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커스 부르마이어 / 어크로스

강해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 있다. 우선 힘이 있어야하며 이 힘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주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관계관리 역량 또한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가장 필요한 역량이 있다. 그것은 회복탄력성이다. 모든 것이 원하는 데로 진행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 위기는 있게 마련이고 이로 인한 피해는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피해를 입었을 때 빠르게 정상으로 회복하는 능력 즉, 회복탄력성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예상할 수 없는 위기가 곳곳에 산재해 있는 불확실성이 높은 현 시대에는 회복탄력성은 모든 형태의 조직은 물론 사회 전체와 개개인에게 이르기까지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역량이라 할 수 있다. 코로나19는 사회계층간은 물론 국가 간의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에 대해 회복탄력성의 차이로 인해 발생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경제적으로 구조적으로 회복탄력성이 높은 개인, 조직, 국가는 빠르게 일상으로의 복귀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한 개인, 조직, 국가는 피해로부터 정상적인 회복이 이루어지질 못함으로 인해 더욱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궁극적으로 국가는 수많은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조직은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결국 개인과 조직의 회복탄력성 저하는 불확실성이 높고 언제 어떤 위기가 닥쳐올지 예상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개인은 물론 나아가 국가의 안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될 수밖에 없다. 어느 한 부분이 회복되질 못하면 장기적으로 그 지점으로부터 새로운 위기가 닥쳐 올 수 있다는 것이다.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마커스 부르마이어 교수가 저술한 ‘회복탄력사회’는 위기에 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려해야 할 사안은 무엇이며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바람에 흔들려도 꺾이지 않는 갈대
현 시대는 외부 환경 변화의 속도에 비해 사회 변화 대응력이 뒤처지고 있다. 그것은 기업들도 마찬가지이다. 지금까지 모든 관리와 경영은 ‘적시(Just In Time) 접근법’에 기반한 계획을 수립해 운영해왔다. 효율성에 최우선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시에 기반한 관리와 운영은 예기치 못한 충격에 매우 취약하다.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교란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코로나19는 기존에 우리가 정상으로 생각하고 당연시했던 것들에 대한 고정관념과 경직성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계기가 되었다. 과거에는 예방이라는 것을 통해 부정적인 사태를 사전에 감지하고 대응하는 구조에 초점이 맞추어져 왔다. 그러나 예방은 과거의 경험에 의해 예측이나 예상이 일정 부분 가능하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위험은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한 충격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예방이란 대응책이 얼마나 효용성이 있을까? 앞으로는 부정적인 위험을 회피하기 보다는 이에 대한 충격에 대해 탄력 있게 회복할 수 있도록 개인, 조직, 사회, 국가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프랑스의 유명한 작가인 장 드 라 퐁텐은 회복탄력성과 관련하여 떡갈나무와 갈대를 비유했다. 떡갈나무는 튼튼하고 강인해서 웬만한 바람에는 끄떡없다. 반면 갈대는 작은 바람에도 휘어진다. 그러나 거센 태풍이 몰려오면 떡갈나무는 결국 부러지고 만다. 그러나 갈대는 심하게 흔들릴지언정 결코 부러지지 않는다. 즉 견고성은 일정수준의 충격에는 버텨내지만 큰 충격에는 버틸 수 없다. 그러나 갈대는 아무리 큰 충격이 오더라도 일정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온다. 앞으로 다가올 충격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할 충격일 가능성이 높다. 예상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큰 충격이 될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견고함보다는 회복탄력성이다.

사회 계약으로서의 회복탄력성
회복탄력성이 없는 모든 조직과 사회는 지속이 불가능하다. 코로나19 사태는 개인주의적 사고로는 회복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한 사회의 존속여부는 구성원간의 ‘사회계약’의 충실성에 달려있다. 사회계약이란 각 사회가 존속할 수 있도록 지탱해주는 메커니즘을 의미한다. 사회계약은 명문화 되어 있거나 법제화 되어 있지 않는 것도 상당수 있다. 사회계약은 사회의 회복탄력성에 기여하는 모든 힘과 메커니즘을 포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사회계약 자체가 회복탄력성이 되어야 한다. 외부 충격에 견딜 수 없다면 사회계약은 별 쓸모가 없다. 이를 위해 사회계약은 두 가지 측면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하나는 구성원이 서로에게 초래하는 외부 효과를 억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재난과 재해 등과 같은 충격으로부터 구성원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다. 외부효과란 개인이나 집단의 행동이 다른 사람과 집단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외부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회계약을 이행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공권력을 동원하는 방법이다. 코로나19 봉쇄조치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시장을 통하는 방법이다. 시장은 평시에는 가격이라는 매개를 통해 사회계약이 이행될 수 있으나 예상치 못한 충격에는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 마지막 세 번째는 사회적 규범이다. 이는 공권력 같이 강압적이지 않으며 사회전반에 영향력을 줄 수 있지만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역량은 한계가 있다. 사회적 규범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집단 정체성을 확립해야한다. 즉 공동체의식은 사회적 규범을 유지함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회적 규범, 시장, 정부는 사회계약을 이행함에 늘 붙어 다니는 조합이며, 사회의 특성에 기반해 최적의 조합을 찾아야 한다.

회복탄력성 기반의 사회
회복탄력성은 경제의 회복탄력, 보건의 회복탄력, 사회적 회복탄력, 환경의 회복탄력성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경제의 회복탄력이란 충격으로 인해 경제적 기반이 붕괴되었을 때 이에 대한 회복능력이다. 이 경우에는 정부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유동성공급, 금리조정 및 규제완화 등을 통해 경제적 회복력을 높이는 정책들이 수행된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위기 발생 시 수행된 정책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추후 인플레이션 등 또 다른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여지가 높다. 두 번째는 보건의 회복탄력성이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은 공중보건의 관점에서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병상 부족이나 의사와 간호사들의 높은 피로도 상승 등의 문제가 야기되고 있으며 특히 인도, 아프리카 등의 개도국은 코로나19로 인해 결핵 등 필수 예방접종이 정상적으로 시행되지 못함으로 140만 명 이상이 이로 인해 사망할 수 있다는 예측치가 나오고 있다. 특히 보건 회복탄력성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면 이는 더 큰 재앙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사회적 회복탄력은 사회적 이동과 회복에 대한 부분이다. 실패를 했을 때 이를 극복하고 재기를 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었는가와 노력에 의해 사회적 이동이 가능한지 여부이다. 그러나 최근 여건을 보면 사회적 회복탄력성은 점차로 그 기능이 약화되어가고 있다. 사회적 회복탄력성은 그 사회가 얼마나 공정하고 균등하게 기회가 제공되고 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이다. 환경의 회복탄력성은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이다. 지구온난화, 온실가스, 무분별한 자연파괴 등은 인류에게 큰 재앙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그 재앙의 수준은 현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환경의 회복탄력성은 인류의 생존이 걸린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다.

회복탄력성은 New Normal 시대의 가장 핵심역량이라고 판단된다. 이는 개인에서부터 국가에 이르기까지 예외가 없을 것이다. 인류가 발전할수록 위험으로부터 받는 충격은 더 커질 수밖에 없으며, 누구도 그 충격을 피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누가 더 빨리 충격으로부터 정상적으로 돌아오느냐가 경쟁우위의 원천이 될 것이다. 회복탄력성을 위해서는 경직성보다는 유연성 그리고 나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열린 마음과 변화가 클수록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가 가장 기본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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