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택배!”
택배근로자를 ‘야 택배’라고 호칭하며 하대 하는가 하면, “택배기사들이 배짱을 부린다”는 비난이 나오기도 한다. 서울 대단위 아파트단지의 택배대란으로 생활물류현장에서 각각의 이기주의에 전형과 민낯을 그대로 노출, 전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신축 대단지 아파트 입주자들은 “자신들의 편의만을 위해 택배근로자들에 대한 배려와 협상 없이 무조건 저상 택배차량을 통한 문전 배송을 요구, 이에 대한 1년 여 전부터 충분 준비시간을 줬다”는 일관된 입장이다. 반면 “택배기사들은 아파트입주자회의 요구에 대해 ‘역지사지’도 없다. 직접 배송 현장근로자들의 근로환경에 대해 일고의 고려 없이 저상차량 준비하라는 일방적인 통보였을 뿐”이라며 “통상의 서비스와 비교해 30% 이상의 노동력과 배송시간 필요한 문전 배송은 불가하다”는 주장이다. 정작 이렇게 팽팽한 소비자와 근로자 대립각에도 불구하고, 이를 조정해야 할 정부와 택배회사들은 아무런 해결방안 없이 손을 놓고 있다. 말 그대로 생활물류시장이 무주공산 형국이다. 
 
전국택배노동조합(위원장 진경호, 이하 택배노조)은 예고한 대로 4월14일(수) 서울 강동구 고덕동 그라시움 아파트 단지에 대한 ‘문 전 배송’ 중단을 선언하고, 아파트단지 정문 앞에 문전까지 배송해야 할 화물을 적재한 뒤 이를 입주민이 찾아가게 했다. 사실 문전 배송 중단일인 4월14일 수요일은 일주일 중 가장 적은 물량만이 배송되는 날이다. 따라서 밝히진 않았지만 택배노조는 이번 결정에 고객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배려에 나선 셈이다. 물론 택배서비스의 최종 마무리는 문전 배송이다. 코로나19 전까지만 해도 일일이 고객과의 대면을 통해 택배를 문전 배송하고, 확인하는 서비스절차를 지켜 왔다. 그러나 코로나 팬더믹에 따라 급격히 증가한 택배물량과 더불어 비대면 배송이 대세를 이루면서 비대면 문전배송이 서비스 원칙이 되고 있다. 

한편 이번 사태를 보는 시각은 둘로 나뉜다. 아파트 입주민대표회의가 지상도로를 이용한 배송과정에서의 안전 문제를 들어 택배차량 진입을 막은 것은 그들 입장에서 어쩌면 당연한 권리일 수 있다. 반면 입주민대표회의의 요구에 따른 택배기사들의 추가될 노동력과 시간에 따른 비용 손해 역시 고객이라고 해서 지금처럼 막무가내로 강요할 수 없는 일이다. 양측의 주장을 들어보면 모두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한 가지 빠진 것이 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대다수 고객들의 여론은 택배기사들의 편의를 위해 입주자대표회의가 대화의 테이블에서 논의에 나서라는 지적이다. 일부에선 민주노총 산하 택배노조의 이번 행위에 대한 비난도 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끊이지 않고 일선 택배기사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자신들의 목숨과 안전만 중요하고, 막가파식 문전 택배서비스를 요구하는 입주자들의 이기심에 대한 비난도 크다. 

정작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묘안은 이전의 유사한 사태와 마찬가지로 일정부문 대형 아파트 단지별로 택배화물을 하차 할 수 있는 별도의 지상 주차장 면을 마련해 여기서 손수레를 통해 배송할 수 있는 최소한의 교집합을 만들면 된다. 

마지막으로 연간 40억개의 물량에서 고작 몇 만개에 그칠 고덕동 그라시움 아파트에 택배기업이 ‘택배화물 배송금지 구역’으로 지정해 송장발급을 안 할 경우 고객들만 곤경에 빠질 수도 있다. 쿠팡을 비롯해 SSG등만을 이용하고, 문전 배송을 못하겠다는 택배기업 이용을 안 하면 된다는 의견은 말 그대로 소가 웃을 일이다. 택배서비스는 이제 생활물류시장에서 동맥과 같은 역할을 한다. 쿠팡도, SSG도 일정부문은 지금의 택배서비스 없인 라스트마일 문전배송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강동구 그라시움 아파트 주민만 모르는 건 아닐 터다. 

이제라도 대화의 테이블에 앉아 상대방과의 논의 통해 하루 빨리 택배서비스의 정상화를 이루는 것이 입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가장 현명한 대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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