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유통업체에 인수의향서 비추고 있으나 반응은 ‘글쎄’

긴 어둠의 터널에서 빠져나오거나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택배업체들이 새로운 활로를 찾아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일부 택배업체들은 현재 처한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고자 다수의 업체들에게 매각 의사를 비추거나 투자자들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 A택배사는 한 유통업체를 방문, 유상증자에 참여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되면 기존 인프라 등을 활용해 최상의 물류서비스를 제공해주겠다는 달콤한 제안을 했으나 유통업체 측은 기존 조직 운영 등을 문제 삼으며 어떤 서비스를 얼마만큼 제공해줄 수 있는지 구체적인 KPI를 작성해 제안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A택배사는 현재 처한 현실을 벗어나고자 다방면으로 뛰어다니고 있다. 그룹사 회계담당자들까지 나서서 투자유치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업계에서는 A택배사가 어느 정도 투자 유치를 마쳤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는 A택배사 관계자들이 투자 유치를 위한 유통업체 방문 시에 글로벌 투자기업 관계자들과 함께 다니고 있기 때문으로, 일부에서는 글로벌 투자회사의 투자가 확정됐다고 점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대량의 택배물동량이 창출되는 대형 유통업체가 참여할 경우에 투자회사에서 투자할 가능성이 더욱 높다며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을 거라는 게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

투자 요구를 받은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한 투자회사에서 A택배사 지분 인수를 위해 자신들이 투자할테니 투자금액의 10%정도만 투자하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 금액은 약 50억 원 수준으로, 보다 세부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형 유통업체와 M&A협상이 진행 중인 택배업체는 또 있다. 경영 악화로 인해 매월 적자가 발생하는 업체들과 달리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과 영업이익을 기록 중인 중견 택배사인 B사는 성장의 한계성 등을 고려해 회사를 매각하려고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미 대형 유통업체의 M&A 실사까지 마친 상태다. 그러나 이후 인수합병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는 오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택배시장의 마력, 관심 갖는 기업 끊이지 않아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2000년대부터 지금까지 택배산업은 초고속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시장으로, B2C에 대한 영역이 넓어질수록 성장 가능성이 큰 산업 중 하나다. 그만큼 매력적인 산업으로 손꼽히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기존의 오프라인 판매 중심에서 모바일과 온라인을 활용한 판매로 영역 확장 중인 유통업체들이 증가하면서 택배사업에 대한 매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주위를 맴돌며 시장 진입을 검토한 기업이 있는 것도 이런 이유이며, 투자 유치나 매각 의사가 있는 택배업체들이 유통업체를 찾아가 제안하는 것 역시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택배업체는 금융권에서도 관심종목에 해당한다. 시장 성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로젠택배라는 성공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로젠택배는 지난 몇 년간 수차례 주인이 바뀌면서도 고속성장을 기록 중이며, 택배업체 중에서도 매우 높은 영업이익률을 자랑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당연히 투자자들 역시 만족할만 한 결과를 얻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많은 택배전문가들은 로젠택배의 사례와 시장성만 보고 투자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로젠택배의 경우 최정호라는 우수한 경영자와 택배지점 및 영업점들이 함께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특별한 케이스라며 단순히 투자만 했다가 투자금도 찾지 못한 곳도 있다고 지적했다.

택배사업 검토 관점이 과거와 많이 달라져
과거부터 지금까지 택배사업에 관심을 갖는 기업은 너무도 많다. 그러나 최근 유통업체들의 경우 과거와는 다른 시각으로 택배사업을 바라보고 있다.

과거에는 택배업체를 인수하면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물량을 더해 더 큰 회사로 키울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장 진입을 검토했지만, 최근 업체들은 택배업체를 인수하면 자신들의 배송서비스 품질이 얼마나 향상될 수 있을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신규 사업 진출 개념으로 접근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 기업들의 경우 자신들의 고유 사업 영역을 극대화시키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뜻으로, 택배업체 인수를 통해 경쟁업체와 차별적인 배송서비스 품질을 확보하려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기존 택배업체는 유통기업에게 있어서 다소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택배업체들의 구조가 대부분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으로, 차별화서비스를 위한 별도 조직구성 등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1,000대 이상의 자가 차량을 통해 차별화된 배송서비스를 추진하는 쿠팡과 달리 프랜차이즈 형태로 구성돼 있는 기존 택배조직으로는 무수히 많은 상품들과 함께 분류 및 배송을 할 수밖에 없다.

한 대형유통업체인 C사는 현재 대형 택배업체가 수백 대의 전담배송차량을 투입해 서비스를 제공 중에 있다. 그러나 전담배송차량을 운영한다고는 하지만 자신들에게 제공받는 배송서비스에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는 게 C사의 입장이다.

자신들의 상품과 타사의 상품들이 모두 같은 곳에서 같은 시간에 분류돼 움직이다보니 시간과 서비스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느낀다는 것.

이 업체가 지난해부터 꾸준히 택배사업을 검토해온 이유다. 한 택배업계 전문가는 “최근 유통업체들의 경우 과거와 달리 배송혁신에 많은 관심과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택배사업을 검토할 때도 고객차별화에 역점을 두고 있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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