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는 불황 탈출 M&A, 국내는 파산 기업 살리기 경향 뚜렷

최근 글로벌 해운업계의 주요 이슈를 꼽는다면 HMM 매각과 해운동맹체(얼라이언스) 재편을 들 수 있다. 5일 현재 HMM의 매각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다시 협상기일을 연장하거나 매각이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한 2025년 재편을 앞둔 해운동맹체 동향은 가장 규모가 작은 디얼라이언스(THE Alliance)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2014년 글로벌 해운시장의 M&A 현황을 정리했던 물류신문은 최근 5년 간 주요 M&A 현황과 해운동맹체 동향을 새롭게 업데이트했다.

지난 2014년 이후 현재까지 해운시장의 M&A 현황을 살펴보면 △2014년 하팍로이드의 CSAV 컨테이너사업부 합병, △2015년 COSCO CSCL 합병, △2016년 CMA CGM의 APL 합병, △2017년 ONE 출범(NYK, MOL, K-Line 통합), 하팍로이드의 UASC 합병, 머스크의 Hamburg Sud 합병, △2018년 COSCO의 OOCL 합병을 꼽을 수 있다.

또한 국내 해운시장의 주요 M&A 건을 살펴보면 2014년 한앤컴퍼니의 한진해운 드라이벌크사업부 인수(에이치라인해운 출범), 2015년 하림그룹의 팬오션 인수, 2016년 SM그룹의 한진해운 미주, 아주 노선을 인수(SM상선 출범), 2021년 장금상선의 흥아해운 인수 사례가 있다.

△대한민국 최대 해운선사였던 한진해운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대한민국 최대 해운선사였던 한진해운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글로벌 해운시장의 M&A는 주로 해운시장의 장기 불황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선사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성사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팍로이드와 칠레의 선사 CSAV는 당시 해운기업 상위 3사와 경쟁할 수 있도록 몸집을 키우고 상호 보완적인 네트워크를 확보하기 위해 합병에 동의했다. 이 과정에서 CSAV는 하팍로이드의 최대 주주로 올라서기도 했다.

2016년 CMA CGM의 APL 합병도 네트워크 강화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두 선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성사됐다. CMA CGM은 유럽, 지중해, 아프리카 등의 노선에 강점이 있었고 APL(싱가포르 NOL의 컨테이너 사업부)은 아시아와 북미 항로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두 회사의 합병은 북미지역 시장 점유율을 7%에서 19%로, 매출액은 30% 이상 끌어올리는 효과를 낳았다.

반면 국내의 경우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파산했거나 이에 직면한 선사들이 M&A 대상이 됐다. 한진해운의 경우 각각의 사업부가 분할되어 각각 에이치라인해운, SM상선 등으로 분화됐고 흥아해운도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장금상선에 인수됐다.

HMM 매각, 해외서도 관심
한동안 잠잠했던 해운 M&A 시장에서 최근 주목받는 매각 건은 HMM이다. HMM의 선복량은 2023년 12월 기준 약 78만TEU로 글로벌 해운시장 점유율 2.8%, 전체 8위에 올라 있다. 일부에서는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 시절보다 못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규모만 놓고 보면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해운동맹체의 점유율에도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는 수준이다. 때문에 해외에서도 HMM 매각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외신들은 HMM 노조의 매각 반대 목소리 등 최근 동향을 소개하면서 해운동맹체의 변화에 대응 여부가 중요한 사안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해운전문지 마리타임 익스큐티브는 지난달 31일 HMM 매각을 다루면서 “하림은 하팍로이드의 제미나이 발표 이후 HMM의 시장 경쟁력 지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라며 “하림은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의 운영에 대한 정보를 원하고 있으나 HMM은 이를 기밀로 간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매각을 앞둔 HMM의 선택이 해운동맹체 재편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일부에서는 HMM의 새 주인의 성향 혹은 그룹 내 해운계열사의 유무나 사업 방향에 따라서 선제적으로 얼라이언스 유지 혹은 새 협력 채널 구축 시도 등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 하팍로이드 홈페이지
△출처 : 하팍로이드 홈페이지

‘제미나이’가 촉발한 얼라이언스 재편
지난 1월 2M에 소속된 머스크와 디얼라이언스의 하팍로이드가 2025년 2월 새로운 해운동맹체인 ‘제미나이 협력(Gemini Cooperation)’을 출범시킨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내년 2월 해운동맹체의 시장 점유율은 오션 얼라이언스(선복량 기준 1위), 제미나이(2위), 디얼라이언스(4위)순으로 변경될 예정이다. 제미나이는 290척, 340만TEU의 선복을 기반으로 아시아-미국, 아시아-유럽, 중동-인도, 유럽-북미를 잇는 7개항로를 운영할 계획이다. 협력 기간은 기본 3년이며 협의에 따라 1년 연장할 수 있다.

머스크와 하팍로이드는 제미나이의 정시성 목표를 90%로 정했다. 팬데믹 기간에 30%로 떨어졌던 정시성은 현재 70% 수준으로 올라온 상태다. 외신에 따르면 하팍로이드는 디얼라이언스의 신뢰도가 4위에 그치고 있는 등 정시성 회복이 더딘 것에 만족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제미나이는 정시성을 90%로 끌어올리기 위해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 전략을 통한 피더 서비스 강화 방침을 밝혔다. 하팍로이드는 우선 로테르담항과 브레머하펜항, 빌헬름스하펜항을 허브로 활용한 피더서비스 제공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코로나19 때 겪었던 항만 적체 문제를 비롯해 최근 파나마 운하의 가뭄과 홍해 사태, 항만 노조 갈등 등 각종 변수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해양진흥공사는 향후 선대 공급량이 증가해 시장에서 운임 하락 압박이 있을 경우 서비스 품질 향상을 근거로 방어 논리를 펴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신은 디얼라이언스에 남은 ONE, 양밍해운, HMM의 선택에 주목하고 있다. 하팍로이드가 탈퇴하면 디얼라이언스의 선복량은 330만TEU으로 감소하는데, 세계 4위 선사인 COSCO(308만TEU)와 비슷한 수준에 그쳐 다른 동맹들보다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남은 ONE, 양밍해운, HMM의 선박 신조 발주량은 89만TEU에 그치기 때문에 새로운 파트너사를 영입하지 않으면 선복량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디얼라이언스의 CI
△디얼라이언스의 CI

HMM 속한 디얼라이언스의 예상 행보는?
전문가들은 디얼라이언스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꾀할 것이 불가피하며,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해운동맹체의 재편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가 내놓은 얼라이언스 재편 시나리오는 △디얼라이언스가 해운동맹체에 가입하지 않은 선사(MSC, ZIM, 완하이 등)를 영입하거나 △오션 얼라이언스(Ocean Alliance)와의 협력체계 구축 혹은 합병, △오션 얼라이언스 소속 선사 중 일부가 디얼라이언스에 합류하는 방안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선복량에서 열세인 디얼라이언스 소속 선사들이 당장 탈퇴나 해산을 논의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알파라이너는 최근 리포트에서 “하팍로이드가 이탈하면 양밍해운이 노선을 유지하게 되는 대서양 횡단 노선에서 디얼라이언스의 입지가 크게 약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수의 외신들은 시나리오 중에 미가입 선사 영입에 나설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고 있으며, 유력한 선사로는 대만 국적선사인 완하이(Wan Hai)를 거론하고 있다. 완하이는 47만TEU의 선복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아시아-미국 동부지역 노선에서 하팍로이드와 협력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하팍로이드가 이탈하면 북유럽 물량 일부가 완하이로 옮겨갈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진흥공사는 단일 선사로 선복량 1위인 MSC는 디얼라이언스보다 선복량에서 앞서고(2025년 2월 기준 디얼라이언스 11.6%, MSC 19.8%), 추가 인도 예정 선박도 약 140만TEU나 되어 단독 운항에도 무리가 없기 때문에 얼라이언스 재편 움직임을 관망할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해운 시장의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얼라이언스의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향후 컨테이너 시장의 불확설성은 더욱 증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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