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물류를 지칭하는 [Logistics]는 [병참]을 의미하는 군사용어였다. 경영과학의 기초적인 방법들을 대표하는 OR(Operations Research) 또한 군사적 목적에서 발전이 촉진된 바 있다.
전쟁은 양면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전쟁수행의 과정에서 이룩된 많은 과학적 진보는 전쟁이 끝나면 인간을 위한 순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한때 군의 행정과 관리체계는 민간의 모범이 되어 하나의 전형이 되기도 했었는데, 최근에는 가장 낙후되고 개혁에서 소외된 집단이라는 오명을 가지기도 했었다.
2년여의 시간차를 두고 동해안에서 발각된 잠수함과 잠수정을 택시기사와 어민이 발견하고 신고한 일은 군에 대한 믿음을 상실시키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는 군의 금언이 있다. 그런데 사실상 동해에서는 잠수정을 통한 북한군의 작전을 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니. 그리고 그 불가능한 사실을 알면서도 대책없이 수십년을 지내고 있다니 어이가 없다. 경계가 선행되지 않는 작전계획을 가지고 우리군이 국민의 안위를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정부의 경제실정에 대해 여러 가지 견해가 있다. 지난 정부의 경제에 대한 정책의 결과가 작전에 실패한 것이었다면, 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아마, 실물경제의 흐름에 관한 경계의 실패가 아닐까. 외환위기를 당하는 과정에서 작전의 문제도 문제려니와, 여러부문에서 보였던 징후들을 소홀히 했다는, 경계에 실패했다는 비난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경기는 침체되는데 물가는 오르는 Stagflation의 징후가 보인다고 한다.
일본과 중국의 토화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자본주의 세계 자체가 공황의 조짐을 보인다는 견해도 있다.
경계에 힘써야할 국회는 어디갔는가. 우리 정부는 잘대처하고 있는가. 관심이 요망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최재섭 전 남서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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