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조사…기업 희망 정책과제 1순위 ‘물류지원(33%)’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는 원자재와 부품을 해외에서 수입·조달하는 제조기업 302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곳 중 6곳(60.3%)이 ‘현재 수입 중인 원자재·부품을 대체하는 방안을 마련했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18.0%는 ‘이미 대책을 마련했다’, 42.3%는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응답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입 공급망 대책을 마련했거나 검토 중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60.3%로 나타났다. 2년 전 조사에서는 45.5%였다.
대한상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등과 함께 보호무역주의 등 공급망 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이 원자재와 부품 조달 체계의 안전성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공급망 대책은 해외 거래처 다변화로, 구체적인 대체방안을 묻는 질문에 34.7%가 ‘신규 해외 거래처 추가해 공급망 확대’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화를 모색하는 움직임도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수입 원자재·부품의 국내 조달’을 꼽은 기업은 25.7%나 됐다. 반면 수입 원자재나 부품을 자체 생산하겠다는 응답은 4%에 그쳤다(복수응답).
대한상의 관계자는 “해외발 공급망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은 원자재와 부품의 국내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라며 “핵심 부품과 소재 국산화를 위한 R&D 전략과 지원책을 중장기 관점에서 마련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원자재나 부품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하는 사례는 감소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원자재와 부품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단가상승, 물류차질 등의 피해가 있었다고 답한 기업은 38.7%로, 2021년 조사 결과(67.0%)보다 감소했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는 코로나19의 영향이 대폭 축소됐으며 최근 요인들은 국지적인 이슈로 공급망 피해범위가 상대적으로 좁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사에 따르면 ‘러-우 전쟁’이 주요 피해 요인이었으며, ‘미-중 무역 갈등’, ‘환경·탄소중립 규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영향을 꼽는 기업도 있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87.9%는 ‘단가상승으로 인한 비용증가’, 27.6%는 ‘물류차질’, 24.1%는 ‘조달지연에 따른 생산차질’이 있었다고 응답했다.
대한상의는 “공급망 피해가 감소한 것은 다행이지만 12월부터 중국의 흑연 수출통제가 예고되어 있는 등 피해가 우려되는 현안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아직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은 공급망 위기가 언제든지 발생 가능한 만큼 수입 공급망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위기 발생 시 대응 방안을 미리 잘 구축해둘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수입 공급망 안정을 위한 정책 지원으로 조달처 다변화에 따른 물류·통관 지원(33.7%)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수입품목 국산화 지원(24.3%), △신규 조달처 확보를 위한 정보 제공(20.0%), △안정적 교역을 위한 외교협력 강화(14.3%) 순이었다(복수응답).
대한상공회의소 김현수 경제정책팀장은 “언제, 무슨 공급망 리스크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공급망 다변화와 자립화를 위해 신규 공급선 물류지원, 수입품목 국산화 투자, 리쇼어링 인센티브 강화 등 전폭적인 정책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하며 “이번 조사는 2년간의 변화를 조사한 단기비교로 장기추세 파악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향후 공급망 피해현황과 대응실태를 지속적으로 조사해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