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가치사슬 훼손과 물류망 파괴가 ‘뉴노멀’이 된 시대

“세계 경제가 2차 대전 이후 가장 큰 위기 맞았다.”
장 클로드 트리세 유럽중앙은행 전 총재의 말처럼 전 세계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으로 인한 감염병 위기로 인적·물적 이동이 과도하게 위축되면서 사상 유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글로벌 가치사슬(GVC) 훼손, 산업경쟁력 구도의 재편, 고용 상황 악화 등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한 불안한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로 경제규모 상위 20개국 모두를 포함한 글로벌 GDP 50%에 해당하는 국가들이 이동제한을 시행 중이다. 그 파장은 소비자 지출 감소, 공장 폐쇄, 글로벌 물류망 파괴와 함께 기업의 매출과 이익, 일자리, GDP 등에 연쇄적 영향을 주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의 세계가 어떻게 변화될 지에 대한 세부 예측과 대응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지만 앞으로의 세계가 지금까지의 세계와는 완전히 다를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거리두기’는 우리 생활 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경제·사회 분야의 구조적 변화로 △비대면화(Untact)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2년치에 해당하는 디지털 전환이 단 두 달 만에 일어났다”라고 말했으며, 세계경제포럼은 “디지털 대전환이 가속화할 것이이며, Digital First Business의 진짜 시험대”를 맞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한국사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플랫폼 기반 교육, 비대면 의료, 원격 근무 등 비대면 활동 속도와 범위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이 과정에서 데이터 수집·축적·활용 인프라와 초고속 정보통신망에 대한 수요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코로나19에 따른 소비재산업 영향 분석’(2020.6)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이후 △언택트(Untact), △홈코노미(Home+Economy), △나를 위한 소비(Egocentric Consumption) 등의 세 가지 소비 트렌드가 모든 소비자층에서 관찰되고 있으며, 이 같은 트렌드는 코로나 이후 ‘뉴노멀(New Normal)’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언택트(비대면) 소비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대면 접촉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서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은 채 소비하는 비대면 방식의 소비 행태를 말한다. 언택트 소비가 전 산업군으로 확산되면서 언택트 소비에 대응한 전략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코로나19로 반강제적으로 자택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집콕족’으로 불리는 홈코노미가 증가하고 있다. 바깥에서 여가를 즐기던 것과 같이 집에서 다양한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지원하는 제품·서비스에 대한 소비가 확대될 전망이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타인을 의식한 소비,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소비에서 벗어나 자신만을 위한 소비로 전환되고 있다.

코로나19는 소비자들의 의·식·주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며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 변화는 모든 산업에서 관찰되는 등 소비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의 유통산업 … 위기 vs. 변화의 기회
글로벌 컨설팅 업체 PwC 재팬은 ‘소매업계의 COVID-19 비즈니스 임팩트에 대한 대응’(2020.5) 보고서에서 코로나19가 글로벌 소매업계에 물류·조달·수요 측면에서 커다란 영향을 줘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빠른 전환을 촉진하지만, 소매 판매 채널과 상품에 따라 미치는 영향 정도는 상이하다고 지적했다.

오프라인 점포는 외출 자제로 식료품 이외의 대부분 점포(의류·제화, 가구·인테리어 용품, 전자기기 등)가 소비자 내방 감소로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옴니채널은 온라인 채널로의 급속한 전환에 대응해 전자상거래 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전자상거래는 오프라인 점포에서의 매출 감소를 상쇄할 뿐 아니라, 비전형적인 수요 패턴(마스크, 소독제, 건강용품 등에 대한 수요 급증) 대처에도 유용하다. PwC 재팬은 코로나19가 진정된 후에도 소비자는 온라인 채널을 선호할 것으로 판단되며, 이에 따라 전자상거래 시장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PwC 재팬은 소매업계가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공급사슬과 상품 관리 균형 재검토, △온라인 위상 제고, △적정 조직구조 확립, △미래 대비 등 4가지 영역에서 13가지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통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위축과 경기침체로 이전과는 너무 다른 환경에 직면했다. 세계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KPMG는 소비 위축으로 유통산업 내 양극화는 심화될 것이며, 특히 온라인 쇼핑 환경을 선제적으로 구축한 기업은 상대적으로 특수를 누릴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의류 전문점, 백화점은 오프라인 고객 감소로 인한 매출 하락이 현실화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구매 증가는 유통업계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 시킬 것이다. 이전에는 온라인으로 물품 구매를 하지 않던 소비자도 코로나19로 이제는 온라인 쇼핑을 하고 있다.

특히 식료품과 생필품 구매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KPMG는 이미 온라인에 진출한 유통 기업은 온라인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오프라인 기반 유통 기업은 온라인 플랫폼 및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체계를 빠르게 구축하여 온라인 소비자를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객 감소로 손익분기점을 달성하지 못해 폐점하는 오프라인 점포가 증가하고 유통 기업의 수익성은 악화될 것이다. 미국에서는 유통 기업의 파산 보호 신청이 올해 두 배 가량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다. 됩니다. KPMG는 위기에 직면한 유통 기업은 오프라인 매장 인력운용모델 재설계를 통해 수익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KPMG는 △비즈니스 모델의 진화, △기업가치 재설정, △사업 수행 비용 재검토, △로열티·신기술에 대한 투자로 소비자 기대 충족 등을 유통 기업의 전략적 방향성으로 제시했다.

• 비즈니스 모델의 진화 : 코로나19로 유통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온·오프라인 등 자사에 적합한 형태의 유통 플랫폼을 구축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개선함으로써 사업 기회를 확장해 나가야 한다.

• 기업가치 재설정 : 오늘날의 소비자는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브랜드·제품에 반영됐는지, 기업이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관여하는지 등을 고려하여 구매를 결정한다. 기업 전반의 투명성을 높이고, 사회에 기업의 목적과 미션을 알리기 위한 활동를 일관성 있게 해야 하는 시점이다.

• 사업 수행 비용 재검토 :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주요 분야별 비용을 재검토해야 한다. 유통 기업은 위기 극복을 위해 단순 비용절감을 추진하기보다 매장·직원·고객 로열티 등 핵심 자산·부문에 대한 비용을 재검토하고, 가치 확보를 위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 로열티·신기술에 대한 투자로 소비자 기대 충족 : 기업에 대한 고객의 기대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유통 기업은 고객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고객 로열티 프로그램, 고객 데이터, 신기술 영역 등에 대한 투자를 중시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유통 기업이 있는 반면, 특수를 누리는 유통 기업도 존재하는 등 유통산업 내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전례 없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누군가에게 이 위기는 기회가 될 것이다.

코로나19로 고객 활동이 대부분 멈추고, 경제가 역성장하고, 해고율이 증가하는 위기 상황에서도 몇몇 기업은 매출과 고객이 성장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성과를 보이고 있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그 동안 디지털 트렌드를 리드하며 상품을 혁신해 왔던 기업들이다.

대부분의 대형마트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유통의 대명사인 월마트가 놀라운 실적을 보이는 것은 몇 년 전부터 ‘Digital Transformation’에 대대적 투자를 단행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디지털 투자를 하려면 무엇부터 시작할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며 그 시작은 현재 코로나19 를 겪으면서 가장 절실했던 부분이 될 것이다.

유통사업자라면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조사, 구매, 배달, 반환, 상담까지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완료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병원들은 예약, 진료, 처방, 의약품 주문/배달, 보험 처리 등을 모두 디지털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산업 공통으로는 IT Outsourcing, 클라우드 전환, 스마트워크플레이스 구현, 빅데이터 구축, AI/재택 상담센터 전환 등을 통해 디지털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


 

신선식품 구매 패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고령층’으로 이동

코로나19 이후의 전자상거래 트렌드 변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전자상거래는 핵심적인 쇼핑 수단으로 부상했으며,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전자상거래의 성장세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특히, 신선식품과 같이 과거 오프라인 판매가 주를 이뤘던 품목들이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전자상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 소비자들이 처음으로 온라인 쇼핑에 나서는 등 온라인 전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전자상거래 트렌드’(2020.6) 자료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변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관련 물류 트렌드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소비 품목의 다양화
공급 부족 및 사재기 현상으로 휴지, 생수 등 생필품이 동나는 매장이 많아지자 소비자들이 배송 기간이나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온라인 구매를 택하기 시작했다.

특히, 콜드체인 기술과 데이터 기반 물류 시스템의 발달로 저온·실시간 배송 인프라가 확충되면서 온라인 식료품 시장의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고객 주문 패턴에 대한 빅데이터 수집, 인공지능을 활용한 판매량 사전 예측 등으로 효율적인 재고관리와 초고속 배송이 실현된 것도 식료품 판매 확대에 일조하고 있다.

고령층의 쇼핑 증가
IT 기기와 인터넷 사용에 능숙한 고령층인 ‘실버 서퍼(Silver Surfer)’가 중요 전자상거래 고객층으로 부상하고 있다.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Forbes)는 베이비붐 세대(56~74세)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식료품 배송, 구독형 OTT 등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를 처음으로 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령 소비자의 온라인 쇼핑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 쇼핑을 최초로 시도한 고령 소비자들은 배달 서비스의 편리성과 온라인 시장의 다양한 품목, 우수한 품질 등을 경험하고 앞으로도 전자상거래 사용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온·오프라인 융합
물류 시스템 마비로 상품 배송이 지연되거나 중단된 국가에서는 온라인에서 구매한 상품을 매장에서 픽업하는 BOPIS(Buy Online, Pick-Up in Store)나 차에 탄 채로 상품을 수령 하는 드라이브스루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온-오프라인 채널을 유기적으로 통합한 옴니채널 구축이 향후 유통기업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옴니채널을 구축함으로써 소비자가 채널 제약 없이 자유자재로 제품 주문, 픽업, 사후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매끄러운(seamless)’ 소비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경쟁력 확보의 관건이라고 밝혔다.

기업 내부적으로는 채널별 재고, 물류, 고객관리 등 운영 프로세스를 통합하기 때문에 비용 절감, 운송 시간 단축 등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또한, 여러 채널을 넘나드는 고객들의 구매 패턴이나 채널별 매출 구조, 고객 특성 등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방위적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수도 있다.

혁신 정보기술(IT) 도입
아마존과 한국 쿠팡은 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고객 수요를 사전 예측하고 재고와 물류 자원을 적절히 배분함으로써 품절, 배송 지연 등의 혼란을 방지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을 이용하면 도로 상황, 주문량 등을 분석해 최적의 배송 경로를 설계할 수 있어 배송 시간 단축, 물류비용 최소화를 이룰 수 있다.

주문량에 비례하여 급증한 고객서비스 업무는 인공지능 챗봇(Chatbot)으로 소화하고 있다.

유통기업들은 급증한 전자상거래 물량과 방대한 품목군에 대응하기 위해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기술의 도입을 더욱 서두를 것이다. GPS, RFID(무선주파수 인식) 기술이 적용된 IoT 센서를 부착하면 상품 입출고, 보관, 배송 등 물류 전 과정에서 실시간 이력 추적이 가능하다. 또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배송 신속성 및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

센서가 제품 위치, 온도, 무게 등의 데이터를 수집해 전산망에 전송하고, 재고가 부족할 때는 주문을 요청하는 등 자동화를 구현할 수 있다.

증강현실
화장품, 의류 등 직접 제품을 보거나 만져보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제품을 고르는 것이 중요한 품목들을 중심으로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기술 도입이 확대될 것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챗봇 서비스,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물류 자동화 등 판매 프로세스를 효율화하고 고객의 효용을 높이는 혁신기술 도입에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관련 기술 개발이나 솔루션을 지원하는 ICT 기업들과 협업하여 기존 사업 구조에 신기술을 접목시키는 등 꾸준히 유통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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