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튼M. 크리슨텐슨 외/ 부키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왜 혁신이 필요한지에 대해 명확한 의미와 가이드를 제공해주고 있는 대표적인 학자로 주저 없이 ‘클레이튼M. 크리스텐슨’ 교수를 첫 손가락으로 꼽고자 한다. 그가 저술한 ‘혁신기업의 딜레마’에서 그는 혁신을 통해 성공한 기업들이 더 이상 시장 지배력을 확장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으며, 그의 대표적인 저서인 ‘파괴적 혁신’에서는 성공한 기업들이 인지하지 못한 영역에서 소수의 세력에 의해 견고하다고 생각했던 그들의 시장이 조금씩 잠식되어 결국은 파괴되어지고 만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그러한 파괴적 혁신 이론은 현재의 산업구조를 완전히 바꾸어 놓는 하나의 주류가 되었다. 크리스텐슨 교수를 비롯하여 크리슨텐스 연구소의 수석 연구원인 에포사오조모, HBR편집장 출신인 캐런딜론이 공동으로 저술한 ‘번영의 역설’에서는 막대한 노력과 재정 등의 지원이 제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나라들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원인과 그 대응방안에 대해 통찰력 있는 분석과 관점을 제공해 주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가난한 나라들을 위해 많은 나라들이 원조라는 이름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 식수를 위해 여러 곳에 우물을 파주고, 적지 않은 식량도 지원을 하고 있다. 그리고 기본적인 삶의 영위를 위해 교육을 위한 학교도 지어준다. 의료를 위한 병원을 건립하고 의사와 약품을 공급해 준다. 이러한 원조 사업에는 매년 수 백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된다. 그러나 이렇게 천문학적인 재정이 투입되었지만 지원을 받은 어느 나라도 현재의 가난을 극복하고 번영의 길로 들어섰다는 사례는 아직 접해보지 못했다.(저자는 유일한 나라로 한국의 예를 들고 있다.) 식수를 위해 파 놓은 우물들은 메꿔져 있고, 학교와 병원은 절반 이상이 문을 굳게 걸어 놓은 채 방치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번영이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복지적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러한 과정이 외부의 힘에 의해 우물을 파주고, 식량을 제공하고 학교와 병원과 같은 건물을 지어주는 것으로 형성될 수 있을까? 현물에 의한 직접적인 지원은 현실의 문제를 일시적으로 완화시켜 줄 수 있으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 눈에 보이는 가난의 현상을 완화시키려고 할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번영을 창출할 수 있는 데 초점을 맞추기 위한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 이것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지속적인 번영을 창출하기 위한 혁신
혁신이란 어떤 조직이 노동, 자본, 원재료 그리고 정보를 한층 더 높은 가치의 재화와 서비스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의미한다. 혁신은 지속성 혁신(sustaining Innovation), 효율성 혁신(efficiency Innovation), 시장 창조 혁신(market-creating Innovation)의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지속성 혁신은 현재의 위치를 유지하는 것에 초점이 된 혁신이다. 휴대폰의 매년 새로운 버전 출시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기존 시장의 점유율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효율성 혁신은 조직 내부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 즉 적은 자원으로 큰 성과를 올리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시장 창조 혁신은 글자 그대로 새로운 시장, 아예 존재하지 않는 시장 또는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인해 일부 극소수만 혜택을 받고 있는 시장을 대중적이고 범용적으로 재창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앞선 두 가지 혁신은 현상을 유지하는 것에서 가치를 찾는 혁신이라면 시장 창조 혁신은 미래지향성에 기반을 두고 있는 혁신이다. 새로운 시장 창조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간편하고 저렴하게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이 구매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 기존의 비소비 영역의 시장을 규모의 시장으로 만들어 냄과 동시에 ‘일자리창출’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낸다. 아울러 시장 창출 혁신의 성과로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고 시장이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시장 자체의 존속을 위한 필수적 요소들인 유통 및 교통체계, 인재 확보를 위한 교육과 원활한 소통을 위한 통신 그리고 시장을 활성화하고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공공 정책 수립 등의 새로운 요소들이 새롭게 마련된다. 이를 시장 창출 혁신의 ‘끌어당기기 현상’이라고 한다. 즉 시장 창출 혁신은 단지 시장 창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경제, 정치, 인프라 차원의 발전을 유도한다는 의미이다. 이것이 하나의 사회가 이전보다 한 단계 진일보할 수 있는 방식이다. 어떤 나라가 경제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가난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다면 그 나라는 성장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 혁신과 관련된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멕시코는 지정학적으로 볼 때나, 무역 등 경제적 여건, 그리고 제조 산업부문은 상당히 발전되어 있으며, 기업의 생산성 또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기업환경평가’에서도 전체 190개국 가운데 49위로 이는 이탈리아, 벨기에, 중국 보다 높은 수치이며, ‘신용 확보’ 측면에서도 6위, ‘계약 이행 및 분쟁 해결’ 부문에서도 41위로 결코 국가 경쟁력 또한 낮은 수준이 아니다. 그러나 멕시코를 선진국가로 분류하지 않는다. 멕시코는 번영을 하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멕시코의 기업들은 지나치게 효율성 혁신에 치중하고 있다. 그 결과 멕시코는 글로벌 기업의 생산 기지로서의 역할은 충실하게 하고 있지만 막상 내수의 비소비 시장에 대한 창출과 이와 연계한 끌어당기기 현상 차원의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지 못한다. 멕시코의 효율성 혁신은 자국의 번영이 아닌 타국의 번영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번영의 장벽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번영을 위해서는 선진 제도와 정책의 도입이 필수적인 전제조건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한 나라의 제도와 정책은 그 나라 사람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해 나가는 방식의 문제와 직결된다. 따라서 제도와 정책은 선진국의 것들을 참조는 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현지의 조건이라는 맥락 속에서 토착적으로 형성되어야 한다. 부패가 만연한 시장은 투자를 유치할 수 없다. 그렇다고 부패를 완전히 근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부패는 ‘노골적이며 예측이 불가능한 부패’, ‘은밀하며 예측 가능한 부패’의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패가 심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은밀한 뒷거래가 있지 않으면 일이 진행되기 힘들다. 그러나 중국은 번영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은밀하지만 예측이 가능한 부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에 투자를 할 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이를 비용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노골적이면서도 도무지 예측을 할 수 없는 부패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린다. 그렇다고 예측 가능한 부패를 인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과거 선진국들도 부패로 인한 경제적 폐해가 상당했다. 그러나 이들 국가에서는 기존의 시장을 키우거나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투자에 대한 혁신이 확대되면서 부패근절에 대한 의식들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은 부패를 척결하고 그 토대에 혁신에 대한 투자를 통해 번영을 추구하는 순서를 생각하고 있지만 역사는 그 반대의 순서가 필요함을 입증하고 있다. 번영하는 국가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인프라 건설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인프라는 어떤 사회가 가치를 저장하거나 유통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메커니즘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즉 인프라 자체가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프라 구축에는 엄청난 재정이 수반된다. 인프라는 시장 창출 혁신을 통해 끌어당기기 현상에 연계되어야 그 효용성을 최대화할 수 있다. 무분별한 인프라 확충은 궁극적으로 사회적으로 엄청난 부담만 남길 수 있는 위험성이 있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시장 창조 혁신의 몇 가지 원리
시장 창조 혁신은 본성상 일자리를 창출하고, 인프라를 끌어당기며, 미래 성장의 강력한 기반이자 이 성장을 이끌어 내는 촉매 역할을 한다. 시장 창조 혁신의 원리를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모든 나라는 성장을 이루어 낼 수 있는 비소비 영역이 반드시 존재한다. 이 시장에 대해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둘째. 오늘날 시장에 나와 있는 제품들 중 상당 부분은 필요 기능만을 구조화하면 가격을 현재 보다 충분히 저렴하게 만들어 냄으로 비소비 계층에게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셋째. 시장 창조 혁신은 단지 하나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차원을 넘어서는 일임을 이해해야 하고 기업 차원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협력해야 한다. 넷째. 밀어붙이기가 아니라 끌어당기기에 초점을 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마지막 다섯째는 비소비를 표적화하면 규모 확대비용은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이상의 다섯 가지 원리와 원칙 하에 시장 창조 혁신은 실행되어야 한다.

이 책에는 실제로 시장 창조 혁신의 사례들이 여러가지 제시되어 있다. 특히 아프리카 지역의 통신사업, 인도의 의료사업 등 산업적, 기술적 수혜를 받지 못하고 외면되어왔던 비소비 계층을 대상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여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의 성과를 만들어 낸 사례는 높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은 시장 창출 혁신을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첫 번째는 소비 계층과 비소비 계층을 구분 짓는 요소들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한 노력이며, 두 번째는 이를 토대로 보이지 않는 장벽을 헤치고 나가야 할 기업가 정신을 갖춘 혁신가들이다. 이러한 부분들이야 말로 지속적인 번영을 위해 우리 국가가 갖추어야 할 경제적, 사회적으로 축적되어야 할 국가적 자산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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