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양송화 한국식자재유통협회 회장

2010년, 미국식자재유통협회의 한국지사가 출범했다. 현재 한국식자재유통협회의 전신이다. 당시에는 식자재유통산업이 아직 국내에 뿌리내리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였다. 미국식자재유통협회의 한국지사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후 관심을 갖고 있는 기업들과 함께 현재의 한국식자재유통협회의 모습을 만들어 나갔다.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가를 받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한국식자재유통협회는 지난해에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협회를 주도했던 양송화 회장은 식자재 유통에 있어서 안전이 가장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업을 정의하는 법이 만들어지는 것이 시급한 선결 과제라고 말한다. 양송화 회장을 만나 식자재 유통산업의 현황과 미래, 그리고 식자재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Q. 식자재유통업을 협회에서는 어떻게 정의하고 있나?
A. 국내법에서는 아직 식자재유통업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 미국에서의 일반적인 정의나 광의의 유통산업 측면에서의 정의에 따르면 산지에서부터 고객에게 전달되는 10단계 이상의 많은 과정을 전부 식자재 유통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협회에서는 가장 마지막 고객을 기준으로 식자재를 공급하는 과정을 1차적으로 식자재유통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다시 말해 식자재를 고객인 외식업에 직접적으로 공급하는 업이라고 할 수 있으며, 많은 유통단계를 제외하고 가장 마지막에 최종 고객(식당)에게 식자재를 가져다주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협회가 식자재유통업을 이렇게 정의하는 것은 유통의 특성상 고객이 가장 중요한 공급사슬 주체이고, 그들의 요구가 반영되어야만 혁신과 변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 접점의 라스트마일 유통업을 식자재유통업으로 정의하고 있는 한국식자재유통협회는 이러한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협회이기도 하다.

시장 규모로 본다면 외식시장은 150~160조 원 정도의 시장인데, 이 안에서 25%에서 많게는 50%를 식자재유통시장으로 판단한다. 추정해보면 2022년에는 약 55조 원 정도의 시장으로 볼 수 있다.

식자재유통업은 크게 매장형과 배송형으로 나눌 수 있다. 매장형은 식자재마트, 즉 사람들이 직접 사러 가서 제품을 확인하고 구매를 하는 형태이고, 배송형은 주문을 통해 물류센터에서 직접 배송해주는 형태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배송형이 식자재 유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배송형은 브로드라인, 스페셜티, 시스템형의 3가지 형태로 분류된다. 브로드라인은 다양한 식자재를 직접 구매하고 있다가 식당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배송해주는 형태이고, 스페셜티는 특정 식자재의 전문성을 가지고 공급하는 형태이다. 시스템형은 식자재의 물류만을 대행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협회, 식자재 유통 플랫품 구축해 변화 촉진 중
Q. 산업의 정의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협회의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

A. 협회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이다. 식자재 유통산업 선진화와 안전한 먹거리의 두 가지 목적으로 모든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목적하에 협회는 초기부터 크게 네 가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식품산업 조사·연구, 식재료 해외수출 대관, 교육 및 식품안전관리, 세미나 및 해외벤치마킹이 그것이다. 그 안에 총 13개의 세부 사업이 있고, 필요에 따라 우선순위를 두고 추진해가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기업형 식자재 시장에 대한 통계 관리를 하고 있으며, 수입 식자재를 중심으로 구매대행과 공동구매를 추진하고 있다. 또 식자재 유통산업이 산업의 규모에 비해 법에 대한 기준이 불명확하고 다양한 법의 적용을 받고 있기 때문에 좀 더 명확한 법에 기반한 국가의 관리 육성이 가능하도록 진흥법의 근간을 마련해가고 있다.

식품 안전 관리를 위한 교육프로그램도 단계적으로 만들어 진행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식자재 유통산업에 적합한 교육프로그램이 없었다. 때문에 미국에 있는 선진 교육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서 만들고 있다. 세미나 또한 연 4회 이상 진행하고 있으며, 식자재 플랫폼을 만들어서 업계의 실질적인 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식자재 유통산업은 전통적이고 오래된 업체들이 많다 보니 새로운 변화나 성장을 위한 소통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들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 아쉬운 부분이 많다. 다양한 기술과 방법을 가지고 서로 협의해 나가면 더 좋은 상품을 더 저렴한 비용으로 받을 수 있는데 아직은 이를 이해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플랫폼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발전적인 사례나 모델들을 이해관계자들과 공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식자재 유통 인증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선진국의 인증 프로그램을 보면 ‘팜 투 테이블’, ‘팜 투 마우스’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농산물의 경우 별도의 세척을 하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안전을 확보하는 인증이다.

물론 아직 국내에 ‘팜 투 테이블’이나 ‘팜 투 마우스’의 개념을 도입할 수 있을 정도의 인증은 어렵다. 하지만 식자재 유통에서 식품의 최소한의 안전관리를 위한 인증은 필요하다.

국내에도 산지 유통부터 최종 소비자까지 단계별로 구분하면 단계별로 인증 프로그램들이 있다. 산지는 GAP, 제조 단계에서는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우수식품·의약품 제조·관리 기준)나 HACCP(해썹,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등이 있고, 글로벌 차원에서는 GFSI(국제식품안전협회) 인증이라는 안전 표준에 대한 인증이 있다. 하지만 제조사에서 하고 있는 GMP나 HACCP 등을 제외하고는 활성화가 되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식자재 유통에서는 관련 인증이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고 식품 안전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서 미국식자재유통협회의 인증을 벤치마킹해서 만들고 있다.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누군가는 해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 인증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금년 내로 식자재유통 식품안전인증 만든다
Q. 식품 안전 인증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A. 국내에 참고할 만한 인증 사례가 없어 글로벌 인증기관과의 제휴를 통해 벤치마킹해서 만들고 있다. 현재는 기본 모델은 다 만들었고 마지막으로 감수 작업을 하고 있다. 올해 안에 론칭하고 업계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안전관리를 포함해 총 187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온도관리, 식품안전관리, 정책, 조직, 인프라 등에 관련된 내용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사실 내용이 광범위 하기 때문에 한 번에 모든 항목을 만족하는 기업에게 인증을 부여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인증의 레벨을 1, 2, 3단계로 나눠서 단계별로 진행할 계획이다.

규모가 있는 기업들은 선제적인 투자를 진행했기 때문에 인증이 론칭되면 올해 안에 레벨 1을 취득하는 기업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인증을 받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인증에 대한 오해가 많은데, 인증은 한 번 받는다고 완벽한 것이 아니다.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준비와 개선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유지관리가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업에 맞는 안전관리 기준과 제도 정비 필요해
Q. 식자재의 식품안전이 중요한데 현재 어떻게 관리되고 있나?
A. 식자재는 전통적인 식품위생법상 산업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하지만 그 산업이 너무 복잡하다 보니 실제로 업에 대한 이해를 하고 누가 안전관리를 해야 하는지 불명확한 부분이 있다.

실제로 식자재를 시스템적으로 유통하기 위해서는 8개 정도의 인허가가 필요하고, 그 담당 주무부처도 다른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정부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식자재유통업이 더 가시적으로 기업화되고 산업화 되려면 그에 맞춰진 안전관리 기준이나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안전관리 기준이 엄격한 미국의 경우 식자재가 상온에 몇 시간만 방치되어도 영업정지 한 달을 당할 정도로 엄격하다.

식품은 온도관리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안전관리에 누수가 생기면 실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유통과정에서 콜드체인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식자재 유통 시장을 들여다보면 예전에는 개방형 트럭으로 유통되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탑차를 활용하는 등 온도관리 수준은 많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콜드체인이라는 것이 전체 과정에서 끊어지지 않고 일관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데, 유통과정에서는 관리가 부족한 상황이다. 온도의 수준이나 정보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면 영세한 개인 업체들이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추는 데 한계가 있는 것도 분명해 보인다. 규모가 있는 기업형 식자재 유통업체들은 구조적으로 갖춰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투자를 해온 반면 중소형 업체들은 투자가 부족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식자재유통업, 산업으로 인정받는 토대 필요
Q. 정부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무엇이 가장 시급한 문제인가?
A. 산업에 대한 정부와 학계의 이해가 중요하고 관심이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바탕으로 우선 업에 대한 정의와 업에 대한 법적 신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식자재유통업을 담을 수 있는 진흥법 같은 것이 필요하다. 이는 식자재유통업이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받는 토대를 만들 수 있는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민간의 노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스스로 산업을 정의하고 산업 환경을 조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 기업은 조성된 환경 안에서 역할을 하는 것이지 산업 환경을 만들 수 없다. 이후 시장의 변화에 맞춰 안전관리의 기준을 재정립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는 2016년 식자재 유통과 관련한 현대화법을 만들었다. 물론 이전에도 미국 FDA의 관리를 받기는 했지만 식자재 유통에 대해서는 민간 인증을 중심으로 자체적으로 관리를 해오다 법을 만들어 관리를 하게 됐다. 2016년 이후 식품을 다루는 모든 창고들이 등록을 하게 되어 있다. 이는 식품을 보관하는 창고는 매년 관리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국내에 이런 법이 없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국내에서도 향후에 이러한 법을 만들어 정부가 식품의 유통과정과 창고 등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관련법 신설, 산업화 위한 토대 마련에 힘쓸 터
Q. 앞으로도 협회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A. 우선 협회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업에 대한 정의나 관련법의 신설, 진흥법과 같은 것들이 제정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해나갈 계획이다. 이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식자재 유통과정의 안전을 위해 인증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갈 계획이다. 이는 협회가 무엇을 한다기보다는 식자재 안전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한 발짝 나가기 시작하면 시장에 다양한 인증 프로그램이 등장할 수도 있고, 업계 스스로도 식품의 안전관리를 적극적으로 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존에 진행되어왔던 다양한 사업들, 식자재 유통 플랫폼이나 구매대행사업, 교육 등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가면서 관련 기업과 이해관계자들의 변화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식자재 유통이 국내에 생겨난 지 오래된 만큼 이를 변화시키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누군가는 변화를 준비해야 하고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협회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양성화하는 데 노력을 해나갈 계획이다.

사실 국내에서 식자재 유통은 산업으로서는 초기라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협회는 산업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생각이다. 또한 식자재 유통산업을 오랫동안 봐오면서 국내외 다양한 기업들의 사례를 봤다. 사실 국내와 해외 기업의 차이는 크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나라 국민들도 더 좋은 식자재를 경험할 수 있는 환경과 기회가 협회를 통해 만들어졌으면 한다.

<이 기사는 콜드체인인사이트에 함께 게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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