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의 스타트업 – 체인로지스 김동현 대표 

“라스트마일은 레드오션 중에 레드오션이다”, “라스트마일은 더 이상 수익을 내기 어렵다”

물류산업 내에서 라스트마일에 대해 최근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컬리가 심고 쿠팡이 쏘아올린 라스트마일 빠른 배송 경쟁에서 이제 스타트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구멍은 바늘보다도 작다는 것이 대체적인 인식이다. 그런데 이 라스트마일 시장에서 바늘보다 작다는 그 구멍을 뚫어내고 있는 스타트업이 있다. 요금이 아닌 서비스로 경쟁하며 시장에서 조금씩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체인로지스가 그 주인공이다.

약 20년 가까이 배송업계에 몸담아온 김동현 체인로지스 대표. 그 시간은 김 대표가 지금의 체인로지스를 흔한 라스트마일 스타트업에 머무르지 않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서울 강남에서부터 서울 전역, 그리고 이제 경기도까지 조금씩 배송권역을 넓혀가며 그들의 체인을 확장하고 있는 체인로지스에 대한 이야기를 김동현 대표를 직접 만나 들어봤다.

배송업계에 몸담아온 시간, 체인로지스를 꿈꾸게 하다
체인로지스가 간판을 내걸고 본격적으로 시장에 등장한 시점은 지난 2018년. 하지만 그 시작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동현 대표는 체인로지스 창업 이전, 약 15년 가량 배송업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이 현장에서의 경험은 라스트마일 단계에서 정말로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했다. 일찍부터 당일배송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한 김 대표는 실제 시장에서 당일배송을 선보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08년에는 용산 전자상가를 중심으로 당일배송 서비스를 구성해서 운영해보기도 했다”며 “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서비스를 이해하거나 사용하려는 사람이 부족해 자리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당일배송을 시장에 선보이겠다는 목표를 거두지 않았다. 그가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면서 느꼈던 가장 큰 부분이 기존 택배서비스가 넘어서지 못하는 단점들이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2015년 쯤에는 이미 글로벌시장에서 아마존이 빠른 배송을 실현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었고 중국의 경우에도 몇몇 기업들이 선도적으로 당일배송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배송서비스가 되기 위해서는 빠른 배송을 넘어 소비자가 원하는 타임에 마무리되는 배송, 그리고 가시성이 확보된 배송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러한 솔루션들을 시장에 선보여야겠다는 결심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 바로 체인로지스”라고 설명했다.

제 살 깎아먹는 요금 경쟁 NO! 체인로지스는 서비스로 승부한다
체인로지스는 현재 서울 전 지역과 경기도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4시간 당일배송 서비스 ‘두발히어로’를 전개하고 있다. 두발히어로의 경쟁력에 대해서 묻자 김 대표는 요금보다도 서비스의 질을 최우선으로 들었다. 분명 일반 택배가격에 준할 만큼 요금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있지만 서비스를 최고의 경쟁력으로 꼽은 이유는 뭘까? 핵심은 두발히어로만의 하루 3회전 배송시스템이다. 체인로지스의 두발히어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오후 1시에서 오후 5시까지, 그리고 오후 5시부터 오후 9시까지 진행하는 하루 3회차 배송시스템을 기반으로 오에 발생하는 배송건과 저녁에서 밤 사이 발생하는 배송건을 모두 문제없이 처리하고 있다. 하루 3회전 시스템을 구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김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김 대표는 “핵심은 기사분들이 한번 배송회전을 돌 때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송을 전개할 수 있느냐에 있다”며 “우리는 한번 배송에 최대한의 물량을 처리할 수 있도록 배송박스의 부피와 배송권역을 철저히 계산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권역을 무제한으로 두고 상품부피도 모두 받으면 더 많은 물량을 처리하게 돼 당장에는 외형확장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건 현장의 목소리를 경시했을 때 낼 수 있는 답안이라고 답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배송을 담당하는 기사분들의 현실을 모르고 서비스를 기획하게 되면 결국 아무도 배송에 나서지 않게 돼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다”며 “우리는 기업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우선 실제 배송에 나서는 기사가 최대한 효율적으로 일하고 돈도 충분히 벌어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한남동 센터에서 바쁘게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한남동 센터에서 바쁘게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체인로지스의 또 다른 무기, IT 역량
체인로지스의 창업 계기를 물었을 때 김 대표는 유독 ‘가시성 확보’를 강조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내가 주문한 상품이 언제 픽업되고 어떻게 배송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그리고 두발히어로에 가시성이라는 키워드를 녹여내기 위해 김 대표는 그 어떤 업체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만큼 IT 기술을 입혔다. 김 대표는 “아무리 뛰어난 IT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도 물류현장을 이해하고 있지 못하면 역할을 할 수 없다”며 “체인로지스는 배송업무 현장을 이해하고 있는 기획자와 IT 기술역량을 갖춘 기술자, 그리고 이를 전반적으로 설계하는 설계자 등 각각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우리 시스템에 맞는 최적의 IT 기술을 더해 솔루션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체인로지스의 높은 IT기술 역량은 이미 인정받고 있다. 토스와 CJ대한통운, 한진, CJ올리브영, KT롤랩 등 주요 기업들이 앞서서 체인로지스 시스템과의 연동을 추진, 완료하기도 했다.

현장 목소리 담은 솔루션으로 성장 이어간다
김동현 대표는 체인로지스 창업 시점부터 한 가지 생각을 고수하며 운영해오고 있다. 눈에 보이는 매출을 잡기 위해 무리를 하기보다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현장에서 실제 필요로 하는 목소리를 지속해서 경청하고 이를 통해 우리의 장점을 더 가다듬고 천천히 성장한다는 것이다. 당장의 조급한 배부름보다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두발히어로 서비스의 틀을 만든 김 대표의 이 생각은 적중했다. 김 대표의 계획대로 체인로지스의 성장그래프는 꾸준히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초를 기준으로 체인로지스의 두발히어로 서비스는 연간 배송 100만 건, 누적 배송은 300만 건을 기록하는 등 매해 2배 이상의 성장을 이루며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최근에는 경기도 부천시, 성남시, 고양시, 광명시, 하남시로 권역을 확대했으며 늦어도 올해 안으로는 더 넓은 경기도 지역을 커버할 계획이다. 고객사의 풀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브랜디와 닥터나우, 우먼스9999 등 고정적인 주문량을 확보하고 있는 주요 기업들은 물론 U+알뜰모바일, 리브모바일, SK7모바일 등 MVNO 시장도 접수했다. 김 대표는 “우선적으로 서울과 경기도에 총 14개의 지점을 두고 운영하면 수도권 지역에서는 두발히어로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수도권 서비스에 대한 기반을 충분히 다진 후 고정물량이 확보되면 향후 주요 지방 광역시에도 진출,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든 체인로지스의 두발히어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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