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바이크는 물류의 노동 줄일 수 있는 솔루션” - 임성대 에코브 대표이사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현대자동차에 모빌리티 개발연구원으로 입사했던 임성대 대표. 어떻게 하면 더 멋진 모습의 차를 그려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는 사내벤처를 통해 에코브를 이끌게 된다. 약 15년간의 회사생활을 마무리하고 과감하게 분사를 택한 그는 지금 에코브를 국내 화물바이크 업계의 다크호스로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모빌리티 개발연구원에서 물류 스타트업 대표까지. 그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달려갈 길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카 디자이너에서 사내벤처 대표로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모빌리티 개발연구원으로 현대자동차에 입사했던 임성대 대표이사. 입사 초기, 임 대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정신없이 일을 배우고 적응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임 대표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현대자동차 사내벤처였다. 임 대표는 “뜻을 함께하기로 한 공동대표와 어떤 아이템이 좋을까 고민하다가 생각해낸 것이 전기자전거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 전반적인 분위기가 전기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을 때였고 BMW, 아우디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도 전기자전거 모델을 선보이고 있던 터라 이러한 영향으로 공모에서 선정됐던 것 같다고 말한 임 대표는 “하지만 본격적인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전기자전거에서 화물바이크까지, 치열했던 고민의 시간
현대자동차 사내벤처라는 타이틀을 달고 야심차게 에코브의 시작을 알렸던 임 대표. 하지만 막상 주요 글로벌 기업들의 전기자전거 모델과의 경쟁에서 앞서는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뚜렷한 방법이 없었다는 게 정답일 것이다. 임 대표는 “어떻게 하면 우리만의 경쟁력을 갖춘 전기자전거로 시장에서 경쟁을 펼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약 2년간 했었던 것 같다”고 당시를 되돌아봤다. 그리고, 첫 번째 언덕을 넘기 위한 임 대표의 결정은 차를 제조하듯이 자전거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자전거를 제조할 때는 튜브라고 하는 알루미늄 파이프를 조합하여 일일이 손으로 용접하여 제작하는 방식인데, 임 대표는 자동차처럼 프레스 방식으로 이를 구현할 수 있다면 사람이 투입되는 과정을 없앨 수 있다는 생각을 해냈다. “공동대표를 통해 만난 외부업체 대표님께서 우리의 생각을 듣고 흔쾌히 손을 잡아주셨다”면서 “일반적인 전기자전거에서 한 단계 경쟁력을 갖추게 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덕은 머지않아 또 나타났다. 당시만 하더라도 아직 국내에서 전기자전거에 대한 수요가 충분치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금형투자를 통한 생산원가를 고려했을 때 한 번에 만들어내는 만큼 충분한 생산량이 담보되어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데 상황은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그야말로 위기에 봉착했던 임 대표는 카고바이크라는 새로운 곳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당시 알고 지냈던 국내 전동드라이브 시스템 개발사 관계자로부터 화물자전거의 가능성에 대해 들을 수 있었고, 우리의 기술력이라면 해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한 임 대표는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물류용 모빌리티 솔루션에 집중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에코브의 화물바이크 플랫폼, 충분한 경쟁력 갖췄다
에코브表 화물바이크 기술은 이미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에코브의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계기는 지난 2019년 열린 CES 2019에 참여하면서부터다. 당시 전시회에서 4륜 전기자전거를 발표하며 글로벌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은 에코브는 해외에서 점차 확대되고 있는 화물바이크 시장 공략을 위해 본격적인 움직임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실제 최근 화물바이크를 도입하고자 하는 일본의 한 물류업체에서 에코브의 모델에 대해 구체적인 관심을 표하기도 했고, 코로나19가 완화되면 에코브의 글로벌 시장 공략은 더욱 구체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시장에서의 활약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화물바이크의 운영과 관련된 구체적인 법안이 존재하지 않아 실제 물류부문에서 적용되고 있지는 않지만, 올해부터 경북 지역 규제자유특구를 통해 화물바이크의 시범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임 대표는 “국내 몇몇 주요 물류기업들이 이번 시범사업에 실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을 정도로 화물바이크는 주목받는 미래 운송 솔루션”이라면서 “실증사업을 거친 후 화물바이크가 운영되는 지역이 점차 확산되다 보면 길거리에서 택배나 화물을 운송하는 화물바이크를 확인하는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류 노동 줄이는 역할 해낼 수 있을 것”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임 대표는 화물바이크의 다른 강점으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물류노동자들의 노동 과부하 특히 택배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의 개선에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물론 물류가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더 좋고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을 경감시켜주는 것은 미래 물류를 위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더 빠른 배송을 위해 도심지역 내 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MFC)의 숫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고 이에 따라 센터 간 배송거리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데, 짧은 거리를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행할 수 있는 솔루션이 바로 화물바이크”라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라스트마일의 개념으로 초소형 전기차나 전기자전거 등을 활용할 수 있는 개념은 이미 일반적이다”라면서 “그러나 에코브는 한 발 더 나아가 물류센터에서 택배분류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상자를 하나하나 롤테이너에서 카고로 옮기는 작업을 줄일 수 있고, 말단 배송기사는 이 카고박스를 자전거에서 쉽게 분리하여 직접 배송현장에 활용할 수도 있는 새로운 탈착형 카고시스템을 개발 중이다”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물류의 전 과정에서 관련 종사자들의 노동부하를 줄여 새롭게 진화하고 있는 도심형 물류산업의 효율을 증대할 수 있는 솔루션을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어 임 대표는 “시속 25km에 이를 만큼 속도를 낼 수 있는 화물바이크는 안전과 속도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물류 솔루션”이라며 “이미 유럽 등지에서는 화물바이크가 실제 시장에서 점점 더 활용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 이를 이끌 수 있는 선두주자로 나설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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