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의 新유통물류 Story

모처럼 이어진 설 연휴를 뒤로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명절에 고향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의 긴 차량 행렬은 여전했고, 황금 연휴를 맞아 해외로 휴가를 떠나는 여행객들로 공항 역시 북적북적 했다. 명절을 보내는 우리의 모습도 시대에 따라 많이 변했음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가족이 함께 모여 살았던 농경 사회가 기반이었기 때문에 설을 쇠는 것은 축제의 분위기가 아니고 새로운 해의 풍년과 무병을 기원하는 의미가 더 컸다. 오늘의 설은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생활하는 가족이 모두 모이는 가족 만남의 날이자 가족이 함께 여행을 갈 수 있는 가족 휴식의 날이다. 차례를 고향에서 지내지 않고 여행지에서 지내는 것이 지금은 조금도 이상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설을 쇠는 근본 의미가 변한 것은 아니다. 설을 쇠는 우리의 행동이 변했을 뿐이다. 시대와 상황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가족이 모여서 서로의 건강과 복을 바라고 새로운 한 해에 덕담을 해주며 잘되기를 바라는 근본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경기가 좋으면 세뱃돈 액수가 많았을 것인데 요즘 경기는 좋은 게 아니라 더 나빠지는 것을 염려해야 하는 지라 사회 분위기가 너무 침체되어 있다. 불황의 늪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사회 전반에 퍼지면서 점점 더 악순환의 구렁텅이로 빠지고 있는 것 같다.

2015년 설 택배물동량지수 사상 최대치
필자는 2012년부터 경기 상황을 체크하는 지수로 명절 택배물동량지수를 측정해 왔다. 2012년 설 물동량을 기준치 1로 보고 다음 명절의 물동량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택배물동량지수를 측정하고 있다. 2013년 설처럼 1 이하로 떨어진 적은 이제까지 한번도 없었다. 이번 설의 택배물동량지수는 1.47로 택배물동량지수를 측정한 이후로 가장 높은 값이다.

2013년 설 이후로 4번의 명절을 보내는 동안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택배물동량지수로만 보면 2013년 설이 현재까지 분석 값으로는 우리의 체감 경기로는 최악이었음을 알 수 있다.

올 설은 전년 추석과 비교해서는 12% 상승한 수치이고 2013년 설과 비교하면 54.7%가 상승했다. 2012년 추석 이후부터 경기 침체에 대한 목소리가 점점 더 높아지게 되었고 이로 인해 온라인 집중 현상이 나타났다. 2014년 이후에는 모바일 쇼핑의 급성장이 더해지면서 택배물동량지수는 경기 상황에 상관없이 계속 증가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쇼퍼의 주문 채널이 모바일 앱으로 전환
경기가 침체에서 불황으로 치닫게 되면 될수록 소비자는 가격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 ‘곶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있다. 내 주머니와 통장에 좀 들어 있어야 베풀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마련인데, 지금은 일부 계층을 제외하면 대부분 통장 잔고가 바닥 수준이다.

인터넷 쇼핑의 경우 같은 상품을 구매하더라도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곳이 어느 쇼핑몰이고 해당 쇼핑몰에서는 어떤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지 꼼꼼히 따져서 온라인 쇼핑을 한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져서 지금은 모바일로 쇼핑을 한다.

해당 인터넷 쇼핑몰의 모바일 앱을 다운받고 앱 구매 시 제공해주는 할인쿠폰을 왕창 받고, 대부분 카드사에서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간편결제 시장의 프로모션 쿠폰까지 받아서 가장 저렴한 가격에 주문을 한다.

온라인 쇼핑이 등장한 이후 요즘처럼 다양한 할인쿠폰이 등장해 저렴하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었던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런 다양한 할인쿠폰은 해당 할인쿠폰을 발행하는 회사의 비용이라 할 수 있다. 마진율이 가장 박한 온라인 쇼핑은 모바일 앱 쇼핑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할인쿠폰을 왕창 발행하고 있다. 그 결과 주문이 이루어질수록 계속 마이너스가 쌓이고 있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기존 인터넷 쇼핑이나 오프라인 쇼핑에서 해오던 방식을 고스란히 모바일 쇼핑에 적용하자 많은 온라인 쇼퍼의 주문 채널이 모바일 앱으로 바뀌고 있다. 모바일 앱으로의 전환은 현재 가장 큰 이슈임에는 틀림없다.

시장은 커지지만 파이는 작아지는 아이러니
온라인 쇼핑회사들이 모바일 혁명이라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변화의 물결 속에서 승자로 살아남기 위해 전략을 짜고 소비자에게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가격 마케팅은 경기가 좋을 때와 나쁠 때에 확연히 다른 접근 방법을 취해야만 한다.

경기 호황이든 불황이든 온라인 쇼핑의 성장은 계속될 수밖에 없지만, 경기 불황일 때 온라인 쇼핑의 성장이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되면 이는 바로 치킨게임의 속성을 띄게 된다.

현재 그러한 분위기가 다분한 것 같아 온라인 쇼핑 전체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하는데 정작 파이는 점점 더 작아지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이 소비자에게 주는 가치는 가격이다. 그런데 이 기본 가치를 계속해서 강화하는 행위와 소위 막 퍼주는 행위는 완전히 다르다. 막 퍼주는 행위를 기본 가치에 매우 충실하다고 생각하면 이는 큰 오산이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