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효율화는 다분히 시스템적인 성취를 요망하는 것이고 그 시스템은 적정한 사회간접자본 공급, 물류기기 및 설비의 발전, 표준화와 공동화, 효율적인 정보시스템의 구축 등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하는 것은 그 시스템을 설계, 구축, 운영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정부나 기업에서는 물류효율화를 위한 투자로 설비나 시설자금은 아끼지 않으면서도 전문인력양성에 관한 투자는 상당히 무관심한 상황에 있다. 그 단적인 예가 물류교육에 관한 정책의 무관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류애로가 경제전체의 X-Inefficiency라고 인식하면서 정부와 직능단체가 생각해낸 인력개발 방침은 비제도교육을 통한 물류전문가의 양성이었다. 지난달 9월28일 물류인력양성을 위해 도입한 ''물류관리사자격시험''에 7만2천 272명이 원서를 접수시켰다. 대부분은 직장인, 주부, 전공불문의 학생들이 물류관리사가 되기위해 한여름을 수험서와 씨름하며 보낸 것이다.
그러나 파렛트, 물류기기, 물류센타 등 물류시스템 한번 본적 없이 도서관에서 보낸 물류관리사 합격자가 어떻게 58조의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까? 다원화된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다른 전문직종과 마찬가지로, 물류부문 전문인력의 양성도 제도교육의 외곽에서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물류는 90년대에 들어서야 그 중요성이 인식되었고, 학문으로서의 연륜도 일천한 후발학문이다. 수도권정비법 등에 따라 후발학문인 물류학과(대부분 유통학과)는 수도권에 학과를 신설할 수 없다. 이것은 결국 법이 대학의 신학문수용을 규제하는 결과가 되었다.
현재 소수의 대학이 유통학과를 개설하여 유통 및 물류인력을 양성하고 있으며 몇몇 대학원에 유통과 물류에 관한 석사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한편, 현장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전문대학에 학과를 개설하였으나 대부분은 수도권을 벗어난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인력수급에 부조화를 지니고 있다.
지난 여름에 몇몇 유통`물류기업이 겪었던 경영의 어려움은 기본적으로는 유통과 물류의 문제였다고 보여진다. 유통이 황금알을 낳는 것이 아니고 유통에 종사하는 사람이 황금알을 낳고, 물류가 제 3의 이윤원이 아니고 물류라는 암흑대륙을 탐험하는 사람이 제 3의 이윤원을 정복하는 것이다.
엔젤계수(가계 총지출액중 자녀를 위한 지출금액의 비율)이 높아진다고 한다. 타전공 학생들은 물류관리사가 된다고 추가의 교육비를 내고, 물류전공 학생들은 다른 기능을 익히러 다니고, 제도교육을 외면한채 사회는 물류생산성을 위해 엔젤계수를 높이고 있지는 않은지.
이 칼럼은 앞으로 국내의 물류교육이 이루어지는 대학현장을 찾아 교육의 내용과 효과를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최재섭 전 남서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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