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정리 이유는 ‘그룹 유동성 위기’

인수합병은 기업의 전략적인 선택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단기간에 몸집을 불리기 위해 동종 업종의 기업을 매입하거나 경쟁우위에서 밀려 더 이상 사업을 영위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기업을 매각하는 식이다. 물류시장에서도 인수합병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몸집을 불리거나 시장진입을 위해 매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룹사의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전략적으로 매각을 진행한 사례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그룹사에서 매각을 진행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남들이 군침을 흘릴만한 기업을 시장에 내놔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물류기업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다른 그룹사로 매각된 기업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물류 자회사들이 그룹사의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위해 매각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진그룹의 로젠택배, 금호그룹의 CJ대한통운에 이어 최근 동부그룹의 동부익스프레스, 현대그룹의 현대로지스틱스까지 모두 거의 비슷한 이유로 새로운 그룹사로 인수 합병되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갔다. 그룹사의 자회사를 매각하면서 물류시장에서 로그아웃한 그룹사의 사례를 소개한다.(가나다 순)

KT - KT로지스(M&A : 동원)
KT로지스는 KT에서 수행해 오던 종합물류정보망 사업을 전문화하여 한 차원 도약시키기 위해 2002년 KT에서 분사한 종합물류전문 기업이다. 2003년 KT로지스는 On line에 국한된 사업영역에서 탈피하기 위해 지난 20여년 전통의 뉴한국택배를 인수, 택배시장 진입했다. 같은 해 경기도 광주시 중대동에 수도권 배송센터를 하고 본격적인 시장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2004년에는 KT로지스는 물류업체에서는 당시 보기 드물게 격주 토요휴무제를 도입하는 등 직원 복리후생 제도를 개선하여 우수인력확보를 통해 2008년 말까지 빅4 택배사로의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와 함께 신선식품 전문 3PL 및 택배사업을 표방하는 ㈜KT로지스푸레쉬를 공식 출범했다. 2005년에는 충청북도 옥천에 일일 약 6만 박스의 물동량 처리가 가능한 새로운 물류센터의 기공식을 갖고 활발한 영업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2007년 동원산업이 택배시장 진출을 목표로 KT로지스를 인수하면서 KT의 물류자회사는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 동원산업은 KT로지스 택배 주식증자를 통해 경영권의 51%를 인수하는 형태로 인수했다.

업계에서는 기존 KT로지스택배의 택배 인프라와 동원산업의 풍부한 물류 인프라가 합쳐질 경우 조만간 기존 대형 택배사를 위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이로 인해 시장은 더 치열해 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금호아시아나 - 대한통운, KIFT(M&A : CJ)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2004년 한국복합물류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본격적으로 물류시장에 뛰어들었다. 한국복합물류(주)는 인수 당시 군포 및 양산복합화물터미널을 운영하는 회사로 트럭과 철도 등 2가지 이상의 운송수단을 이용해 화물의 집하, 하역, 분류, 포장, 통관, 정보, 종합물류서비스까지 물류에 관한 모든 작업이 한자리에서 이루어지는 터미널이다.

한국복합물류는 금호아시아나의 계열사로 편입되기 전년도의 매출액은 448억 원, 영업이익은 266억 원, 경상이익은 117억 원을 기록했었다.

이후 2008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국내 대표적인 물류기업인 대한통운의 인수전에 뛰어들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대한통운을 인수하게 된다. 당시 인수금액은 4조 1,040억 원이었다. 인수 당시 대한통운 사장으로 있었던 이국동 사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물류부문을 총괄하게 됐으며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한통운과 상호보완적인 물류사업 포트폴리오를 토대로 글로벌 종합물류그룹으로 발전해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러한 시너지 효과를 통해 5년 간 11조 7,500억 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도 나왔다.

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악화로 인해 대한통운 매각설이 불거지기 시작했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한통운 매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2010년 이러한 그룹의 의지는 결국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대한통운을 매각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으며 인수전에 참여한 포스코, 삼성SDS을 제치고 2011년 CJ 그룹이 대한통운 인수에 성공하게 된다.

이로 인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원대한 꿈을 가지고 시작했던 물류사업의 대부분을 접게 됐다.

동부 - 동부익스프레스(M&A : 동원)
동부익스프레스는 지난 1971년 동부고속으로 설립되어 72년 영동선 고속버스 사업, 79년 화물운송, 항만하역 등 물류업에 진출했다. 동부익스프레스는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항만하역 서비스, 육상운송 서비스, 철도운송 서비스, 보관 서비스 등 종합물류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토탈 물류기업이었다.

동부익스프레스는 2006년 ‘동부익스프레스’라는 브랜드로 새롭게 출범했으며 2007년 중견택배 업체인 훼미리택배와 영업 양수도 계약을 체결해 택배사업을 시작했다. 또한 중국택배 기업인 신통특송과 국제 택배 계약을 체결해 국제 택배사업에도 진출했다. 2008년에는 엔콜트럭을 브랜드로 한 화물정보사업을 시작했으며 동부엔샵을 오픈해 동부익스프레스 택배를 통해 배송서비스를 진행했다.

2011년에는 동부건설 물류부분에서 물적 분할 방식으로 분사됐으며 3PL사업부를 신설하고 국제물류와 해외 사업을 강화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2012년에는 택배부문을 분사해 동부택배로 새롭게 출범하고 HTH택배 대표를 역임했던 김규상 사장을 영입했다. 하지만 2014년 그룹 내 경영 악화로 인해 특수목적회사(SPC)인 디벡스홀딩스유한회사에 매각됐고 이후 다시 시장에 나왔지만 새주인을 찾는 것에 실패했다.

2015년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뜻을 이루지 못했던 동원산업은 그룹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통해 동부익스프레스의 대주주인 KTB PE-큐캐피탈 등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동부익스프레스 인수를 위한 협상 권한을 확보했다. 실사에 들어간 동부익스프레스는 결국 동원으로 매각됐다. 매각 금액은 정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4,8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 - HTH택배(M&A : CJ GLS)
삼성은 2000년 삼성물산 삼성몰의 배송을 전담하던 HTH택배를 흡수하면서 택배사업을 시작했다. 지분참여로 70%의 지분을 확보한 삼성물산은 대주주로 부상했으며 당시 향후 택배를 주력으로 하는 종합물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일본의 MK택시에 버금가는 최고의 서비스회사를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삼성은 서울과 수도권 지역을 대상으로 심야·휴일배송 서비스를 실시하기도 했다.

2002년에는 충북 청원에 당시 국내 최대 규모의 허브터미널을 완공하고 가동을 시작했다. 당시 허브터미널의 규모는 연면적 6,000평으로 택배전용 분류장이 2,500평이며 나머지는 창고와 사무동이었다. 특히 인입구 16개, 출구 60개를 갖춘 택배 전용 분류장은 시간당 3만 박스 이상 처리가 가능한 수준이었다. 2005년에는 모바일 택배정보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전국 1,500명의 현장 택배 배송사원들에게 첨단 PDA를 제공했다.

하지만 삼성 HTH도 결국은 매각을 결정했다. 2006년 CJ GLS가 HTH를 인수하게 된 것. 처음 MOU를 맺었을 당시에는 택배영업소들은 투자 없이 매각을 진행하는 것은 영업소들의 피와 땀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조직적인 반발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업소와의 마찰은 잘 마무리가 됐고 삼성 HTH는 CJ GLS의 품으로 들어가게 됐다.

CJ GLS가 삼성HTH를 인수한 금액은 365억 원으로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전량을 인수했다. 당시 상당히 높은 금액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CJ GLS는 합병 후 시너지효과를 높게 평가했다. CJ GLS는 HTH인수로 외형상 2005년 매출기준으로 2,516억 원, 영업소 700여개, 터미널 70여개의 국내 최대 택배사업을 운영하는 물류회사가 됐으며 삼성물산은 주력부분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들이 이어졌다. 최종 흡수 합병은 2008년 이루어졌다.

신세계 - 세덱스(M&A : 한진)
2000년 6월 3자물류 전문기업으로 출범한 세덱스(신세계드림익스프레스)는 신세계 그룹의 자회사였다. 신세계 그룹은 신세계 백화점을 필두로 이마트, 웨스톤 조선 호텔 등 유통 기업을 바탕으로 그룹 전체의 물류사업을 통합적으로 묶어 운영할 물류전문기업의 필요성을 느끼면서 세덱스를 출범시켰다.

2002년 세덱스는 물류터미널 17개소, 영업소 85개소를 바탕으로 첨단 정보시스템을 도입하고 전국 배송네트워크 체제, 고객만족 시스템 등 다양한 물류기법을 통해 시장 확대에 나섰다. 계열사인 신세계 푸드시스템, 스타벅스에 들어가는 식자재와 신세계 드림소프트의 소프트웨어, 의류 등 다양한 아이템 보관, 재고관리, 상품 임가공, 반품물류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물류서비스를 전국 네트워크를 통해 하루 2회 수·배송시스템을 이용해 효율적으로 진행했다.

2006년에는 택배사업을 시작했으며 일일 20만 박스를 처리할 수 있는 5,000평 규모의 대전 허브센터와 서브센터 20개, 영업소 200개를 구축하고 왕성한 활동을 했다. 하지만 매출이 적고 지속적인 적자로 인해 그룹 내에서 보는 시각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2008년 택배의 일부 사업부분을 철수한다는 보도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이에 대해 세덱스측은 사업을 지속한다는 해명을 했다. 그러나 2008년 한진이 신세계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세덱스 지분을 100%인수하기로 하면서 세덱스는 한진으로 넘어가게 된다.

당시 인수금액은 300억 원이었으며 한진은 세덱스의 상호를 한덱스로 변경했다. 업계에서는 한진이 국내 굴지의 유통업계와 손잡으면서 거대 물량을 확보하고 이마트의 중국시장 확대에 따른 본격적인 글로벌 물류기업으로서의 포석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있었으며 금융업계에서도 같은 이유로 긍정적인 메시지가 많았다. 세덱스가 한진으로 넘어가면서 신세계 그룹은 물류시장에서 로그아웃하게 됐다.

아주 - 아주택배(M&A : 동원)
아주택배는 아주그룹의 계열사로서 1998년 4월 전세계 미군이주화물의 배송 및 냉장물 보관, 운송대행 업무를 담당하는 (주)한미(이주화물 사업부)를 모태로 하여 1999년 12월 복합운송사업을 시작했다.

2000년에는 전국단위의 중소 택배업체인 동서남북을 인수하여 택배사업부를 발족하여 아주택배라는 브랜드로 전국적인 택배서비스를 시작했다. 동서남북 인수 당시 1일 평균 집하량은 약 5,000박스였으나 인수 후 1일 평균 약 20,000박스로 300% 신장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2002년 아주택배는 총사업비 65억 원이 투입되는 아주택배 옥천터미널 기공식을 가졌다. 이 터미널에는 중견택배업체로는 최초로 시간당 1만 박스를 분류할 수 있는 화물자동분류시스템이 도입됐다. 2004년에는 국내 택배시장에서 개인 휴대폰(Nexcan system)을 활용한 새로운 개념의 물류정보시스템을 도입해 정보화 수준을 한층 높였으며 이로 인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2005년에는 KT로지스, 훼미리택배와 함께 전략적 제휴를 맺어 공동화를 진행했다. 2007년에는 ㈜에스텍서비스와 함께 사무실 밀집지역과 아파트를 기반으로 무인택배서비스 시스템구축을 위한 MOU를 체결했고, 국내 틈새 택배시장을 노리면서 시장에서 선진서비스를 체제를 구축했다.

하지만 2007년 동원그룹이 옥천터미널, 안성터미널 등 인프라를 비롯 지점, 대리점 등 모든 영업조직망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아주그룹도 물류 계열사를 정리하게 된다.

현대 - 현대로지스틱스(M&A : 롯데)
현대그룹의 대표적인 물류자회사인 현대로지스틱스도 롯데로 매각되면서 현대그룹의 물류자회사로서의 기나긴 여정을 마무리 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1988년부터 물류사업을 시작한 기업으로 아세아상선을 시작으로 1993년 현대물류, 1999년 현대택배, 2010년 현대로지엠, 2012년 현대로지스틱스를 거쳐 2016년 12월 롯데글로벌로지스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됐다.

현대로지스틱스는 2000년대 택배서비스와 글로벌 역량을 강화했다. 2003년에는 국내 업체 최초로 중국현지법인을 설립했으며 택배부문에서는 직원실명제를 시행해 안전하게 고객들이 택배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2007년에는 기존 경쟁사들이 중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 법인을 설립하고 시장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인도시장에 진출하면서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택배업계 1위 탈환을 위해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했으며 2012년에는 오산복합물류센터를 7년간 책임 운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2013년에는 과감하게 택배단가를 최소 500원 이상 인상하겠다고 발표해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실제로 현대로지스틱스는 이를 통해 평균 250원의 택배단가 인상 실적을 거뒀다고 밝히기도 했다. 2

014년 현대그룹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기업공개와 지분 매각을 추진하면서 많은 기업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2016년 롯데그룹은 특수목적법인이었던 이지스일호와 주식취득거래를 종결했다고 밝히면서 현대로지스틱스 인수를 마무리 했다고 공시했다.

이로 인해 현대로지스틱스는 롯데로 넘어가게 됐으며 이후 주총을 통해 사명을 롯데글로벌로지스로 변경하면서 현대로지스틱스는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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