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구치 슈, 구스노키 겐 / 리더스 북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는 그동안 사람들로 하여금 지금까지 일하던 방식에 대한 변화를 요구했다.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디지털 기술은 인간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는 방식으로의 일에 대한 관점과 범위의 변화를 몰고 왔다면 코로나19는 일을 수행하는 방식에 대해 강제적인 변화를 초래했다. 이러한 일에 대한 개념과 방식의 변화 속에서 일을 잘한다는 것에 대해 이전에 우리가 인지하고 있던 것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을 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예전에 성과를 내던 방식이 지금도 ‘최선의 업무 방식’이라고 믿고 고수하는 사고는 현 시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변화된 현실에 적합한 업무 방식을 추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일은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정보나 의견교환을 통해 진행되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업무환경은 이러한 상호교환적 일의 수행 형태를 독자적 수행 형태로 강제 변화 시켰다. 물론 여러 채널을 통한 소통은 가능하지만 이전과는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여건 속에서 일을 잘 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은 무엇이며, 무엇에 주목해야 하는가? 그리고 코로나19 이후 변화되어질 변화 속에서 일을 대하는 태도는 무엇에 주목해야 하는가? 이 책은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뉴타입의 시대’를 저술한 야마구치 슈와 일본 최고의 전략 컨설턴트인 구노스키 겐이 ‘일을 잘하는 것이 무엇이며, 이를 위해 어떤 역량을 배양해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을 토론 형태로 기술한 책이다.

일하는 기술은 있어도 일하는 감각은 없다?
사람들은 누구나 일을 함에 있어 큰 성과를 내길 원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업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업무 기술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 하에 최근에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디지털 기술 습득에 몰두하고 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평일 이른 아침부터 비즈니스맨들로 북적이고 있으며, 미술과 음악, 문학 등의 강좌에 비즈니스맨들의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 비즈니스맨들이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영역이 아닌 예술적이고 감각적인 영역에 대한 트레이닝 참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예측이 쉽지 않은 작금의 경영여건에서는 논리적 경영만으로는 더 이상 비즈니스를 리드해 나가기 어려우며, 정답이 명확하지 않은 모호성의 시대에는 논리적인 지식과 이성적인 사고로 여러 난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만이 가질 수 있으며, 한계가 없는 감각적 역량을 키워야 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능력 중 분석과 논리적 사고 등의 중요성은 강조된 반면 감각적, 직관적 사고는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게 취급되었다. 따라서 과학과 기술은 비즈니스에서 기반이 되는 영역인 반면에 예술과 문학은 비즈니스와 관련성이 낮은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던 것이 일반적이었다. 최근 기업 경영에서 ‘로지컬 씽킹’ 보다 ‘디자인 씽킹’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고객에 대한 논리적 설득과 이해보다는 고객의 감수성 자극과 공감에 대한 비중이 높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고객들이 실용성에 기반한 소비보다는 의미를 부여하는 소비로써 소비의 개념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것은 과거에는 문제의 발생이 해결책 보다 많음으로 문제 해결에 대한 요구가 많아졌다면 현재는 문제보다 해결책이 과잉으로 공급되고 있는 시대이다. 고객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해결책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이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고객들이 인지하고 있지 못하는 문제를 찾아내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앞에서 언급한 사항들이 일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기술적 역량이 뛰어나다고 해서, 수용이 가능할지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현상을 바라보고 해석하고 시사점을 찾는 능력, 즉 감각이 필요하다.

감각의 시대가 온다
일반적으로 분석을 기술적 영역으로 생각하고 있다. 데이터가 중요한 현재는 더욱 분석에 대한 기술이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두 가지가 있다. ‘왜? 무엇을 분석할 것인가’ 즉, 목적과 대상에 대한 부분과 ‘분석결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인사이트의 도출에 대한 부분이다. 이 두 가지는 기술의 영역보다는 감각의 영역이다. 아무리 훌륭한 분석 도구가 있다고 하더라도 상기의 두 가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분석은 무의미하다. 그런데 현실은 기술에 기반한 분석 도구에 대한 관심이 높다. 분석 도구를 숙지하기 위한 노력은 기울이지만 목적과 대상 그리고 인사이트를 얻기 위한 감각적 부분에 대한 비중은 낮다. 그러나 분석에 대한 성과는 후자에 기반 한다. 이것이 기반이 되지 못한다면 모든 분석과 관련된 일은 ‘쓸모없는 일’이란 측면의 결과가 도출될 것이다. 비단 분석영역 뿐 아니라 모든 일에 있어서 내재적 동기와 내적 감각과 기준의 정립은 중요하다. 자신의 가치 기준을 외부 과학이나 이론에서 찾으면 갈증도 적고 상대방을 이해시키는 것도 용이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보편적 가치에 자신의 가치를 맞추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 속에서 일을 하는 사람의 성과는 대부분 보편적 성과에 머무르고 만다. 그 어느 때보다 전략적 사고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고 경쟁의 구도는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독자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기술보다는 감각이 필요하며, 그 감각이 통찰력으로 연계될 때 비즈니스뿐 아니라 전 영역에서 차별적 위치에 서게 될 것이다.

일을 잘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기술은 일을 잘하는 데 있어서 필요조건이지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기술은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기술 분야에 대한 인력이 부족하면 그 기술이 효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그 기술을 배우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달려들게 된다. 결국은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현상이 발생될 수밖에 없다. 이전에는 그 기술을 가진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인해 최상급의 처우를 받겠지만 공급이 초과하는 변곡점을 넘게 되면 결국은 평균수준의 기술 인력이 아니라 최상급 수준의 기술 인력만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일을 잘한다는 개념을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일할 사람이 필요한 건지, 일을 잘할 사람이 필요한 건지, 일할 사람은 해당 영역에 공급이 초과되면 가치를 상실하는 반면 일을 잘하는 사람은 늘 수요가 넘친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인가?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에서 문제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원하는 소비를 한다. 그 문제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늘 문제의식을 가지고 문제를 만들고 이를 공론화하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다. 해야 할 일들을 구조적으로 나열하여 우선순위를 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시퀀스를 수립하여 일을 진행하는 사람이다. 시퀀스는 조합이다. 순서 간의 논리를 정확하게 파악할 때 성과가 나온다. 일이 차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에 대한 시퀀스가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 시퀀스에는 그 사람의 경험에 기반한 히스토리가 있고 독창적인 전략이 반영되어 있다. 그리고 이것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다. ‘아웃사이드 인’이 아니라 ‘인사이드 아웃’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아웃사이드 인’은 외부로부터 해결방안을 찾아 내재화 시키는 것을 의미하고, ‘인사이드 아웃’은 내부로부터 해결안을 찾아 외부로 확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성공적 기업들의 전략은 ‘인사이드 아웃’이다. 외부정보에 대한 의존하기 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논리화하고 이를 스토리화 할 수 있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다.

감각을 육성하기 위한 방법
많은 사람들은 감각은 선천적이기 때문에 후천적으로 이를 발전시키는 것은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감각은 인간에 대한 이해로부터 기인한다.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기술적 역량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문학 관점에서의 교육도 무적 중요하다. 스티브 잡스는 신제품 개발 시 사전에 시장조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신 애플에는 주요부서 별로 인문학자들이 배치되어 있다. 그들은 주요 일상적 미팅은 물론 주요 의사결정이 진행되는 회의까지 빠짐없이 참여한다. 스티브 잡스는 기술은 인간에 대한 이해 위에서 실용화가 가능하다고 하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회사 조직의 구조적 운영은 애플 전 직원에게 일에 대한 감각을 발전시키는 데 큰 효과를 발휘했다. 그리고 전체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각을 기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부분만 알고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전체에 대한 이해는 사고적 능력을 발휘하게 함으로 올바른 결정을 함에 큰 영향을 미치게 한다. 전체를 파악하게 하는 것은 기업의 구조와 조직문화로 발전시킬 수 있는 영역이다.

다니엘 핑크가 저술한 ‘새로운 미래가 온다’에서 앞으로의 시대에 필요한 역량으로 ‘High Concept, High Touch’의 개념을 소개했다, 이는 논리적, 과학적 사고보다는 예술적, 감성적 기반의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능력(High Concept)과 인간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High Touch)의 중요성이 높아지게 됨을 시사했다. 아울러 이는 좌뇌 중심의 교육체계에서 우뇌에 대한 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함을 주장했다. 과학, 기술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과학과 기술이 인류를 이롭게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감각적 능력이 더해져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일을 잘하는 사람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을 잘하는 사람을 육성하기 위한 기업의 관점도 이젠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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