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재순 호서대학교 교수(한국도시행정학회 도시물류위원회)

지난 6월 9일 (사)한국도시행정학회가 주관하고 국토연구원, 물류신문사, 서울숲사회혁신공유재단이 후원한 ‘2023 한국도시행정학회 상반기 학술대회’가 개최됐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한국도시행정학회 창립이후 처음으로 도시물류에 대한 기획세션이 마련됐다. 도시행정학의 이론적 연구를 통해 도시행정학의 발전을 도모하고 도시발전 등 실제 상황에 대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도시행정학회에서 도시물류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는 점은 물류 산업에 있어서 고무적인 일이다. 도시화로 인해 생겨난 다양한 문제를 민주적·효율적으로 해결하고 향후 생겨날 수 있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도시 정책을 수립·집행하는 도시행정 분야에서도 물류가 하나의 중요한 키워드가 됐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국도시행정학회 도시물류위원회 이재순 교수(호서대학교)를 만나 도시행정에서 물류에 대한 접근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고 향후 도시 내 물류는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에 대해 들어봤다.

Q. 한국도시행정학회에서 도시 물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한국도시행정학회는 1988년 5월 4일 창립되어 도시와 행정이라는 무형, 유형의 실체와 관계를 동시에 다루기 위해서 학제간(interdisciplinary) 접근이 요구되는 행정학, 도시 및 지역계획학, 경제학, 법학, 지리학, 부동산학, 도시공학, 사회학 등 다양한 학문의 다양한 융합을 시도하고 있는 학회이다. 도시행정에 대한 각종 연구 방법론 개발, 도시정부의 조직과 도시공공서비스 공급체계에 관한 이론과 기법, 도시개발 및 도시정책 평가, 도시개발 사례 연구 등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도시 공간 내 MFC(Micro Fulfillment Center)와 같은 물류시설이 배치되는 추세에 따라, 학회에서도 도시물류위원회를 개설하게 됐다. 도시 물류의 연구와 사례검토를 통해 산업적 트렌드에 주목하면서 이에 따른 정책적 제언을 도출하고자 한다. 또한 개인적으로 지자체 도시계획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물류시설의 공급 확대와 도시 공간 진입에 대한 정책 자문을 다수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에 대한 학문적 관심을 갖게 됐다. 이에 따라, 이번 상반기 학술대회에서 ‘도심형 물류로서 라스트마일의 성장전략 및 사례’라는 기획세션을 구성하여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심도 깊고 유익한 토론을 진행하게 됐다. 향후에도 도시행정 분야의 관점에서 Supply Chain Management가 어떻게 하면 도시 공간과 도시민들에게 잘 안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와 정책 제안이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 할 계획이다.

Q.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도시 물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동안 물류는 항만이나 공항이라는 SOC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국제교역에 의해서 재화의 이동이 이루어지고, 도시 외곽에 있는 물류센터를 거쳐 트럭킹에 의해 최종고객에게 전달되는 것이 일반적인 경로였다. 그래서 물류가 도시 내에서 공간이나 시설을 이용하여 운송의 기능을 한다는 것은 다소 거리감이 있었다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라스트마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커머스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이와 함께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제조, 유통 기업은 물론 물류기업에게도 이제는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됐다. 최종 소비자에게 제품을 전달하는 라스트마일은 전체 공급망 가운데 물류비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특히 팬데믹 상황에서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됨에 따라 소비자들의 구매단위가 작아지고 구매품목의 종류와 구매빈도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유통·물류전문가들은 라스트마일의 중요성과 함께 이를 뒷받침해야 하는 도심형 풀필먼트 센터의 기능적·공간적 중요성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국내 전자상거래 경쟁전략은 쿠팡을 위시하여 라스트마일 배송서비스의 속도전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도심형 물류센터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Q. 하지만 도시 내 물류시설을 만드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시 지역에서 물류시설 입지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류시설 설치를 위한 토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주민들의 반발로 인해 라스트마일 배송을 위한 신규 입점은 매우 제한적이다. 이러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일본은 몇 년 전부터 정부 주도로 도심 친화형 고층 물류센터를 개발 중이다. 도심형 물류센터를 공급하기 위해 도심 내에 물류시설용지를 지정하여 지목변경 및 용도제한을 두어 물류시설만이 공급될 수 있는 길을 열었는데, 우리도 이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정책 환경의 변화를 통해 주변과 조화로운 물류센터 디자인을 적용하게 하고, 안전성을 강화하여 주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한편,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춘 도심 내 물류센터를 공급하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책 환경의 변화를 통해 주변과 조화로운 도심내 물류센터 만들어야

Q. 도심형 풀필먼트 사례 중 관심 있게 보는 최근 사례는?
최근에는 도시 부동산 분야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라스트마일이라는 새로운 부가서비스를 런칭한 ‘hy’와 ‘중앙일보 M&P’의 사례를 관심 있게 보고 있다. hy는 2021년 3월부터 유통전문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라는 목표로 프레딧풀필먼트서비스 개시했다. 기존 프레시매니저를 통해 근거리 물류배송을 시작했으며 2022년 12월까지 누적 배송량은 100만 건에 달한다. 기존 hy의 유휴공간을 활용하고 부가서비스 추가라는 아이디어로 식품기업에서 유통·물류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최근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의 운영사인 메쉬코리아의 인수를 통해 라스트마일 시장에 대한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 관심 있게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중앙일보가 100% 출자하여 2020년 5월 신문 배달 기반의 유통 플랫폼을 활용하여 새로운 라스트마일 배송 사업에 진출한 중앙일보 M&P도 주목되는 사례이다. 서울(205개소), 수도권(461개소), 지방(472개소) 거점을 활용하고 있는 중앙일보 M&P는 신문배달을 위해 구축된 서울 직영거점 및 수도권/지방 일반거점의 안정적인 배송 인프라 보유하고 있고, 특히 소비자 인근 핵심 도심지역에 위치하고 있다는 접근성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AI 기술을 접목한 물류 체계를 구축하는 등 기술경쟁력 확보에 노력하고 있으며 2021년 12월까지 누적 배송량 217만 건을 처리하고 있다. 양사는 최종 소비자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으며, 주로 오전 시간 동안 공간 활용과 서비스 제공에 집중하는 점이 매우 유사하다. 특정 시간 이외의 유휴공간화 되는 시설과 인력을 활용해서 라스트마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사업 다각화의 좋은 사례일 뿐만 아니라, 두 기업 모두 유수의 플랫폼 기업과 전략적 제휴 또는 배송기업의 인수합병을 통한 서비스 확장을 시도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hy 프레시매니저가 코코라는 냉장카트로 도심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신선식품을 배송하는 방식이 획기적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새롭게 도심 내 물류 시설로 활용할 수 있는 주유소에 대해서도 관심 있게 보고 있다. 주유소는 일찍부터 대표적인 유휴부지로 물류업계의 관심을 끌어왔다. 주요 지역에서 수십 개씩 쉽게 찾아볼 수 있고 대단지 아파트 등 실생활 거주 지역 주변에 있는 경우가 많아 실제 물류거점으로서 역할이 충분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2010년대 후반 국내 대표 정유업계 기업인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관련 사업을 추진하였으나, 제한적으로 발생하는 물량과 고정적인 인건비 부담 등으로 지속적인 사업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주유소 내의 남는 공간을 물류처리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정도에 그치기보다는 주유소의 지하, 지상층을 개발해 택배픽업공간, 물류창고 등의 결합을 넘어서 스마트 물류시설, 로봇, 드론, 태양광, 전기연료 충전 등 복합기능 공간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GS칼텍스의 서초구 내곡주유소가 미래형 첨단물류 복합주유소의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Q. 도심 물류의 활성화를 위해 어떤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지난 4월 규제심판부는 新모빌리티로서 화물용 전기자전거의 도입이 가능하도록 해외 기준 및 국내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법적 기준을 조속히 확보하고 이와 함께 보행자·운전자의 안전 확보, 도로 통행을 위한 관리·주행 기준, 상용화 지원 방안 등 관련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이는 화물용 전기자전거를 라스트마일에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글로벌 표준에 맞게 규제 개선을 한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현행 ‘자전거법’은 승객용만 상정하여 중량을 30kg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어 화물 운송용 전기자전거에 대해서는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주요 선진국이나 글로벌 물류업계에서 도심 내 근거리 운송수단으로서 친환경 배송 수단인 화물용 자전거를 적극도입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독일의 경우 300kg, 프랑스 650kg, 중량 제한이 없는 미국·영국·일본·캐나다에 비해 아쉬운 부분이었다. 규제가 개선되면 도심지역 아파트 단지 내 택배 차량·이륜차 진입 관련 사회적 갈등의 해결 및 국민 편익 제고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사례와 같은 선제적인 규제개선이 정부 차원에서 다양하게 시도되기를 바라고, 본 학회에서도 신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들을 발굴하여 글로벌 기준에 맞는 정책적 제언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

Q. 향후 도시물류에 관한 연구 계획이 있는지?
최근 온라인 소비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3PL시장의 확대 등에 힘입어 물류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투자자들의 관심도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물류부동산에 대한 연구는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몇 년 전에 전체 물류시설의 40% 이상이 집중되어 있는 수도권의 물류부동산을 대상으로 임대료 결정요인을 분석한 바 있다. 입지적 특성 변수들 중 교통접근성을 나타내는 고속도로 IC에 가까울수록, 진입로가 넓을수록 임대료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수익형 부동산의 투자대상으로서 물류부동산의 시장특성이나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임대료 결정요인에 대한 실증연구가 자료 구득의 어려움 등으로 미흡한 실정이다. 때문에 물류부동산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또한 영국의 유통기업 테스코는 2009년부터 영국 런던 도심지에 운영 중인 점포 중 일부를 온라인 전용 물류거점 다크스토어로 변경해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고객의 일부 제품을 배송하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 업계에서도 매장 일부를 다크스토어로 전환한 롯데마트 잠실점과 구리점의 경우, 도입 한달(11월 27일~1월 3일 기준) 만에 온라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3.8%, 89.9% 상승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 전체 매출이 -0.8%로 소폭 줄어든 것과 대비되는 실적이다. 이러한 사례들을 토대로 도심 내 유휴공간 활용에 대해서 계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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