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까지 누적 수출액을 분석한 결과 폴란드, 헝가리, 튀르키예 등 수출 비중이 크지 않은 교역국의 수출액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앞으로는 다양한 방법을 수출해 수출시장·품목을 다양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수출실적을 분석한 ‘우리나라의 국가별 수출실적과 호조국가 분석’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2023년 1~9월 누적 수출액 기준 전년대비 수출이 가장 많이 증가한 상위 10대 국가로는 폴란드, 헝가리, 튀르키예, 키르기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카자흐스탄, 미국, UAE, 벨기에, 카타르 등이 나타났다.

10대 수출액 증가국 중 미국을 제외한 9개국은 우리나라의 수출 규모 10~50위권인 국가로 9개국으로의 수출 규모를 모두 합치면 약 336.9억달러다. 이는 수출 4위인 일본(214.9억달러)보다 큰 수준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기존에 비교적 주변 시장으로 여겨졌던 국가들에서의 수출이 늘어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라며 “여기에 주요국 및 제품 교역의 반등세가 이어진다면 수출 회복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대한상의가 올해 수출실적이 있는 238개국을 대상으로 2023년 1~9월의 누적 수출액과 2022년 1~9월의 누적 수출액을 비교·분석한 것으로 조세피난처. 수출제재 대상국은 순위에서 제외했다. 

생산기지 확대·지정학적 위기 극복 등이 주효
대한상의는 미국을 제외한 10대 수출액 증가국에 대한 호조 품목 분석을 통해 수출증가 이유를 ▲EU 등 대형 경제블록 내 판매를 위한 생산기지 확대 ▲중앙아시아 등 지정학적 위기 극복 ▲방산 등 정부의 세일즈 외교 등으로 분석했다. 

특히 폴란드, 헝가리, 튀르키예 3개국은 유럽시장으로의 진출 교두보로 이차전지의 원료인 정밀화학원료의 수출은 폴란드에서 30.1%, 헝가리에서 73.8% 증가했다. 이들 국가에서는 각각 SK, LG 등의 이차전지 공장이 운영 중이다. 여기서 생산된 배터리는 독일 등 다른 EU 국가로 수출된다. 튀르키예는 자동차부품 수출이 40.1% 증가했는데 이는 현대차의 완성차 공장에서의 유럽 수출이 늘어난 영향인 것으로 분석된다.

4위부터 10위까지의 수출국 중에는 중동, 중앙아시아 지역 국가가 5곳 포함됐다. 키르기스스탄(4위), 카자흐스탄(6위)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영향으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러시아 간의 자동차 무역이 어려워진 가운데 한국의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 키르기스스탄에는 중소형 자동차(573.5%), 현대차 공장이 있는 카자흐스탄도 중소형 자동차(32.4%) 및 자동차부품(615.6%) 등의 수출이 증가했다.

사우리아라비아(5위), 아랍에미리트(8위), 카타르(10위) 등은 방산, 원전, 건설기계 관련 수출이 늘었다. 사우디는 다연장로켓 천무, 유도로켓 비궁 등 무기류(88.1%), 네옴시티 건설과 태양광 발전 증가 등으로 인해 건설중장비(81.7%), 유압식변압기(133.3%) 등 건설 관련 품목들의 수출이 증가했다. 

아랍에미리트는 바카라 원전으로 핵연료 수출로 인해 우라늄(494.2%) 크게 늘게 늘었으며 카타르는 북부 가스전 확장공사 등 건설 프로젝트를 우리 기업이 수주하면서 무계목강관(420.6%), 화학기계(5482.1%) 등의 수출이 급증했다. 

관심 덜 했던 중소형 시장에 대한 수출 전략 연구 필요
대한상의는 해당 지역에 생산기지 건설, 정부지원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수출시장을 확대·개척하고 향후 수출품목을 소비재 등으로 다양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헝가리, 벨기에로의 의약품 수출이 각각 84.6%, 77.3% 증가했으며 키르기스스탄과 카자흐스탄에는 한류의 영향으로 메이크업 및 기초 화장품 수출이 각각 49.2%, 57.6% 늘었다. 

또한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했던 중소형 시장에 대해서도 수출 전략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수출규모 11위 이하 국가도 수출액 비중은 32.1%로 적은 숫자가 아니며 향후 경제 발전 가능성, 개발도상국의 높은 청년인구 비중 등을 고려할 때 시장을 선점해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세계 무역시장은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방향으로 분절화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에 커다란 타격으로 돌아올 수 있다”며 “크고 익숙한 시장만을 의존할 것이 아니라 발전 가능성이 높은 틈새시장을 찾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