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일 로지스틱스 (AGILE LOGISTICS) ④
박재용 로지스팟 공동대표

 ▲ 박재용 로지스팟 공동대표
 ▲ 박재용 로지스팟 공동대표

여러 산업 중에서도 특히 제조업은 공급망 내 물류 비중이 높지만 여전히 많은 제조기업들의 물류 프로세스는 단절되어 있다. 이번 글에서는 제조기업에게 애자일 로지스틱스의 도입이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연결’을 만드는 애자일 로지스틱스
제조기업은 거래처나 고객사에 거의 매일 화물을 운송하고 운송 받지만, 대부분 전화나 팩스로 업무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데이터가 기록되거나 한 곳에 모이기 힘들다. 이렇게 단절된 정보로는 시장을 예측할 수 없고, 제품을 시장에 빠르게 선보일 수도, 고객의 요구에 빠르게 반응하기도 어렵다. 이렇듯 물류가 애자일 하지 않으면 매출 하락과 시장 후퇴로 이어지므로, 제조기업에게 애자일 로지스틱스의 도입은 필요를 넘어서는 과제이다. 

그렇다면 먼저 애자일 로지스틱스가 무엇인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애자일 로지스틱스는 고객의 주문을 받아 원자재를 조달-제조-완성품을 배포하는 물건의 이동 과정, 즉 물류 프로세스가 끊임없이 변하는 시장과 고객의 요구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이 애자일 로지스틱스 도입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는 단일 플랫폼을 통해 물류 프로세스를 통합하고 연결하여, 코로나19와 같은 변동성 높은 시장 속에서도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제조부터 최종 소비자까지 각 단계의 정보가 연결되면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를 바탕으로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의 낭비를 줄이고, 고객 서비스의 질을 향상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또 물류 플랫폼을 기업이 자체적으로 구축한 ERP에 연동함으로써 공급망 전체를 연결할 있고, 이를 통해 업무 방식의 변화와 비즈니스 혁신을 이룰 수 있다. 

ERP와 물류 플랫폼을 연동하면 고객의 주문접수를 자동으로 배차할 수 있다. 즉, ERP에서 주문접수 뒤, 운송사에 전화하고 운송비는 엑셀에 정리하는 번거로운 과정이 생략된다. 또 주문접수와 배차가 시스템에서 자동적으로 연결됨에 따라 물품의 종류나 수량 등 운송에 필요한 정보를 잘못 입력하는 휴먼에러도 없어진다. 주문과 운송까지 모든 과정에 대한 가시성을 확보하고, 모든 운송정보가 ERP에 기록되어 관련 부서나 담당자와 공유할 수도 있다. 

그리고 모든 운송정보가 추척되고 시스템간에 공유되기 때문에 데이터 기반의 분석도 가능해진다. 분석을 통해 물량과 운송비의 트렌드를 예측하고, 이는 곧 원가에 반영되어 적절한 금액을 설정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에 운송이 단순히 물품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에 영향을 끼치고 가치를 창출하는 영역으로 바뀌게 된다. 

이러한 물류 프로세스의 연결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파트너를 선택해야 한다. 

제조기업에게 물류는 수익창출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당장 기업에 내부화 시키기에는 초기비용이 높기 때문에 많은 기업이 물류를 아웃소싱한다. 물품 생산 공정에서부터 고객에게 운송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전 물류과정을 물류기업에 위탁하고, 기업은 절약한 비용과 에너지, 자원으로 다른 활동에 투자한다. 

물류기업 입장에서도 동일한 물류 자원으로 여러 화주기업의 물류를 담당하여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 

2020년 2월 물류학회지에 소개된 논문 ‘제조기업과 제3자 물류서비스 기업간의 파트너십이 기업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화주기업과 물류서비스 간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로 운영적 협업, 전략적 협업, 정보공유 세가지를 꼽았다. 

이 세가지 관계가 긴밀할수록 기업의 리드타임을 줄이고 공급체인 효율성과 유연성을 높이며, 고객 만족도를 향상해 기업의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하지만 이런 관계가 항상 긍정적인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만약 물류서비스 기업이 정해진 기한을 준수하지 못하거나 분실 또는 훼손 등의 사고가 일어난다면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물류서비스 기업은 화주기업을 대신해 고객을 만나므로 기업은 신중하게 물류 파트너를 선정해야 한다. 

제조업의 변화
한국은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전 세계적으로 최상위권에 속하지만 제조업의 디지털 도입률은 낮은 편이다. 2020년 OECD의 <한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OECD 상위 50% 국가의 절반 수준으로, “특히 중소기업은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데이터 같은 첨단 IT 기술 활용에서 뒤처져 있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로 공급망 단절 사태를 겪으며 제조업이 다시 각광받고 있지만,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과거에 머물러 있는 제조업이라면 후퇴할 수 밖에 없다. 애자일 로지스틱스가 변화의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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