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웅, 상효이재/미래의 창

최근 ‘애자일(Agile) 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높은 현 환경 속에서 강조되고 있는 조직역량 중의 하나가 바로 ‘민첩성’이기 때문이다. ‘애자일’ 방법론은 IT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활용되었던 개발 방법론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는 시스템 개발이 단계별, 패키지 형태로 진행되어 왔으나, 시스템 개발에 있어 사용자 요구 변화의 빠른 대응과 이를 반영한 개발자원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만들어진 방법론이 애자일 방법론이다. 애자일 방법론의 특성은 고객과 지속적이고 빠른 소통에 기반한 신속한 의사결정, 즉각적인 실험 및 테스트를 통한 실무적용과 이를 통해 발생되는 문제점들에 대한 빠른 수정 및 보완 등으로 개발상의 변동성에 대해 즉각적인 대응체계를 확보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애자일 방법론의 속성은 작금의 환경 속에서 조직운영, 나아가 기업 경영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네이키드 애자일(Naked Agile)’은 ‘애자일 방법론’을 ‘애자일 경영’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인지해야하며, 이를 위해 무엇을 갖추어야 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애자일은 경영 Tool(도구), System이 아니라 문화관점에서 이해가 필요하다.
현재 기업들은 ‘효율’과 ‘생산성’을 경영의 최고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러한 가치창출을 위한 수단으로 강력한 ‘통제’와 ‘명령’ 그리고 ‘규율’과 ‘경쟁’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것은 조직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당연시 간주되어 왔다. 최근 많은 기업들은 ‘자율’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경영의 중요한 수단으로 정착시키거나, 이미 정착시켰다고 언급하고 있지만 앞서 언급한 ‘통제’, ‘명령’, ‘규율’, ‘경쟁’의 테두리 속에서 ‘자율’은 국한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애자일의 핵심은 신속성에 있다. 소통체계와 이를 통한 의사결정, 그리고 즉각적인 실험과 피드백 그리고 개선 등 이 모든 것들이 신속성에 기반한다. 애자일의 의사결정은 그 내용을 가장 확실하게 아는 사람이 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기업경영을 좌우할 수 있는 일부 중요 사안을 제외하고는 의사결정은 실무담당자에게 위임한다. 특히 고객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고객과의 접점에서 그들과 직접적인 소통을 하고 있는 실무자들이 이에 대한 가장 확실한 정보와 대응 방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최선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애자일의 시작은 이러한 원칙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원칙은 일반적인 경영Tool 또는 System을 도입한다고 해서 수용되는 것은 아니다. 구성원들이 스스로 움직이고, 자유롭게 발언하고 비판하며, 자신의 역량과 회사의 지원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모든 것은 스스로 자각하는 책임감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이다. 애자일을 도입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시도를 하고 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애자일의 운영 구조만을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효율중심의 성과주의가 기반이 된 상태에서 애자일 구조를 세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애자일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신뢰에 기반하여 구성원들이 고객과의 접점에서 의사결정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기업은 보유하고 있는 정보에 대한 투명성과 접근성을 구성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구성원들 한사람, 한사람을 관련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서 인정하고 대우 해주어야 한다. 또한 변화하는 시대에는 변화하는 자질의 역량을 가진 인력을 육성해야 한다.

변화하는 자질은 새로운 무엇인가를 익히는데 최선을 다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고정된 자질을 가진 인력은 자신의 재능을 증명해서 인정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경향이 있다.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는 끊임없이 가설을 세우고 이에 대한 실험을 반복하는 적응성이 필요하다. 이는 변화하는 자질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의 심리적 안정감이다. 회사가 나를 신뢰하고 있으며,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건전한 비판이 제약 없이 통용되는 그러한 심리적 안전감을 구성원들이 느끼게 만드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애자일은 위에서 언급한 사항들이 갖춰야 비로소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위의 사항들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바로 애자일 경영의 도입 과정이라는 것이다.

애자일 조직… 어떤 속성을 가지고 있는 조직인가?
애자일 조직은 다음과 같은 6가지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첫째, 계획을 세우는데 많은 자원을 투입하지 않는다. 너무 잘 만들어진 계획은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 둘째, 고객과 접점에 있는 직원들에게 권한을 집중시킨다. 고객의 생각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가장 정확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셋째, 민첩하면서도 효과적인 지원체계를 갖춘다. 의사결정이 이루어진 사안에 대해서는 최대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다.(지원에 대한 신속한 2차 의사결정 체계의 운영) 넷째, 높은 수준의 정보 공유체계를 갖춘다. 고객과의 접점에 있는 직원들이 정확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서 경영층과 정보의 비대칭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 부분은 직원들의 조직 내 소속감과 신뢰감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다섯째, 효율성과 효과성의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고객과의 접점에서의 의사결정은 효율성에만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 지속성이 있는 효과성 또한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실험정신이 필요하다. 여섯째,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기업은 늘 불확실성 속에서 운영되는 실체이므로 단일화 된 구조로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기업 내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단위 조직구조가 운영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애자일 조직으로 대표적인 사례는 자율경영조직인 자포스에서 운영하고 있는 ‘홀라크라시’와 스포티파이의 ‘매트릭스 조직’을 들 수 있다. ‘홀라크라시’의 특징은 책임과 권한을 사람이 아닌 역할에 부여하고 의사결정 패턴을 유형별로 명문화하여 그 규칙을 준수함으로써 조직이 운영되고 있다. 스토티파이의 ‘매트릭스 조직’은 단위조직에 최대한의 자율적인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학습’과 ‘혁신’의 반복을 통해 최상의 솔루션을 이끌어내는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이 두 조직에서 공통적으로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직원들에게 충분한 자율성을 부여하되, 아울러 높은 수준의 책임감을 부여하는 것이다.

창조성은 일정 부분의 자율성이 보장되었을 때 형성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은 본인이 신뢰받고 있고 조직 내에서 중요한 일원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느껴질 때 본인이 가지고 있는 이상 능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애자일은 이러한 인간의 심리적 특성에 기반한다. 불확실성과 변동성에 기반한 환경 하에서 애자일은 틀림없이 좋은 대응방안 임에 틀림없다. 다만 애자일의 실체에 대해 명확한 이해 없는 접근과 도입은 오히려 기업 내 더 큰 혼란을 가지고 올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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