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2’ 통합으로 경쟁력 확보할 수 있지만 독과점, 가격 인상 우려

역대급 수출 호황 속에서 항공산업 역시 화물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처럼 항공화물 산업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동시에 항공산업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분기점에 서 있기도 하다. 바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 문제가 눈앞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한국청년물류포럼은 대한민국 항공화물 산업의 태동과 성장을 돌아보고 이번 인수합병의 시사점에 대해 살펴봤다.

항공물류, 뚝심으로 세계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
우리나라 최초 항공화물 수송은 1929년 일본 동경에서 서울, 대구, 평양, 신의주 등에 정기 우편물을 포함한 일반 화물을 수송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일본에서 항공의 중요성을 깨달은 신용욱은 조선비행학교를 설립, 한국 항공산업이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 조선비행학교는 2차 대전과 한국 전쟁을 겪으면서 조선항공사업사, 대한국제항공사, 대한국민항공사로 이름을 바꿨다.

정부는 적자에 허덕이던 대한국민항공사를 1960년 대한항공공사로 탈바꿈시켰지만 계속 적자에 시달렸다. 이에 대한항공공사를 인천 항만에 거점을 두고 영업을 하던 물류기업 한진상사가 인수해 1969년 대한항공이 출범한다.

대한항공은 우리나라 최초의 태평양 횡단노선인 서울-LA 노선 운항, 뉴욕/도쿄 등 주요 해외 공항에 대한항공 전용 터미널 개장, B747-400F 화물기 도입 등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했다. 이 같은 투자와 맞물려 한국 총수출액이 1977년 연 100억 달러, 1988년 연 1,000억 달러, 2011년 연 1조 달러를 기록하는 등 가파르게 성장해 대한항공은 2004년부터 6년간 IATA 발표 국제 화물 수송 부문 1위에 오른다.

한국 항공산업은 2018년 기준, 국내/국제 여객자수와 화물 운송실적을 모두 합해 291억 Ton-Km을 운송하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얼어붙은 항공업계, 항공화물 실적으로 한숨 돌려
2021년 1분기, 대한항공의 매출 비중에서 화물수송은 77.3%를 차지했다. 이는 팬데믹 이전 20%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여객자 수요는 90% 이상 줄었지만 대한항공의 화물수송 매출이 증가한 이유는 하반기부터 적체됐던 물량이 풀리고 자동차 부품 등 기본 품목 외에도 반도체, 바이오 관련 수출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IATA는 Annual Report를 통해 2020년 전 세계 항공화물 수익이 항공사 전체 수익의 34%를 차지했는데 이는 이전에 비해 10~15% 늘어난 수치라고 밝혔다. 2020년 하반기부터 백신, 반도체 등의 수송이 전체 물동량 증가는 물론 수익성에도 큰 역할을 담당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폭발적인 화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화물 공급을 늘렸다. 화물 노선에 화물기 투입 대수를 늘리는 것은 기본이며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해 적극적으로 화물 노선에 투입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보잉-B777 기종 여객기 10대를 화물기로 개조했으며 화물을 실을 수 있는 장비를 설치한 반 개조 화물기를 2대 추가 개조해 총 35대의 화물기를 운항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2020년 A350-900 여객기 4대를 개조하고 일부 유휴 여객기를 화물수송에 투입해 화물 수송력을 극대화했다.

이에 더해 해운 물류대란의 여파로 항공화물 수요가 증가하면서 2011년 9월 셋째 주, TAC 항공 운임 지수 중 홍콩-북미 노선 평균 운임은 1kg에 10.25$를 기록했다. 이는 집계를 기록한 2015년 이후 최고치다.

현재 항공업계는 역대 최고치 수준의 화물실적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손실을 최대한 보전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항공업계를 빅뱅을 일으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이 진행 중이다.

항공물류 전환점이 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아시아나항공은 좋은 화물실적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리스비 지출과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적자 경영에 허덕이고 있었다. 이런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이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2020년 12월부터 약 3개월간 아시아나항공 및 자회사 서면 실사, 직원인터뷰, 현장 방문 등을 완료환 후 허브공항 통합활용과 기재, 인력사용에서 네트워크적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하고 2021년 3월 17일 아시아나항공 합병계획(PMI)을 산업은행에 제출했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지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관련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현재 기업 결합 심사에 필수승인 국가 9개 중 대만, 터키, 태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았으며 나머지 절차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계획대로 연말까지 필수승인을 모두 받아 항공 수요 회복이 예상되는 2023년까지 인수를 완료하고 2년간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독립운영 후 통합해 대한항공이라는 브랜드만 남길 계획이다. 

산하 LCC 또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절차와 같은 절차를 통해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모두 통합해 외국 항공사들과 경쟁하는 통합 LCC를 만든다는 것이 대한항공의 목표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통합에는 중복인력문제, 얼라이언스 통합문제, 기종 차이로 인한 운용 항공기 효율성의 문제 등 다양한 걸림돌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독과점’이다.

2019년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내선 여객 합산 점유율은 42.2%, 화물 점유율은 63.1%다. 양사의 LCC까지 합치면 여객은 66.5%, 화물은 81.9%까지 상승했다. 국제선의 경우 여객 합산 점유율은 56.0%이며 화물 점유율은 89.6%이며 양사의 LCC까지 합치면 점유율은 여객 73.1%, 화물 93.4%가 된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간한 국감 정책자료집을 보면 국내 공항에서 운항 중인 노선 435개 가운데 통합 항공사가 독과점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노선은 50.8%인 221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천발 시드니행, LA행, 뉴욕행 인기 노선은 대한항공-아시아나 합계 점유율이 100%에 이른다.

이 같은 독과점에 대한 우려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 현재 미승인 6개국은 모두 국내 심사를 주시하고 있으며 공정위는 특정 노선에서의 독점이 심화되어 항공권 가격 상승 등 소비자 효용이 감소하는 것이 아닌가를 두고 여전히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이 계획하고 있는 통합 일정도 2023년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경쟁력 vs 요금인상’, 통합 뒤 과제는…
글로벌 항공사의 대형 M&A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매출기준 상위 3개사를 살펴보면 2008년 노스웨스트항공과 합병한 델타항공, 2014년 US에어웨이스와 합병한 후 통합한 아메리칸항공그룹, 2010년 콘티넨털항공과 합병한 유나이티드항공 등 통합으로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항공사 합병은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지만 필연적으로 요금상승, 소비자의 선택권 축소 등으로 이어졌다. 

 ▲ 출처 : 월스트리트 저널 American-US Airways Merger: Fewer Seats and Higher Fares?
 ▲ 출처 : 월스트리트 저널 American-US Airways Merger: Fewer Seats and Higher Fares?

펜실베이니아 대학 Avi Grunfeld 교수는 항공사 합병 후 델타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이 요금 외에도 다양한 부가서비스 부분에서 소비자 부담을 증가시켰다고 밝혔다. 심지어 2010년 아메리칸항공 그룹의 회장이었던 Scott Kirby는 회사 내부 프리젠테이션에서 인수합병이 가격을 올리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었다고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세계 항공화물 시장에서 5위, 23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되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3위까지 순위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특히 미주, 유럽 장거리 노선에서의 경쟁력을 가진 대한항공과 중국, 동남아 등 중·단거리 노선에서 경쟁력을 가진 아시아나항공이 통합될 시 장·단거리 노선에서의 노선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항공업계는 위드 코로나를 기대 속 큰 변화 앞에 서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어떻게 결론 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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