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노동자 권리와 도로 안전 및 사용자의 정당한 책임 요구하는 다양한 법 존재

 

3번째 화물연대 기고는 최근 열린 안전운임 국제심포지엄에서는 세계 각 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시행 혹은 추진되고 있는 안전운임제도에 대한 공유와 논의 부분이다. 이번 글에서는 호주, 브라질, 뉴질랜드의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도와 미국과 호주의 플랫폼 운송노동자에 대한 제도를 살펴보고자 한다.

호주 도로안전운임위원회법 : 호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안전운임제를 만들고 전국적인 법제도로 도입한 나라이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시행되었던 호주의 안전운임제는 ‘도로안전운임위원회법’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었으며, 법조항을 통해 안전하고 공정한 운임 기준을 설정하고 이러한 기준을 특수고용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화물노동자에게 적용했다.

또한 화물노동자에게 단체협약과 교섭을 허용하며 공급사슬의 정점에 있는 화주에게 책임을 부여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호주에서는 안전운임제를 통해 대형화물자동차 사고를 무려 28%나 감소시킬 수 있었다. 현재 호주에서는 각 주별 안전운임법이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뉴사우스웨일즈 주에서는 안전운임위원회를 설치하여 특수고용 화물노동자들의 운임과 노동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안전운임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특수고용 화물노동자 노동조합의 교섭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빅토리아 주와 서호주 주 역시 안전운임 관련 법제도를 통해 특수고용화물노동자를 대상으로 안전운임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브라질 화물 최저운임법(법률 제13,703/2018호) : 브라질 화물노동자는 약 300만 명이다. 이들이 겪는 열악한 노동조건과 턱없이 낮은 운임 수준은 오랜 기간 해결되지 못한 사회적 문제다. 열악한 화물운송시장을 개선하기 위해 브라질 화물노동자들은 1981년부터 정부에 표준요율제 도입을 주장하며 지속적인 총파업을 벌여 왔다.

2018년 5월 21일부터 30일까지 열흘간 약 100만 명의 화물노동자가 참여한 총파업을 통해 2018년 5월 ‘화물 최저운임법’으로 알려진 브라질 안전운임제가 법률로 제정된다. 브라질의 화물 최저운임은 거리와 품목 특성을 고려하여 결정된다. 하중 축당 화물운송의 실제 거리에 따라 운송에 소요되는 원가비용을 결정하며, 이는 결의안에 의해 강제된다. 브라질 운수물류연맹은 이러한 최저운임은 단순히 운송에 소요되는 원가비용에 불과하며 화물노동자의 노동에 대한 대가를 위한 시장에서의 협상을 강조한다.

뉴질랜드 안전운임제 : 뉴질랜드 화물노동자의 60%는 특수고용직으로 노동시간 규제, 단체교섭권 등 기본적인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한다. 이에 따라 화물운송과정에서의 모든 비용과 책임을 전가 받고 있다. 이러한 조건은 화물노동자에게 장시간 노동과 위험한 운행을 강요한다. 뉴질랜드 퍼스트유니온(화물노동자 노동조합)은 화물노동자에 과도한 비용 전가, 낮은 운임으로 인한 위험 운행 등을 해결하기 위해 안전운임제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진행 중이다.

 

 

플랫폼 안전운임제 사례와 전략

안전운임은 화물운송 뿐 아니라 최근 급성장하는 플랫폼 부문에서도 노동자의 권리를 증진하고 도로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과 호주에서 안전운임과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여 플랫폼 기업에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부여하고 플랫폼 노동자(앱 기반 운전기사 또는 라이더)의 운임 및 노동조건 개선한 사례를 소개한다.

뉴욕시 앱 기반 운전기사 최저보수기준 : 뉴욕에서는 우버, 리프트 등 교통수단 플랫폼이 활발하게 운영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이 무리하게 확장되면서 과잉공급에 따라 운전기사들의 수입이 급감했고 2018년 한 해 동안 뉴욕에서 8명의 택시와 앱 기반 기사들이 자결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뉴욕의 운전자노동조합(독일운전기사길드, 택시노동자연합)이 최저보수기준 마련을 요구했고 2018년 8월 뉴욕시 의회의 조례를 통해 최저보수기준이 마련되었다.

최저보수기준은 하루 배차 1,000회 이상을 기록하는 플랫폼 운영회사에게 적용되며, 운전기사가 플랫폼 기업에게 받는 건당 요율을 정하고 있다. 보수 기준의 산출 방식이 한국의 안전운임제와 매우 유사한데, 거리에 따른 차량운영비용과 시간에 따른 노무비를 합산하여 산출된다. 2020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제도 도입 이후 운전자의 소득이 증가했을 뿐더러 승객의 대기시간이 줄고 평균 이용률이 상승하는 등 산업의 효율성 및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시애틀 최저보수기준 및 단체교섭 제도 : 시애틀 전미트럭운수노조 117지부와 운전기사노조는 플랫폼 운전기사들의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단체교섭권과 최저보수기준을 요구했으며 시애틀 시 조례를 통해 단체교섭권을 부여하고 뉴욕시의 보수기준을 모델로 2021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호주 긱 경제 안전운임 심사위원회 재도입 시도 : 호주 운수노조는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긱 경제’에 대한 사회적 규제를 마련하기 위한 방법으로 안전운임 심사위원회 재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호주운수노조는 상원의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도로 운송 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특별조사’와 ‘고용안정 특별조사위원회’, 호주 노동당의 당론 채택 등을 통해 플랫폼 노동을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심사위원회의 설립을 추진 중이다. 또한 플랫폼 기업과의 협약을 통한 안전운임 적용도 추진 중인데, 음식 배달 플랫폼 기업인 메뉴로그(Menulog)와 ‘운송비용 회수와 노동시간에 따른 운임 보장’이라는 안전운임의 원칙을 기반으로 최저보수 기준을 적용하는 협약을 협의하고 있다.

안전운임은 하나의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의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호주의 ‘도로안전운임위원회법’, 브라질의 ‘최저운임법’, 뉴욕과 시애틀의 ‘최저보수기준’ 등 적용대상과 명칭, 세부내용은 상이하지만, 적정 운임을 통해 운수노동자의 권리와 도로의 안전을 보장하고 사용자의 정당한 책임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모두 동일하다.

안전운임은 세계 운수노동자의 권리를 증진시키고 화물운송시장을 선진화 시키는 새로운 질서로 기능하고 있다. 한국의 화물운송시장 역시 국제적 흐름에 발맞춰 나아갈 때이다.

내용정리 : 손정우 기자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