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관리권역법 시행에 전기차 보조금까지 줄어, 근로자 부담 증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대기관리 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대기관리권역법)’으로 택배업계가 또 다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해당 법안에 따라 내년부터 신규 등록하는 택배차량은 기존 경유 연료 트럭이 아닌 친환경 연료 트럭만 택배전용 번호판인 ‘배’ 번호판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안이 시행되면 새로 구입하는 트럭 중 친환경 트럭만 택배 현장에서 운행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경유차 비중이 워낙 큰데다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마저 줄어 친환경 트럭 대체를 고민하던 택배 운전기사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2024년 1월 1일부터 대기관리권역법 강행 
국회는 지난달 말 본회의를 통해 ▲재활용촉진법,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대기관리권역특별법, ▲건설폐기물 재활용촉진법, ▲악취방지법까지 5개 환경법안을 의결했다. 대기관리권역법은 자동차를 전기, 가스 자동차 등 미세먼지 배출량이 적은 차량으로 대체해 생활주변 미세먼지를 저감하고 어린이 등 취약계층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다.

해당 법안에 따라 택배용과 어린이통학용 경유차의 신차 운행은 올해 4월 3일부터 제한됐으나 법 개정을 통해 내년 1월 1일로 유예됐었다. 이 법안의 특징은 현재 운영 중인 차량의 경우 그대로 사용이 가능한 반면 신규, 증차, 대폐차(폐차의 영업용 번호판을 신차로 옮겨 부착하는 폐차 방법) 등에는 경유차 사용을 제한한다. 

택배차량 중 90%가 경유 사용
문제는 현재 경유 사용 비중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신속한 차량 전환이 어려운데다 실제 차량을 구매하는 택배기사들의 비용부담이 가중된다는 점이다. 한국생활물류택배서비스협회가 택배 종사자 2,17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현재 운행 중인 택배차량 중 경유 연료의 비중은 9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대부분의 택배기사들은 초기 차량 구입자금 부담으로 1,000~1,500만 원 정도의 중고 경유 트럭을 구입, 일을 시작한다. 그런데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면 택배시장에 신규 진출하거나 노후차량을 교체해야 하는 택배기사들은 2,000~3,000만 원 하는 LPG 트럭(출시 예정)이나 4,000만 원이 넘는 전기트럭을 구매할 수밖에 없어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현장에서는 내년부터 어떤 차량을 구입해야 할지 혼란이 가중되는 한편 일부에선 어떤 차량으로 결정해야 할지 걱정하는 모습도 이어지고 있다. 택배기사 김모씨는 “현재 운영 중인 차량이 노후돼,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다. 내년부터 경유차 출고가 불가능해 전기차를 알아봤지만 가격이 너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전기차 보조금도 줄어
내년부터 줄어드는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도 문제다. 1톤 상용 전기차 공급은 연간 20만 대에 이르는데 반해 올해 정부가 밝힌 1톤 상용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수는 5만 5천 대에 그쳐 턱 없이 모자른 상황이다. 한편 관련 보조금 지급이 끝나자 수요가 급감해 제조사에선 전기차 생산량을 줄였다. 전기트럭을 생산하는 현대자동차는 최근 재고가 늘어 1톤 상용 전기차 ‘포터II 일렉트릭’을 일시 생산 중단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전기화물차에 지원하던 국고 보조금까지 내년부터 300만 원 더 줄일 계획이다. 현재 전기트럭 구매 시 보조금은 1,000만 원, 지자체 보조금은 1,000만 원으로 총 2,000만 원의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내년부터는 1,700만 원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이에 따른 부담은 온전히 전기트럭을 구매하려는 소상공인과 택배 신규 진입 사업자들이 떠안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기트럭은 비용뿐만 아니라 부족한 충전시설도 법안 강행을 우려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택배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시설이 있는 택배 서브터미널 중 충전기가 3개 이하인 곳이 70%가 넘는다. 한곳 당 차량 100대가 운영되고 있는데 반해 충전기 사용 가능한 곳은 턱 없이 모자른 상황인 셈이다.

 

현재 국회에는 어린이 통학버스나 택배차량의 경유 연료 트럭의 사용 금지 시점을 5년 유예하는 내용을 담은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안(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됐으나 정쟁이 계속되면서 진척이 없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와 국토부의 입장을 듣고 싶었으나 수차례 전화에도 불구하고 연결은 불가능해 정부의 대안은 끝내 듣지 못했다. 

한편 택배기사들의 혼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한국통합물류협회 택배분과위원회 또한 환경부와 국회의원 등 관계자와 접촉하고 있으나 관련 법 유예에는 전혀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생활물류서비스 제공하자는 법 취지는 십분 공감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법안강행으로 택배현장의 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며 “아무리 관련 법 유예를 위해 국회를 비롯해 관련 기관 담당자들을 접촉해 봤지만, 아무도 대안을 내놓지 못해 업계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종이컵 사용 번복 때처럼 코앞에 닥쳐서 법안 유예에 나설 경우 이미 고비용의 전기차량을 구입한 차주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이에 대한 선제적 노력이 절실한 실점이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