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신문을 뒤적이다 보니 1993년 9월23일자 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에 기고된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의 글 한편이 눈길을 끌기에 여기에 소개한다.
이름하여 대통령의 6롤(Six Rules for Presidents)!
여섯가지 규율은, 첫째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할 것, 둘째 집중하여 자신의 소양을 분산시키지 말 것, 셋째 개인의 확신을 앞세워 도박하지 말 것, 넷째 세세한 각론까지 혼자 챙기지 말 것, 다섯째 행정부 내에 자신의 친구를 기용하지 말 것, 그리고 ‘당선 되었으면 선거운동은 끝내라’는 충고로 요약된다.
대통령이 하는 일은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한 일이 대부분이다. 대통령은 현실에 입각하여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민정부가 정치적 논리로 경제를 풀어서 생긴 일을 상기시켜주는 항목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 선거에 임하는 후보들은 경제 대통령, 외교 대통령, 문화 대통령, 교육대통령, 과학 대통령 등 전지전능한 상반된 공약들을 열거한다. Roosevelt는 그의 집권 초기에는 히틀러와 일본의 제국주의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내치에 힘을 쏟아 경제를 회생하고, 집권 후기에서야 국제문제로 정책과제를 바꿔 나아갔다. 반면, Lyndon Johnson은 베트남 전쟁과 국내의 빈곤과의 전쟁을 동시에 수행하다가 두곳 모두에서 참패하게 된다.
확신은 본인의 철학과 사유의 산물이어야 하지만 대통령의 확신은 국민적인 공감대가 동반되어야 한다. 국민적 공감대가 결핍은 대통령의 확신은 자칫 독선으로 변질 될 우려가 있다.
대통령의 책무는 대통령 1인의 노동으로 해낼 수 있는 분량의 것이 아니다. 대통령 스스로가 비서실장이나 경제수석의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의사결정과 책임을 독점하고 있는 대통령은 의사결정의 불확실성과 책임소재에 대한 불안감을 덜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은 각 부문에 관한 책임소재가 분명한 소규모, 정예의 조직을 구성해야 하며, 이것이 정치인 보다는 기술관료(Technocrat)가 중용되어야 할 이유가 된다.
드러커는 행정부내에 대통령의 친구를 기용하지 말라고 하면서, ‘이 말을 준수하지 않는 대통령은 그로 인해 후회하며 살리라’고 쓰고 있다. 5공화국 이래 우리는 대통령의 주변인물인 가족, 친인척, 가신 등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태에 시달려 왔다. 긴 말이 필요없는, 특별히 한국인들에게 의미있는 말이다.
Harry Truman은 J.F. Kennedy 대통령 당선자에게 ‘당선이 되었으면, 선거운동은 끝내라’고 충고하였다. 선거운동하는 기분은 인기와 여론 챙기기에 급급하게 되고, 결국은 이성적인 국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일 것이다.
Peter Drucker의 일 글은 신선한 것은 아니다. 뼈아픈 것이다.

최재섭 전 남서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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