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사, 편의점 배송은 적자라 참여 꺼려…‘비용절감 아닌 상생 모색해야’

유통업계가 인플레이션 위기 경고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고심에 빠진 가운데 편의점 업계만 유일하게 불황에도 불구, 5만개 시대를 열며 여전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외견상의 편의점 성장세는 화려하지만 이를 뒷받침해 온 운송·물류 담당 운수사들의 경우 점점 편의점 입찰 참여를 꺼리고 있어 편의점 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편의점 업계도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당근책을 내놓으며 운송 물류회사들의 참여도 높이기에 나서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을 맞고 있어 대안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물류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편의점산업의 성장세를 지속하기 위해선 경쟁력 있는 운송 물류회사들을 구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지금처럼 단순한 비용 절감 요소가 아닌 파트너란 인식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잘나가는 편의점의 발목을 잡는 후방 물류서비스 실태를 점검해 봤다.

높은 지원금에도 적자 상황 발생…‘근무조건, 낮은 임금 걸림돌’
물류현장에선 편의점 물류를 담당하는 배송기사 확보 어려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들어 여러 이유가 겹치면서 편의점 배송기사 구하기가 더욱 힘들어진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운송사 대표는 “편의점 업계에서는 이미 4~5년 전부터 기사 한 명을 구하면 편의점 본사에서 600만 원 가량의 지원금을 주는 당근책을 시작했다”라며 “최근에는 한 편의점이 지원금을 1천만 원까지 인상했지만 여전히 배송기사 구하기는 쉽지 않아 운수사들의 입찰 참여가 저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초기 지원금은 일시불로 지급됐지만 일을 관두는 기사들이 많아 현재는 분할 지급하고 있다. 중간에 그만두는 배송기사들이 생기면 용차를 투입해 배송이 이뤄진다. 이 때문에 편의점 본사 지원금에도 불구하고 결국 적자로 어려움을 겪는 운송사들이 많다”고 밝혔다. 

이처럼 물류업계가 편의점 본사의 높은 지원금에도 불구, 협력사 입찰 참여를 주저하는 이유는 열악한 노동환경과 낮은 임금 등을 꼽는다.

또 다른 운수사 이 모 대표는 “편의점 배송은 대부분 주 6일 근무제로 1회/일 배송이 아닌 2회/일 배송을 하는 상황”이라며 “하루 2회 배송의 경우 월/완제 기준 700만원 이상의 비교적 고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다수 편의점 배송기사가 2회 배송을 하게되면 육체적·신체적으로 매우 힘들어해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이렇다 보니 처음엔 고수입만 보고 들어왔다 노동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일을 관두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여기에 더해 이런 내용이 배송기사들 사이에서 알려지면서 배송기사 구하기는 갈수록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는 셈이다. 

금리 인상에 차량할부 이자 부담 커져…‘내년 차량 가격 상승도 걱정’
이처럼 열악한 근무조건, 낮은 임금 등으로 편의점 배송기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최근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더해졌다. 

올해 중반부터 급격히 인상된 금리는 저금리 시대를 끝냈다. 고금리도 편의점 배송기사 구인난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운수사 직원은 “최근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올해 초 대비 배송기사의 차량 할부이자 부담도 크게 늘어난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이들의 실질 임금은 크게 하락했다. 새로 일을 하려는 신규 배송기사들은 늘어난 이자에 부담을 느끼는 등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2023년에는 차량 제조에 필요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이유로 화물차 가격까지 인상될 것으로 예고, 새롭게 업계에 진출하려는 배송기사들의 부담도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한 운수사 대표는 “열악한 근무환경과 금리 인상 및 경유가 인상에 따른 실질 임금 하락 등으로 편의점 배송업계의 경우 갈수록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며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현장 배송인력 구인난은 더욱 어려워져 편의점 확장에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 도급인력 확보도 문제, ‘노동환경’이 개선 키워드 
편의점에서 소요되는 각종 상품을 보관했다가 매일 일선 편의점으로 필요한 양만큼을 소분해 출고하는 물류센터의 운영 인력 확보도 향후 편의점 확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메이저 편의점의 도급 협력사 박 모 대표는 “편의점 본사에서 신규 센터를 확보하고 전체 센터 운영과 지선 배송까지 맡을 협력사 제안이 들었다. 하지만 현재의 비용으론 적자가 예상돼 선듯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본사에선 3개월 정도 운영을 해 보고 이후 실비로 정산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센터 내 재고 관리 등 상품 선별 분류인력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지선 운송서비스를 맡은 지입기사 수배도 엄두가 나지 않아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자신뿐 아니라 대다수 협력사도 생각이 비슷하다”며 “현재와 같은 비용으론 인력 확보가 어려워 향후 편의점 확장에도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편의점별로도 희비가 갈리고 있다. 편의점 업계 1, 2위의 경우 지선 배송 반경이 넓지 않아 그나마 배송인력 확보가 수월하다는게 업계 의견이다. 하지만 점유율이 낮고 추가 시장 확대에 나선 그 외의 편의점의 경우 배송기사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대도시 외곽에 자리 잡은 분류센터의 경우 센터 운영 도급인력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택배업계와 유사하다. 택배 역시 외곽으로 서브 분류터미널이 이전하면서 비용 상승, 노동환경 악화가 가속돼 인력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물류 전문가는 “결국 고객접점 서비스를 위해서는 물류 서비스 인력 확보가 중요하다. 원활한 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비용 인상, 노동환경 개선 말고는 뾰족한 대안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 악화에 따른 소비 감소와 더불어 금리 인상, 힘든 노동환경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 찾기가 향후 편의점뿐만 아니라 생활물류시장의 성장을 좌우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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