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서비스 요구에 비난 커, 생활물류부문 합리적 배송원칙 절실

 

잇단 아파트 진입 불가로 택배산업계가 “이번 기회를 통해 향후 아파트 진입을 막는 배송 요구 건에 대한 명확한 배송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택배배송 대란’의 경우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또 일부 아파트들의 경우 여전히 단지 내 진입이 어려워 입구에서 손수레를 통해 배송에 나서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여전히 진행 중인 택배시장의 이슈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될 전망이다. 특히 잇단 아파트 진입 불가는 향후 대단지 아파트 외에도 신규 건축될 미래형 아파트에서 연이어 발생할 우려가 있는 만큼 이번 계기를 통해 정확한 택배배송 원칙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오는 7월1일 발효되는 생활물류법과 궤를 같이해 지금처럼 아파트 단지 진입을 막을 경우 등 비정상적 서비스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배송 대체방안을 정확히 만들어야 향후 갈등을 막을 수 있다”며 “한 두번도 아니고, 매번 반복되는 똑 같은 상황을 그때그때 모면하는 지금의 방식으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일부에선 정부와 택배기업들의 정책 부재에도 비난이 커지고 있다.

택배현장 근로자뿐 아니라 이륜배송 업계 역시 고압적인 입주민들의 갑질 진입 방해에 대해 생활물류 배송근로자들의 배송 원칙 매뉴얼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택배노조 해결노력에도 입주자 측 무 대응, 문전배송 멈춰야
 
4월1일부터 아파트단지 내 택배차량 진입을 막은 서울 강동구 고덕동 그라시움 아파트(5000여 세대)에 대해 14일(수)부터 택배 문전배송서비스가 중단된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손수레등을 통해 문전까지 배송되던 이들 아파트의 택배상품의 경우 입주민들이 직접 아파트 입구에 적재된 상품을 직접 찾아 수령하게 됐다.

전국택배노동조합(위원장 진경호, 이하 택배노조)은 아파트입주자회의의 일방적인 아파트진입 불가결정을 해결하기 위해 대화에 나섰으나 입주자대표회의 측이 아무런 회답을 하지 않아 예고했던 대로 택배 문전배송을 철회하고, 단지 앞에 상품을 적재하기로 했다. 이러자 이번 택배노조의 결정에 일반 소비자들의 호응과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 기사에 대한 댓글에는 “택배 기사님 수고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데 함부로 대하는 인간들에게는 배달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며 “택배 기사님들의 수고에 대한 감사함을 알라”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강동구 그라시움 아파트는 안전사고와 시설물 훼손 우려를 이유로 지난 1일부터 단지 내 지상도로 차량 통행을 금지, 모든 차량을 지하 주차장만 이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발생한 그라시움 아파트를 비롯해 최근 신축 되는 아파트단지들의 경우 지하주차장 진입제한 높이(2.3m)로 대다수 택배차량들이 진입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택배기사들은 문전배송을 위해 화물을 차량에서 하기한 뒤 손수레에 다시 적재하고 배송에 나서야 해 하루 배송물량의 30% 가량에 노동력과 시간이 추가로 소요되어야 한다. 노조는 이를 충분히 설명하고 해결방안을 찾기 위한 대화에 나섰지만 그라시움 아파트입주자회의 측은 일방적이고, 막무가내 식으로 문전배송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만을 주장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번 상황에 대해 택배기사들이 반발하는 형국이다. 이전의 경우 CJ대한통운을 비롯해 대다수 택배기업 본사들에서 소비자들의 요구를 대다수 수용, 일선 배송기사들의 문전 배송 고충이 컸다. 또 이번 사태와 유사한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대단지 아파트들의 경우 여전히 아파트 입구에서 택배화물을 하기한 뒤 손수레를 통해 문전배송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하남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 이번 강동구 그라시움 아파트와 유사하게 단지 내 차량진입을 금지 했다가 이후 입주자대표회의 측과의 대화를 통해 단지 내 지상주차장 2~3면을 제공, 택배상품을 하기한 뒤 손수레를 통해 문전 배송을 하면서 일정부문 합의점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강동구 그라시움 아파트의 경우 일체의 배려없이 일반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나 일부 입주민들의 택배기사 조롱 발언 등이 나오면서 여론은 크게 악회되는 분위기다. 여기다 택배노조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조직화되고, 강화되면서 지금까지 와의 대응국면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장 택배노조는 보도자료를 통해 “그라시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8일(목) 대화요청 공문 발송에도 불구, 13일(화)까지 아무런 답 없이 사실상의 대화를 거부, 불가피하게 택배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 권리를 위해 14일부터 아파트 단지 앞에 물건 적재 후 입주민께 전달할 예정”이라며 “불편을 겪게 될 입주민께 양해를 구하며 갈등 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정부·택배기업 누구도 현 논쟁에 조정 안 나서, 대안 마련 시급

더 큰 문제는 정부와 택배기업들의 태도다. 아파트입주자회의의 일방적 결정으로 배송서비스 제공에 문제가 생기고 소속 노동자들이 부당한 갑질을 당하고 있는데도 아무런 대책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7년 남양주 다산신도시의 택배대란 때의 경우 김현미 장관까지 나서 해결에 나섰던 반면 현 상황에선 아무런 조정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택배기업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기구나 협의체도 없어 이와 같은 논란이 재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당사자인 일부 택배기사들을 중심으로 이번 기회에 택배차량 진입을 막고, 기존 배송보다 30% 이상의 시간과 노동력이 필요한 배송방식에 대한 원칙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편 또 다른 해결방식을 제안도 나오고 있다. 아주대 물류대학원 최시영 겸임교수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의 경우 자신들의 편의만을 위해 일방적 택배차량 진입을 막지 말고, 별도의 라스트마일 배송인력을 아파트 입주민들 스스로 고용, 추가 비용을 지불할 경우 문전배송을 받을 수도 있다”며 “지금처럼 아파트 진입을 막을 경우 기존 배송방식보다 30%의 추가 노동력과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면 차별화된 문전배송도 가능해 진다”고 말했다.

현재 쿠팡의 경우 아파트 진입이 불가한 지역에선 쿠팡 플랙스를 통해 라스트마일 배송에 나서고 있다. 따라서 갈수록 세분화되고 다양화된 배송방식과 추가 비용 지불을 통해 소비자와 택배기사들의 동상이몽 의견차를 줄일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가 재발되지 않으려면 지금까지의 해결 방식으론 또 다른 분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물류시스템연구원 조윤성 대표는 “지금까지의 택배배송 시스템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고객이 맞춤 서비스를 요구하면 이에 상응하는 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하며, 택배기업들 역시 갈수록 세분화되고 있는 배송환경에서 차별화된 배송서비스 개발을 통해 고객들의 요구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택배서비스에 대한 합리적 배송원칙 체계를 만들고, 노동시간과 수고가 추가될 경우 이에 대한 배송 대안을 통해 적절한 비용이 추가되는 택배배송 시스템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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