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산업 현장에 ‘평화의 시대’ 열고 싶어

생활물류시장을 대표하는 택배산업이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위원장 진경호, 이하 택배노조) 출범 5년여를 넘기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그 중심에 2기 택배노조 진경호 위원장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진 위원장은 지난 30여 년간 관련 법안이 전무했던 택배업종의 우산 역할을 하게 될 생활물류법의 본격 시행과 노사정이 치열한 논의 끝에 사회적 합의까지 이뤄냈다. 여기다 택배업계의 숙원이던 표준계약서 도입까지 3가지 목표를 모두 마무리 짓는 성과를 얻었다. 

진경호 택배노조위원장은 인터뷰를 시작하며 “오늘의 결과물은 그동안 어려운 조건에서도 치열한 투쟁을 해온 전임 위원장 이하 노조원들의 노고 덕분”이라며 “향후 택배노조의 운영 방향은 3가지 성과물을 연착륙시키는 한편 이에 기초해 투쟁만이 아닌 ‘대화할 땐 대화’, ‘투쟁이 필요할 땐 투쟁’하는 방식으로 택배산업에 평화 시대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진경호 위원장의 향후 택배노조 운영전략은 지금까지 노동조합을 지키려는 방식에서 벗어나, 택배현장을 최적화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또 지금까지 정부 및 택배기업들과의 적대적 대립 관계에서 벗어나 상호 협조할 부분을 협조하는 한편 일선 노조원들과는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생활물류법과 사회적 합의 실행, 표준계약서 작성 등의 성취한 결과물을 실질적으로 연착륙시키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진 위원장은 “택배기업들과 노조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노동운동에 나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투쟁 일변도 노동운동 방식과 달리 “줄 건 주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얻는 실리적 노동운동 전략”의 표방인 셈이다. 

그동안 앞만 바라보며 달려온 노조 운영방식과 전혀 다른 전략이다. 새로운 시대를 열어 나아갈 진경호 택배노조위원장을 만나 앞으로의 택배노동조합 운영 방안을 들어봤다.

산적한 문제 실타래 풀어, 연착륙시키고 미진한 부분 보완 

국내 택배시장 6만여 근로자들의 수장인 진경호 위원장의 인터뷰 첫인상은 ‘자신감’과 색다른 출발 의지를 느끼게 했다. 이전의 노조위원장이 ‘매번 치열하게 싸워야만 하는 환경’이었다면, 2기 택배노조의 진경호 위원장의 전략은 치열한 노동운동의 한고비를 넘겨 어느 정도의 ‘여유로움’을 엿볼 수 있게 했다. 

그렇다고 자만심은 결코 아니다. 일선 택배 현장 근로자들에 대한 애정은 여전히 크지만, 이들을 더욱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방안 마련 전략에 대한 고민은 인터뷰 내내 깊은 인상을 줬다.

진 위원장은 “택배서비스가 시작된 지 30여 년이 다가오면서 관련 법 부재와 정부 정책의 무관심, 이에 따른 택배기업들의 일방적 ‘마이웨이’ 운영전략에 묻혀 제대로 된 목소리 한번 내지 못한 택배 현장 근로자들의 피해가 너무 컸다”며 “향후 노조의 전략은 지금까지 풀지 못했던 산적한 문제의 실타래를 일정부분 푼만큼 이를 현장에 연착륙시키고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진 위원장은 택배요금 정상화 부문에서 “정부도 택배기업도 찾지 못한 해법을 풀었다는 점에서 향후 택배노조와 택배기업들 간의 대결국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관계 정립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택배기업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물론 택배 파업에 대해 소비자들의 불편을 가중한 점에 대해선 죄송한 마음을 전했다.

이와 함께 진경호 위원장은 “택배산업이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택배기업들의 노력이 있었음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택배산업이 더 성장하고 국민, 유통·물류기업, 노동자 모두가 상생하기 위해서는 택배기업들의 ‘선의’에만 기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진 위원장은 “택배산업은 지금까지 일방적이고, 무법체계의 운영 방식을 일관해 왔던 만큼 이제 변해야 할 시기가 왔다”며 “일 예로 유독 더운 여름임에도 불구, 선풍기도 없는 터미널 현장에 선풍기 설치를 요구하면, 기업들은 여전히 전압 문제를 핑계로 설치할 수 없다는 그들 입장에서의 답만을 내놓는 등 소통과 논의가 아닌 원-웨이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문제”라고 꼬집었다.

사회적 합의 성과 내려면, 지속적인 협의와 소통 필요해

진 위원장은 정부, 기업, 대리점, 택배노조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기구’가 제 기능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정부와 기업, 그리고 노동자단체가 더 자주 만나 허심탄회하게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경호 위원장은 “사회적 합의기구는 말 그대로 ‘합의’가 중요하다. 한쪽에서 끝까지 거부하면 합의가 쉽지 않다”며 “하나처럼 보이는 택배기업들도 각자의 기업규모와 처해진 상황이 다르다. 또한 치열하게 경쟁 중인 상대이기 때문에 합의가 어렵다”고 말했다. 진 위원장은 “쿠팡도 이제 택배사업을 하기 때문에 택배기업으로 법률적인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단호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진 위원장의 또 다른 고민은 사회적 합의안을 비롯해 생물법과 표준계약서 작성 등에 실행 부분이다. 성과물은 얻었는데, 실제 택배현장에서 이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실행하느냐에 대한 부분이다. 

따라서 진 위원장은 “합의안과 생물법에 따른 근로조건 등에 대한 현장적용과정에서 데이터를 기반한 개선 방향을 적극 도입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말로만 ‘과도한 노동을 하고 있다’가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고된 노동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 수집을 통해 합의안과 생물법 상의 노동시간을 최적화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지난 1월 8일, 생활물류법의 국회통과에 대한 감회는 진 위원장에게 어떤 의미일까. 진 위원장은 “마침 1월 8일은 택배노조가 설립된 날로 감회가 새로웠다”며 “법과 제도가 완비된 역사적인 해”라고 회상했다. 이어 택배 표준계약서 도입 역시 택배노조가 얻은 중요한 변화라고 강조했다.

진경호 위원장은 “전국에 있는 6만여 택배 노동자들이 동일한 위수탁 계약서를 적용해 자신들의 직업 안정성을 높이고, 불합리한 계약조건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진 위원장은 “매년 정부의 택배사업자 인증 항목에 표준계약서 작성과 이에 대한 적용 여부를 반영하는 만큼 각 택배기업들이 관련 사항을 챙기는 것이 중요해 졌다”며 “이 때문에 표준계약서 작성은 빠르게 택배현장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합의 성과 ‘국민들 지지 덕분’, 대리점 갑질 전체시장 악영향

진경호 위원장은 “택배노조가 택배산업의 한 주체로 인정받고 지금의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배경은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택배노조 하면 ‘파업’을 연상하지만 이번에 내놓은 사회적 합의가 합의 내용대로만 이행만 된다면 택배기업들과 각을 세우는 대결국면은 연출되지 않을 것이며, 향후 상생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 인상된 택배서비스 수배송 수수료에 대해 진경호 위원장은 “분류인력 투입 등의 비용 추가에 따른 가격이 인상됐다”며 “대부분의 택배기업들이 인상한 택배가격에서 분류비용을 쓰고도 추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들 비용이 실제 택배현장 노동환경 개선 등에 우선 사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진 위원장은 “돌아보면 지금까지 택배기업들과 굵직한 여러 논란 항목은 많이 해결됐다”면서도 “일부 영업대리점 등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식 밖의 갑질 행위는 여전히 노사 간 갈등의 변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택배기사들은 조합원 한 명의 문제가 전체 근로자들의 이슈로 비화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택배기업이 앞뒤 없이 소속 근로자들에게 일방적 행위를 강요하는 일선 택배대리점에 대한 면밀한 점검을 통해 논란이 될 수 있는 이슈를 사전에 차단하는 등 단호한 조치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연봉 1억 원과 같은 여론몰이 역시 노사 간 불신을 조장하는 요인”이라며 “통상 택배기사들은 부가세 10%, 대리점 수수료 13~20%, 차량운영 유지 등 평균 경비만 40% 정도 소요되는 만큼 연봉 1 억원을 벌려면 한 달에 1만개 이상을 수 배송 해야 하고, 주 6일 근무에 90시간 이상의 노동에 나서야 하는 만큼 논란의 소지를 없애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진 위원장은 “일부 기업의 경우 이번에 내놓은 사회적 합의 이행을 회피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합의안을 시행과정에서 또다시 거부할 경우 강력하게 대응할 계획이며, 표준계약서 역시 제대로 작성되는지 등을 꼼꼼히 체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별개로 “사회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에서 노조 지도부에 대한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등 노조 적대시 정책을 노골화하고 있어 이에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며 “택배현장의 불안정성을 조장하는데 대해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진경호 위원장은 “다시 한번 택배기업들의 지속적인 투자와 운영개선 노력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앞으로 택배현장이 상식에 근거한 노사 상생을 이뤄내는 합리적 산업시장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 실행방안 만들고, 택배노조 1만명 시대 열 것

인터뷰 내내 진경호 위원장의 한마디 한마디는 달라진 노조를 인식할 수 있을 만큼 결연했으며, 부드럽지만 강한 카리스마도 엿 볼 수 있었다. 

진 위원장의 말처럼 택배노조는 2021년 들어 계획했던 굵직한 목표들을 이뤘다. 하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불이행 시의 대안, 미처 논의하지 못한 여러 이슈가 남아 있다. 예를 들면 주 5일 근무제 도입과 택배가격에 대한 백마진 해결 등이다. 따라서 이번에 이룬 목표를 연착륙시키며, 해결하지 못한 이슈도 차근히 풀어간다는 전략이다.

현재 택배노조 노조원 규모는 전체 근로자 6만 여명 중 10%를 조금 넘는 수준인 약 7천 여명 정도다. 진 위원장은 “노조가입의 필요성에 부정적 의견들이 이번 결과물을 통해 긍정적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합리적인 노동운동을 통해 자신들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고, 직업에 안정성도 높아졌음을 확인하게 되면서 노조의 위상이 높아졌다. 올해 목표는 1만 명의 택배노조를 구축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제 택배서비스는 생활물류시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항목이 됐다. 진 위원장의 의견처럼 이제 택배산업은 그동안의 택배기업들의 일방통행식 운영에서 벗어나 근로자들과의 상생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 하루 15시간의 노동과 이에 대한 비천한 수익구조 역시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고민해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A 택배기업 임원의 말처럼 “그동안 기업과 근로자의 대결구도를 벗어나 기업은 수익을 개선하고, 서비스 현장은 행복하고 안정된 노동환경 구조를 만드는 연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실천할 시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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