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VS 업계, 규제완화 범위 놓고 이견

물류현장에 맞는 보다 실질적인 정책마련과 산재해 있는 물류업 관련 규제를 완화하라는 업계의 주문 수이가 높다. 그러나 '타산업 분야와의 형평성'을 무기로 한 정부의 대응도 만만치가 않다. 물론 업계의 주문에 대한 정부의 수렴 노력도 눈물겹다.
현재 국내 물류업은 제조업 등 타 산업에 비해 세제지원 등 정책적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물류산업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제도와 법규들이 산재해 있는 현실이다. 이에 따라 국무총리 산하 규제개혁위원회는 물류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물류업계의 의견들을 취합, 규제완화안을 건교부에 건의, 민원해소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현장의 요구와 현행 제도 및 관련 법규간의 격차가 심해 현장의 목소리가 받아들여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자연녹지 활용 주문 '불가'

[입지관련] 물류시설 입지와 관련, 업계에서는 규제완화 대상으로 ▲산업단지내 입주차별 ▲공영 개발시 개발 훼손부담금 ▲녹지지역 건축 제한 ▲건폐율 관련 규제를 꼽고 있다.
현재 산업단지내 물류시설의 입주는 허용되어 있다. 그러나 공단의 차별적 운영으로 실제 입주한 사례가 없으며, 물류업의 경우 서비스업으로 분류되어 제조업과는 달리 세제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물류업을 제조업과 동일하게 대우해 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녹지지역 건축제한이나 건폐율 관련 규제의 완화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당국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물류센터를 가장 많이 건립하는 지역은 관리지역. 예전의 준도시지역 및 준농림지역이 관리지역으로 전환된 지역이다. 현재는 도시화와 주변의 개발이 예상되는 곳이 관리지역으로 분류돼 있다. 관리지역은 도시지역과 농림지의 중간 지역으로 물류센터건립을 하기에 가장 적합하다.
현재 용도지역 내에서의 녹지지역 건폐율은 20% 이하, 관리지역은 40% 이하로 규정되어 있고 각 지역에는 개발제한을 두어 관리지역에는 약 9000평, 자연녹지 지역은 약 3000평 이하 까지만 개발이 허용되고 있다.
관리지역은 개발제한에도 불구하고 약 9000평까지 허용되어 건폐율 40%를 적용해도 3600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지을 수 있는 입지가 갖춰져 있지만 녹지지역은 3000평 범위의 개발제한과 20%의 건폐율이 적용되어 최대 600평까지만 개발이 가능하다. 대형화 추세에 있는 물류센터 입지로는 적합치 않다는 해석이다.
업계에서 관리지역을 내버려두고 녹지지역의 건폐율 완화를 외치는 이유는 물류센터를 짓기에 좋은 장소는 대부분 녹지지역으로 묶여 있기 때문. 물류센터를 지을 수 있는 관리지역은 상대적으로 유리하지 못하다는 판단이다.
자연녹지의 사용면적을 관리지역수준으로 허용해달라는 업계에 요구에 건교부의 한 관계자는 “물류분야만 건폐율 완화를 추진하게 된다면 타 분야에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해 논란이 일게 된다”며 물류분야만 예외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자연녹지지역의 경우 물류창고 같이 큰 부지를 요하는 시설의 입주자체가 사실상 무리다. 따라서 이 완화안이 받아들여지는 데는 성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방화벽.조경면적 완화, 긍정적

[건축.시설 관련] 건축.시설에 관련한 안건들도 활발히 제기 되고 있다. 주요안건으로는 ▲물류센타의 캐노피, 적층식 랙 시설 활용규제 ▲개발제한구역내 건축 규제 ▲화물터미널 설립시 절차 규제 ▲소방관련 시설 규제 ▲의무조경 규제 완화 등. 이중 ‘소방관련 규제와 의무조경 규제’는 건교부 측에서도 규제완화를 면밀히 검토 중이다.
현재 규정에서는 3000㎡마다 방화벽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다시 말해 약 900평마다 방화벽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대형지게차 등 운반차량의 활동범위 제한과 방화구획 설치로 인한 비용문제 등으로 대부분의 물류창고들은 방화벽설치를 하지 않은 상태며 시행규칙에 맞춰 방화벽을 설치한 몇몇 센터들은 물류시설 운영상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3년, 건교부가 제정한 소방 관련 규정은 화재 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실행되고 있지만 공간 활용도가 중요한 물류센터에서는 적용하기 힘든 실정이다.
컨베이어, 레일, 소팅시스템 등이 설치된 물류센터는 구조적으로 방화벽 설치가 어렵고, 설치를 한다 해도 물류센터로서의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단순히 법적규제에 맞춰 방화벽을 설치하게 된다면 분리된 공간의 상호연동이 불가능해져 물류센터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건교부는 화재 시 방화벽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스프링쿨러 등의 자동소화시설을 설치한 창고시설의 방화구역을 5000㎡으로 연장하는 방안과 자동소화설비가 설치된 바닥면적의 1/2 수준을 바닥면적 산정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의 완화를 모색하고 있다.
비용면에서도 방화벽보다 스프링쿨러 등의 소화시설 설치가 저렴해 법령이 개정된다면 물류센터건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물류시설에 대한 의무조경 규정을 보면 연면적 1,500㎡ 이하는 조경의무 면제, 1,500㎡~2,000㎡은 대지면적의 5% 이상, 2,000㎡ 이상은 10% 이상의 조경을 설치해야 한다. 국내 물류센터의 평균 연면적은 4,300㎡ 수준으로 대부분의 물류센터가 10%이상의 조경면적을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조경면적으로 10%를 할애할 경우 창고시설, 주차장, 직원 휴계시설 등의 공간을 확보하기가 어려운데다 부지의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관련업체의 설명이다.
관련업체는 연면적 2,000㎡ 이하의 물류시설의 경우에는 조경의무 면제, 2,000㎡~10,000㎡에는 대지면적의 5% 이상 조경, 10,000㎡ 이상의 물류시설에는 10% 이상의 조경의무를 요구하고 있으며 해당부처인 건교부 측에서도 철저한 조사를 거쳐 완화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적층식랙 완화, 수용불가 입장

현행 법령에는 물류창고내 적층식 랙을 설치할 경우 해당 부지를 건축물로 규정하고 있다. 적층식 랙의 면적을 건물 연면적 산정 시 제외해 달라는 것이 업계의 주문이다.
최근 들어 물류센터는 보관과 효율을 제고하기 위해 16m까지 단층으로 높게 설계되고 있는 추세. 규정에 어긋나기는 하지만 40% 이상을 적층식 랙을 사용하는 대형 물류센터가 많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져 있다.
물류센터가 2000평 이상이 되면 업체가 다루는 제품에 따라 하이랙이나 적층식 랙을 함께 사용하게 된다. 하이랙의 경우 파렛트 단위의 큰 제품의 물품보관용으로 사용되는 물류설비다.
물류센터는 다품종 대량의 물건을 생산자로부터 받아 다품종 소량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하게 되는 물류거점. 작은 물건이 많을수록 물류센터내에 층을 두는 이른바 적층식 랙을 많이 사용하게 된다. 부피가 큰 제품들은 하이랙을 사용하지만 적은 제품들은 사람이 작업할 수 있게 중량보관고, 적층식랙 등을 두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건축법에서는 계단과 사람이 밟는 면적은 건축면적으로 간주해 연면적에 포함을 시키고 있다. 현행 법령대로 적층식 랙이 바닥면적에 포함된다면 물류창고 상층부의 활용도는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된다. 또한 물류센터에 적층랙을 사용하는 업체가 입주하게 되면 불법 건축물로 간주돼 철거돼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물류센터 준공당시 적층랙을 제외한 건폐율과 용적률을 기준으로 준공되기 때문.
건교부는 이를 인정을 하게 된다면 타 분야를 비롯해 작게는 아파트나 식당 등에서까지 용도변경하는 등 부작용이 클 것으로 판단해 물류시설만을 위한 규제완화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캐노피 연장, 내년 1월 방침제정

업계는 캐노피가 일정이상 건폐율에 반영되는 것에 대해서도 규제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1m까지는 건폐율에 포함을 시키지 않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물류를 제외한 타 업종은 1m로 규정되어 있다.
업계는 작업하기에 이상적인 접안시설로 도크길이는 6m에 캐노피 10m로 보고 있다. 정상적으로 캐노피를 건폐율에 맞춰 건축한 물류센터는 센터 내 면적감소를 감내하고 있지만 기타현장에서는 자체적 캐노피를 3m로 설계하고 천막이나 아크릴 등 기타시설들로 나머지 7m를 보강하고 있는 상황. 게다가 법적으로 천막이나 아크릴캐노피의 건폐율 포함 기준이 지자체마다 다르다는 것이 이 안건의 주요쟁점.
관련업체의 한 관계자는 “천막이 건폐율에 포함이 안 된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며 "건물건축 당시 캐노피를 만들어야 안전한데 건폐율 문제로 인해 캐노피를 천막으로 사용하면 추락이나 안전사고로 인명피해가 날수도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3m까지만 캐노피를 설계하고 나머지는 불법간이차양을 이용해 연장하고 있으며 하늘이 보이면 건폐율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크릴로 캐노피를 연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건설교통부 주최로 지난 12월 22일 건교부 4층 소회의실에서는 개최된 ‘국민불편 및 기업애로 해소대책’ 민원해소회의에 참석한 ㈜TL코리아의 이강성 대표는 “우천시 차량의 입출고와 하차 작업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물류센터의 캐노피를 9m까지 건폐율에서 제외해 달라는 것이지 물품보관이 목적은 아니다”며 규제완화를 주문했다.
그러나 건교부의 입장은 완강했다. 건교부 도시국 장기창 건축과장은 “모든 건축물에 동일하게 차양 1m 내까지 건폐율에 포함하지 않고 있으며, 현재 물류창고는 예외적으로 3m까지 완화된 상태다"며 "만약 캐노피를 9m까지 연장하면 관리지역 내 건폐율이 40%를 넘어버려 불법 건축물로 간주되며 업계의 제안내용은 사실상 건폐율 완화를 요구하는 것이므로 세법 등 수많은 관계법률에서 인용하는 건축기준을 변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김창세 차관보는 “기존 3m를 연장한다고 해서 불법행위가 단절 될지는 의문이며 관련부처에서 현장방문 등의 실사확인을 통해 작업이 가능한 최소한의 길이로 완화를 모색할 것이다”라면서 캐노피 면적안에 관한 안건은 내년 1월말까지 방침을 세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 규제개혁위 통해 지속 주문

[운영관련] 운영과 관련된 규제완화안으로는 ▲화물자동차 증차제한 ▲물류시설 기능 다각화 저해 규제 ▲물류분야 인력 활용 규제 ▲공영개발 시 인센티브 문제 등이 부상해 있다.
관련업계는 1톤 이하의 소형화물자동차에 대한 증차 제한 완화, 일정 규모 이상의 화물 터미널에 대한 유통, 가공 및 조립, 판매시설 허용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공영개발을 추진할 경우 민자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도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물류업 중 분류, 포장 등 단순노무를 제공하는 인력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 산업연수생 등의 채용허가와 일정규모 이상의 물류업체에 대해서는 산업기능 인력을 활용 할 수 있도록 요구해 규제계획위원회에서 검토 중이다.
이밖에 세제.금융과 관련 물류시설에 대한 종토세 등 세제차별안과 영업활동을 규제하는 SOC 투자 시설에 대한 지원 차별 및 전력 요금 차별 지원 등이 요구안으로 나왔으며 현재 업계의 모든 상정안들은 규제계획위원회에서 관리, 중요도, 타당성 등을 고려해 건교부에 부분별로 건의할 계획이다.

업계 요구 반영수준 미지수

불합리한 법령 또는 제도, 행정기관 및 담당공무원의 불합리한 행태 등으로 인한 기업활동의 애로사항을 수렴, 해소하는 것을 목적으로 국무총리 산하에 설립된 규제계획위원회가 물류시설 규제완화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정부에서도 물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물류업계가 규제개혁위원회를 통해 정부에 현장의 애로사항을 전하고 있지만 업계의 요구가 어디까지 반영될지는 미지수로 남아있다.
<박성기 기자>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