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서비스 욕구, 살인적 업무량 … 생명 위협 요소 곳곳에


물류현장 곳곳에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지만,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부족한 게 현실이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물류서비스 현장 현실은 더욱 악화되고, 자본의 논리에 따라 인간 존중의 노동은 없이 단순 비용(돈)의 숫자 놀음만이 횡횡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물류현장에서는 대안 찾기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물류현장의 위험요소를 제거하기는 역부족이다.

이에 따라 자구책의 일환으로 각각의 노조들은 단순히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한 목적이 아닌, 목숨을 보전하기 위한 자구책의 일환으로 조직구성을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노사가 적이 아닌 동반자로 물류 현장과 운영사들 간의 보다 원활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륜(오토바이) 라스트마일 물류시장 역시 빠르게 진화하는 음식배달을 시작으로 다양한 분야의 물류서비스가 진화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도 물류현장의 노동자들의 목숨을 담보한 서비스 사례가 무수히 많다. 단순한 배송에서 한걸음 더 낳아가 유통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마케팅 수단으로 진화하는 물류서비스 현장과 그 이면에 보이지 않는 위험에 노출된 물류현장과 대안의 사례를 찾아봤다.

◆빠르게 진화하는 유통시장, 물류 수요 늘어

중국 음식과 피자, 치킨 등 식자재 시장에서의 단순 배달서비스가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에 따른 시장변화로 고급 호텔음식까지 물류서비스를 접목시키고 있다. 강남구 청담동에 거주하는 김종우(남, 77세)씨는 “노부부가 매번 음식을 해 먹기 어려워 고민스러웠는데, 최근 주변 지인들에게 정보를 얻으니 호텔에서 먹을 수 있는 갈비 도시락뿐 아니라 정통 일식 초밥과 덮밥을 포함해 이태리 정통 파스타에 이르는 고급 음식과 식자재까지 일정 배송료만 지불하면 빠르고 근사하게 몇 인분의 식사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어 자주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이제 맞벌이 부부에서부터 미혼남녀 직장인뿐 아니라 빠른 고령화로 자식 모두를 출가시킨 노부부까지 유통시장은 새로운 물류서비스를 접목해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유통 시장 변화에 필수적인 아이템이 바로 전천후 물류서비스다.

이처럼 식자재 온라인 시장 확대와 더불어 최근 패스트푸드와 반 제조 신선식품 시장이 성장하면서 이들 유통시장을 후방 지원하는 힘은 바로고를 비롯해 메쉬 코리아, 고고밴 등의 라스트마일 이륜 물류서비스 기업들과 배달의 민족과 같은 전문 주문 앱 기업들이다.

이들 신생 물류기업들은 기존 오토바이를 이용한 퀵서비스 물류사업자들처럼 개인 대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1 ~ 2시간의 중장거리 배송서비스가 아닌 기업 대 기업 간 거래를 기반으로 3 ~ 4km, 15분 내외의 근거리 물류배송의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이를 통해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제 이들은 식자재 유통시장에서 ‘패스트 프리미엄’ 식자재 바람에 따라 기업의 규모를 키우고,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 등 산업시장 변화에 맞춰 전천후 물류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문제는 경쟁력 있는 물류서비스 곳곳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가성비 서비스 욕구가 물류현장 위험으로 몰아

산업시장이 급변하면서 물류서비스 욕구는 이전보다 빠르고, 저렴한 가성비 높은 서비스를 원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가성비 물류서비스가 현장을 더욱 위험하게 하고, 종국에는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이륜 물류서비스 시장은 위험한 배달 노동자들을 아르바이트 형태의 청소년들로 구성해, 이들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이륜 물류서비스업체들의 경우 하드웨어 특성 상 보험가입이 어렵고 사고 후 보상이 부실해 심각성을 키우고 있다. 당장 한 이륜업체 미성년 배달원 김 모군은 “방학 때마다 친구가 한 명씩 죽는다”며 “주변의 친구들이 사라져 슬프지만, 고수익에 스피드를 즐기는 친구들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통계상으로 1년에 500명 정도의 청소년들이 오토바이 사고로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다. 김 군은 “고등학생이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일해도 월 70~80만 원이 고작이지만, 오토바이를 이용한 이륜서비스는 한 달만 일 해도 200만 원은 번다”며 “다른 일도 해 봤지만, 이 만한 일을 찾지 못해 위험하지만 다시 일자리를 찾게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 이륜 배송 물류업체 근로조건에 사고가 나도 보험가입이 어려워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륜 물류업체들의 보험가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기는 하지만, 워낙 사고율이 높아 최적화된 보상은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빠른 배송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와 이에 따라 달라지는 수익이 결국 늦으면 안 되는 물류현장을 위험 속으로 몰고, 물류 종사자들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 설 명절 쏟아지는 택배화물 분류센터 현장.
◆고강도 노동과 저수익 구조가 죽음으로

지난 설 명절을 앞두고 전국택배 노조는 기자회견을 갖고, 열악한 서비스 현장에 대한 고발에 나섰다. 택배업 종사자들이 노출된 위험 역시 이륜 물류기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 노동 강도로만 비교하면 훨씬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륜 배송 근로자들의 경우 하루 배송량이 50개 안팎에 개당 2,000원 정도의 수수료를 지불받는다. 택배의 경우 하루 200개의 배송량에 800원에 못 미치는 수수료를 받지만 차량운영과 기타 비용은 추가다. 결국 이륜 물류사업은 고위험 고수익인 반면 택배서비스는 고강도 노동의 저 수익 구조며, 휴식은 고사하고 식사조차 어려운 열악한 환경이다.

이렇다 보니 택배사업자들 중 가장 근무환경이 합리적이라는 우체국 택배의 경우도 1년 사이 9명이 사망하고, 전체 1만6천 여 명의 근무자들 가운데 75.6%가 근 골격계 질환을 호소하고 있다. 그나마 이 같은 수치는 알려진 통계며, 민간 택배업계에서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사고와 사망 건수는 비일비재하다. 문제는 이 같은 위험요인을 아무도 개선해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측은 여전히 수익에만 초점을 맞춰 인력 충원을 하지 않고, 직접고용도 없이 철저히 비용의 논리만으로 사업을 운영, 연장근무와 과로는 여전한데 택배가격은 10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또 대형사고가 비일 비재한 육상운송 물류시장 역시 합리적인 운임산정은 없이 무리한 운행을 강요하면서 대형사고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안전 위해 작지만 조그만 노력 시도

목숨을 담보하는 물류서비스 시장에서 위험 요소를 개선하고, 물류현장과 동반성장을 위한 노력이 작지만 조금씩 시도되고 있다. 이륜 물류 대행사 바로고는 최근 아주바이크와의 업무제휴를 통해 안정적인 이륜차를 공급받으면서 서비스 현장에서 발생되는 보험업무까지 완비해 그나마 안전한 물류현장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로고 관계자는 “물류현장의 안전이 서비스 품격을 높이는 요인”이라며 “그 동안 보험이 어려웠던 개별 이륜 사업자들이 안전한 사업테두리로 들어올 수 있는 당근책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택배업계도 노동 강도를 낮추기 위해 자동화 시설 투자를 늘리는 등 노동 현장의 안전망을 만들고 있으며, 일부 업체에서는 가격인상에 따른 보상체계를 높이는 등의 자구책 마련에도 나서고 있다. 육상운송물류시장도 법안 개정을 통해 표준운임제 도입과 화물 상하차에 따른 대기료 지불등을 법제화해 무리한 운송을 미연에 방지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화물연대 소속 차주는 “물류시장에서 무의미한 죽음이 사라지게 하려면 물류서비스를 제공받는 고객과 사업체, 그리고 현장노동자 모두가 조금씩의 양보와 배려를 통해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고,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노사정 위원회 같은 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이 특수고용직 신분인 물류시장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이제 업계 종사자와 사업 규모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정부차원의 산재보험을 적용 및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노동권의 사각 지대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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