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

경제불황으로 대량의 실업자가 속출됨에 따라 정부는 이들의 재취업을 위해 고용보험에 따른 무료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한국표준협회에 개설된 재취업 물류관리사과정도 실업자의 재취업 기회를 주기위한 자격증 취득과정.
지난 4월13일부터 6월19일까지 총200시간의 1기 물류관리사과정에는 여성2명을 포함한 45명이 수강하고 있다. 수강생중 대부분은 물류를 처음접해보기 때문에 "창고"나 "물류센터" 등의 용어만 막연히 알고있던터라, "표준화" "물류거점" "제3자물류" 등의 용어를 들을 때마다 생소하기만 하다.
그러나 이들은 낯설고 생소하다는 것은 안중에도 없다. 모두가 한창 일할 나이의 4,50대가 주류를 이루는 가정의 가장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다만, 이과정을 마친후에 어떻게든 일자리를 찾아서 가장의 역할을 다시 되찾고 싶은 것이 소망이다.
이들의 학업열은 강사들조차도 놀랠 정도.
국제물류론을 맡고 있는 오세영 동덕여대 교수는 "얼마나 적극적이고 열의가 있는지 강단에 서면 항상 긴장이 된다"며 "빨리 이들에게 ''일터''가 주어졌으면 한다"고 안타까워 했다. <정락인 기자>

[인터뷰] 이정숙 실업자 재취업 물류관리사과정
"물류는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물류를 배워보니 참 재미있어요"
"예전에는 물류센타를 보면 굉장히 호기심이 많았거든요. 주된 관심이 식자재에 있어서 그런지 물류하면 물류센타만 생각했었어요"
여성수강생 4명중 한명인 이정숙씨는 올해 44살의 맹렬물류우먼.
남자들의 전유물로 치부되던 물류를 여성이 하겠다고 나선것도 돋보이지만, 그의 수강태도는 강사들조차도 혀를 내두들 정도로 열심이다.
맨앞자리는 언제나 그녀의 몫. 그녀가 질문할 때는 강사들조차도 초긴장.
그녀의 하루는 아침 8시에 집에서 나와 귀가하는 밤11시까지 오직 물류를 배우고 아는데 전력한다. 오전에 표준협회 강의가 끝나면 오후에는 컴퓨터 프로그램개발회사인 S시스템에서 무역업무를 담당하는 비지니스우먼. 사실 그녀의 실직은 가상실직이다. 무료과정인 실업자 교육과정에 다니기 위해 실제로는 업무를 하면서도 회사에서는 그만둔 것으로 되어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오후일과가 끝나면 중앙대 산업교육원에서 실시하는 물류관리자과정을 듣기위해 발걸음을 바삐 움직인다.
"전문가과정이다보니 강의가 어려운 면이 많았어요. 그래서 좀더 확실하게 배우고 싶어서 오전과 저녁시간의 수강을 병행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중앙대 외식산업최고경영자과정에 다니면서 식자재 유통에 관심을 갖게돼 물류를 배우고 싶었다는 그녀는 앞으로 식자재분야의 전문창고를 운영하는 것이 작은 소망이다. 단순한 경영차원이 아니라 최고의 전문창고를 만들어보겠다는 프로의식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특히 그녀는 물류가 3D업종이라지만 물류분야에도 여성이 진출하면 남성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 여성도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서 정보화, 자동화 등의 분야에 진출해서 제 몫을 찾아야 해요"라며 물류업계의 여성우먼파워시대가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역업을 하는 남편과 세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녀는 남편과 아이들이 엄마의 뜻을 이해하고 도와주기 때문에 편한마음으로 공부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정>

[인터뷰] 김병우 실업자 재취업 물류관리사 과정
"물류에 두번째 인생을 걸겠다"

신용카드 조회기(나이스 체크)를 취급하는 한국신용정보(주)에서 근무했던 김병우(37)씨. 그는 올해초 회사가 부도나면서 실직하게 됐다.
그도 여타의 직장을 잃은 사람들처럼 실직에 대한 준비없이 갑자기 당한 일이어서 가정형편이 상당히 어려운 처지다. 다행히 부인이 직장을 다니는 탓에 그나마 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못하게 된 마음의 부담이 더 크다.
여섯살과 아홉살짜리 두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실직한 남편을 대신해 가장이 되어버린 부인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는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빠가 곁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늘상 싱글벙글이다.
그는 부인에게 "여보,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어렵지만 더 잘되기 위한 준비기간이라고 이해해줬으면 해, 항상 표나지 않게 대하는 당신이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라며 평소에 가슴에 담아둔 말을 꺼낸다.
그러나 그는 여기에 좌절하지 않고, 물류인으로서 제2인생을 살고자 한다.
시계제조업체인 오리엔트에서 8년정도 물류업무를 했던 현장경험이 있기때문에
이론적 무장을 겸비하면 어엿한 물류전문인으로서 재도약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그의 하루일과도 온통 물류공부에 투자하고 있다. 오전에는 표준협회 물류관리사 과정을 수강하고, 밤8시까지는 정독도서관에서 물류공부에 매진한다.
"지난해 물류관리사시험을 치뤘는데 고배를 마셨다. 올해는 기필코 합격을 해서 물류전문가로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며 "마지막 배수진을 친 심정으로 물류공부에 매진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앞으로 물류관리사과정을 마치고 물류관리사시험에 합격한 다음에는 대형물류센터나 운송업체에서 현장경험을 쌓고, 컨설팅업체나 제3자물류업체에서 일하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그리고 그의 절규어린 한마디. "끝나자마자 일자를 찾기위해 돌아다니고 싶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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