말까지 이어진 불안한 국제정세는 새해에도 해운물류와 공급망에 타격을 입힐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22년 초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빠르게 마무리될 것이라던 대부분의 전망을 비웃 듯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전쟁을 일으킨 책임이 있는 러시아에 대한 국제적인 경제 제재가 이어짐에 따라 러시아발 해운물동량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해운물류 공급망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에 위치한 대표적인 글로벌 항만이자 곡물 수출항인 오데사 항만이 전쟁으로 인해 타격을 입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지역을 아우르는 지역의 해운물류 공급망의 혼란은 큰 이변이 없는 2024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분쟁은 흔들리는 글로벌 해운 물류 공급망에 한 번 더 타격을 주고 있다. 원인은 하마스를 지원하는 예멘 반군이 홍해 인근 해운항로를 지나는 민간 상선을 공격하면서다. 민간 상선에 대한 공격이 시작되자 주요 글로벌 해운사들은 잇따라 홍해를 통하는 운송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물동량을 기준으로 전 세계 TOP 10 순위에 포함된 주요 선사 대부분이 홍해 운송 중단을 선언했다. 문제는 홍해 해운운송로의 핵심에 수에즈 운하가 있다는 점이다. 수에즈 운하는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대표적인 항로로 전 세계 해운 물동량의 약 12%에서 15% 정도가 이 곳을 통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홍해 운송 대란이 장기화될 경우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해운 물류 공급망은 그야말로 마비상태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우려다. 한 해운업계 전문가는 “해운선사 입장에서 본다면 단기적으로는 운송대란으로 인해 해상운임이 상승할 여지가 있어 나쁘다고만 보이지 않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원활한 원자재의 수급을 막을뿐더러 전반적인 수출 비용까지 상승시켜 결국 전체적인 해운 물동량 하락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홍해를 지나는 컨테이너선
홍해를 지나는 컨테이너선

예정된 ‘신조선 러쉬’, 2024년 진짜 위기 닥칠지도
HMM 인수에 따른 향후 국내 해운물류의 변화, 국제정세 불안 등 부정적 이슈의 연속으로 걱정의 목소리가 큰 상황에서 관계자들은 ‘진짜 위기’가 2024년, 해운업계에 찾아올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우려의 중심에는 올 해에 찾아올 ‘신조선 러쉬’가 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하늘을 찌를 듯 상승한 해상운임의 영향으로 해운선사들은 너도 나도 선복량 확충을 위한 신조선 발주에 열을 올렸다. 그리고 그들이 신호탄을 올렸던 레이스의 결과물은 해상운임이 우하향하고 있는 2024년에 한꺼번에 되돌아올 전망이다. 국내 한 해운업계 전문가는 “선사들이 신조 발주한 상당수의 배들이 2024부터 본격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라며 “선복 공급에 비해 수요는 부정적 외부 이슈로 인해 회복세가 더딜 것으로 보여 해운물류 시장에서의 수요 공급 불균형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의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해운시장 분석 플랫폼인 Xeneta는 최근 발표한 시장 분석 보고서를 통해 2024년 해운 컨테이너 시장이 예상보다 훨씬 안 좋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Xeneta 관계자는 해당 보고서에서 “현재 글로벌 해상운임의 평균 수준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 장기계약 형태로 체결된 운임 계약의 영향을 받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당시 장기계약이 마무리되는 시점인 내년 초에는 현재의 해상운임 평균이 훨씬 더 하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선복량 수요에 대한 반등의 기미가 크게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신조 발주로 인해 공급량을 늘어나고 해상운임도 지속해서 하락하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선사들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