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일 로지스틱스 (AGILE LOGISTICS) ⑤
박재용 로지스팟 공동대표

 ▲ 박재용 로지스팟 공동대표
 ▲ 박재용 로지스팟 공동대표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 주문이 늘면서 시장에 드러나지 않던 물류에 관심이 쏟아졌다. 생소하던 미들마일과 라스트마일이라는 개념도 이목을 끌었고, 각 기업들은 빠르고 효율적인 운송에 주목하는 계기가 되었다. 높아진 관심만큼 실제 기업들의 물류업무에도 변화가 있었을까? 

이번 글에서는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기업 내 물류담당자들이 미들마일과 라스트마일의 물류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그리고 물류 디지털화 방향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려고 한다.

미들마일 VS 라스트마일
로지스팟에서 지난 4월 기업 내 물류 담당자 426명을 대상으로 미들마일과 라스트마일에 대한 인식 그리고 물류 디지털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이 업무 중요도에 있어 미들마일을 69.5점, 라스트마일을 78점이라고 응답했고, 실제 디지털화 수준도 미들마일은 51.5점, 라스트마일은 66.1점으로 기업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업무도, 디지털화에 있어 우선순위를 두는 곳도 라스트마일 영역이 우위에 있었다. 라스트마일 영역의 업무 효율화, 디지털화가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기업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기업의 50%이상이 효율화와 전문화를 위해 물류를 위탁한다. 특히 미들마일 시장의 국내화물운송은 위탁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데, 유통업과 제조업은 80%이상이, 기업규모 5,000억원 이상의 기업은 100% 국내화물운송업무를 물류협력사에 위탁하고 있다고 조사됐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미들마일 시장규모가 약 30조원으로 라스트마일 시장규모 약 7조원의 4배 가량 큰 시장이다. 이처럼 미들마일은 기업 물류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고 전문성을 이유로 위탁비중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왜 중요성과 디지털화가 물류현장에서 간과되는걸까?

이는 운영과 관리의 중요한 요소를 묻는 질문에서 대답을 찾을 수 있다. 미들마일과 라스트마일 모두 비용을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 대답했고, 그 다음 중요한 요소로 운송품질과 서비스, 운송업무 효율을 꼽았다. 그런데 차이점은 미들마일 영역에서 더 많은 물류 담당자가 ‘비용’을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운송업무 효율’은 라스트마일 영역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비용절감의 대상으로 미들마일 시장을 보면 디지털화를 통한 업무 효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코로나19로 많은 기업들이 공급망에 타격을 입고, 매출하락과 원가상승으로 인해 어려움을 경험할 때 역설적이게도 이커머스 시장은 급성장하고 물류업과 대기업은 위기 속에서 기회를 발견하며 매출증대를 이뤘다. 

실제 자체 설문 중에서도 물류업과 5,000억원 이상 규모 대기업의 40%는 코로나19의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대답했다. 여기서 대기업의 매출상승은 코로나19와 같이 변동성 높은 시장에서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오히려 온라인 주문 극대화로 수혜를 입었다는 의미다.

우리는 이커머스 시장의 급격한 성장 속에서 동반 성장하는 기업들이 어떤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시장변화와 고객의 요구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물류 프로세스 즉, 애자일 로지스틱스가 아닐지 조심스레 의견을 제기해본다. 

미들마일부터 라스트마일까지 디지털화된 물류역량이 충분히 갖춰진다면, 다른 요인들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급격한 시장변화 또는 민첩함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의 요구도 결국 비즈니스의 기회로 다가올 것이다. 

기업의 경쟁력은 어느 한곳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