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근태 / 미래의 창

최근 기업이나 기관에 자문을 나가면 경영자들로부터 많이 받는 질문중의 하나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서 일을 하는 분야가 점점 확대되고 있고 조직 내 MZ세대의 비중도 높아지고 있는데 조직문화를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스럽다”라는 내용이다. 현 시점에서 기업의 경영층은 대부분 5060세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소위 386세대, X세대로 불리는 세대들이다. 이 세대는 베이비부머 시대에서 다져놓은 조직에서 성장한 시대이다. 이 시기에는 대부분 기업은 기업의 창업자가 경영을 직접 이끄는 시기였고 창업자의 강력한 리더십에 의해 기업이 운영되었던 시기였다. 따라서 대부분 기업의 조직문화는 ‘상명하복’이 절대적 원칙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기술의 발전, 나아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일하는 방식의 전환을 가져왔으며 IMF와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으며 평생직장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몸바쳐 일해왔던 부모들이 회사의 구조조정이란 명목하에 힘없이 회사에게 버림받는 모습을 보고 자라난 세대들이 회사에 유입되기 시작했다. 소위 MZ세대들이다. 그들은 회사를 평생직장으로 보지 않는다. 언제라도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세대들이다. 이러한 세대들이 조직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조직문화는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 이 책의 저자인 한근태 씨는 필자의 첫 직장에서 임원으로 신입사원 교육을 통해 만났다. 그때 그는 “내가 조직에서 담당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레크레이션이다. 일은 구성원들이 다 하니까 나는 그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내 역할이다”라고 이야기 한 기억이 있다. 그는 오래지 않아 그 회사를 퇴사했다. 그분의 생각과 사고를 그 회사는 수용할만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 책은 그의 그러한 사고에 기반해 저술한 책으로 현 시점에서 조직문화의 지향점을 잘 제시해주고 있다.

독일군이 연합군을 압도했던 원인
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은 인적이나 물적에서 독일군을 압도했다. 그러나 42개월 동안 독일이 전세의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임무 중심적 지휘시스템에 있었다. 독일군의 지휘관들은 부하들에게 임무를 하달하면 부하들은 상황과 여건에 맞춰 스스로 판단하여 그 임무를 수행했다. 반면 연합군의 지휘 시스템은 임무에 대한 세부 실행지침까지 부하들에게 상세하게 지시했고 그 지시에 의해 병사들은 작전을 수행했다. 최전선에서 발생되는 상황은 최전선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병사가 가장 잘 파악하고 있다. 독일군은 전선의 상황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병사들에게 수행과 관련된 권한을 위임했다. 반면 연합군은 모든 작전수행과 관련된 사항을 상급 부대의 명령과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결국 이러한 현상은 독일군의 변화무쌍한 작전 수행역량에 연합군이 수세에 몰리는 현상을 초래하게 되었던 것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히든 챔피언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가 바로 독일이다. 목표는 명확히 설정하되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행은 실제로 일을 하고 있으며, 현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직원에게 일임하고 있다. 독일의 이러한 리더십과 조직문화가 현대 경영에서도 여전히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구글의 3대 문화
구글에는 3대 문화가 있다. 첫째,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이다. 실패가 두려워 이를 숨기거나 우물쭈물 거리는 것이 더욱 두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직원에 대한 역량을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다. 뛰어난 사람이 피해를 보고 기회주의자나 정치적 처세로 인정을 받는 것을 용인하지 않는다. 셋째, 아이디어 축적이다. 아이디어는 하루아침에 나오는 것이 아니다. 여유가 없는 조직, 수직적 위계구조의 조직 등에서는 아이디어가 나오기 쉽지 않다.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구글은 3대 문화를 위해 두 가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첫 번째는 채용과 교육이다. 구글은 생각이 유연하고 협력을 잘 하고 건전한 논쟁을 즐기는 사람을 조직구성원으로 채용한다. 개인적 역량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구글이 지향하고 있는 구글의 조직문화에 가장 적합한 인력을 채용하는 것에 역점을 둔다. 구글의 채용과정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두 번째는 평가이다. 구글에서는 함께 일을 하고 있는 동료의 평가에 비중을 높게 두고 있다. 상사는 결과중심의 평가를 하지만 동료의 평가는 일하는 과정중심의 평가를 한다. 이러한 평가체계는 직원 상호간 건전한 경쟁과 협력을 유발하며, 스스로 업무에 몰입하게 만드는 조직문화를 형성하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성공하는 조직문화는 무엇이 다른가?
질문이 없는 조직은 죽은 조직이며 반대가 없는 기획은 잘못된 기획이다.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것은 직원의 개인적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 그 조직의 문화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조직문화의 유형은 리더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리더의 의사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을 때 그 조직에서는 본인에게 피해가 올 수 있다는 두려움이 팽배해 있다는 의미이다. 리더의 생각과 의견에 대해 리더가 어떠한 태도를 취하느냐가 인공호흡기를 달고 숨만 쉬는 조직이 아니라 활력 있는 조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리더는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내야 한다. 이것은 자신의 약점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으로 하여금 리더의 약점을 보완하여 더 강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든다. 질문과 건전한 비판이 끊이지 않는 조직이 살아있는 조직이다.

솔직하고 투명한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직원들이 조직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투명하지 못한 프로세스와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이러한 솔직하고 투명한 조직문화는 회사와 경영층에 대한 신뢰형성과 업무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준다.

촉, 즉 창의성이 발달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태도를 키워야 한다. 촘촘한 관리체계는 구성원들의 자발성을 저해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도전적 시도에 대한 실수를 용인할 수 있어야 하며 권위주의적 업무수행 방식을 탈피해야 한다. 그리고 완벽한 계획을 조심해야 한다. 완벽함은 오히려 창의성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통제가 아닌 참여를 통한 집단지성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

공감할 수 있는 조직은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성공한 조직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최고의 경쟁력이다. 리더는 직원의 입장을 공감해야 하며, 직원은 리더의 입장을 공감해야 한다. 공감은 배려를 낳고 배려는 협력을 이끈다. 이렇게 형성된 협력은 가장 강력한 힘이 된다.

리더가 해야 할 일은 지시와 지적이 아니라 최상의 환경에서 직원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일을 함에 있어서 장애요인은 무엇인지 직원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수시로 파악하고 이를 빠르게 처리해 주어야 한다. 이것이 믿고 따를 수 있는 리더의 역할이다.

성공적인 조직문화를 위한 리더의 역할
리더의 성격과 성품, 습관적으로 보이는 말과 행동, 순간의 태도와 판단이 그 조직의 문화를 만든다. 즉 리더가 곧 조직문화이다. 많은 리더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생각하지 않고 이상적인 조직문화를 지향한다. 권위적인 리더가 자율적인 조직문화를 원하는 것, 솔직하지 않은 리더가 투명성과 신뢰성에 기반을 둔 조직문화를 원하는 것, 자기중심적인 리더가 존중의 조직문화를 우선시 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최악의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방법이다. 리더가 내세우고자 하는 조직문화는 그 부분에 리더 자신이 적합한 지 돌아보아야 한다. 리더의 성품과 인격, 태도가 조직문화의 시작이다.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A급 직원이 아닌 B급 직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실제로 기업은 탁월한 A급 직원보다 B급 직원들에 의해 실무가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의 존중받는 조직문화를 형성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리더는 경청해야 하며, 반대의견을 내는 직원에게 감사해야 한다. 그들은 회사를 위해 위험과 두려움을 무릅쓰고 자신의 의견을 내었기 때문이다. 리더는 겸손해야 한다. 리더는 과거 자신의 성공경험에 대한 도취되어 자만과 교만한 태도를 갖는 것에 철저히 주의해야 한다. 리더는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내고 이에 대해 직원들의 도움을 구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리더의 진정한 용기이다.

기업의 경영자에게 경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손꼽아 보라고 하면 대부분 경영목표 달성과 더불어 조직문화를 꼽는다. 그러나 경영자가 주관하는 대부분의 경영회의 지표는 경영목표에 대해서만 다룰 뿐 조직문화에 대해 경영회의 주제로 삼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가장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정작 경영자는 이에 대해 관심을 두고 챙기는 일을 소홀히 하고 있다. 일부 경영자는 경영목표에 조직문화가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직원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무엇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지에 대해서 경영회의 안건으로 심도 있는 논의를 하고 있지 않다면 이는 조직문화에 대한 관심은 말뿐인 것과 다름이 없다. 조직문화는 그 조직 구성원들이 일을 대하는 태도이며 조직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다. 경영자는 이점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