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의 新유통물류 Story

을미년(乙未年),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 한 해가 시작되면 다들 올해 운세가 어떨지 궁금해 한 두 번 정도 사주팔자나 토정비결을 본다. 길흉화복을 미리 점치며 우리가 바라는 바는 대부분 동일하다. 내가 하는 일이나 사업이 무탈하게 잘 돼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이 하나이고 두 번째는 자신이나 가족이 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 인간은 늘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지금보다는 훨씬 더 잘되어 있을 거라는 희망의 양면 속에서 살아간다.

그렇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우리가 시간을 거슬러서 과거로 돌아갈 수 없고 시간을 앞질러서 미래를 먼저 볼 수도 없다는 점이다. 시간을 앞질러 미래를 본 후에 다시 현실로 돌아와 준비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세계 최고의 갑부가 되어있을 것이다.

SF영화의 흔한 단골 소재가 바로 타임머신인 것만 봐도 시간을 정복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을 알 수 있다. 그런 욕망이 크게 두 분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몽상가와 같이 시간여행을 추종하는 사람이고 두 번째는 과거를 통해 다가올 미래를 준비는 현실주의자이다.

우리는 늘 무한한 상상을 하지만 상상 속에서 살아갈 수는 없다. 지금 현재의 나는 무수한 과거의 나라는 점들이 연결되어 있는 것이고, 미래의 나는 현재의 무수한 나라는 점들이 연결돼 나타나는 결과물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렇게 알고 싶어하는 2015년은 2014년까지의 무수한 점들이 연결되어 나타나는 결과물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물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절대로 실망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면 로또에 당첨되고 싶으면 로또를 사는 과거의 행위가 있어야 한다. 로또를 산 과거 결과물이 없는데 어떻게 로또에 당첨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가? 로또에 당첨되지 않았다고 해서 실망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2014년 경기 침체로 인한 양극화·가격 파괴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이 그렇고, 우리가 속한 유통과 물류산업도 우리나라의 경기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2014년 우리 경제는 경기 침체로 인한 양극화의 심화라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2014년 유통과 물류산업을 돌아보면 경기 침체의 파생 구조로 인해 가격 파괴 현상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 전반에 걸쳐 나타났다. 가격 파괴 현상은 소비자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싼 가격이라는 것을 말한다. 싼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느냐가 생존의 문제가 된 것이다.

이런 가격 파괴 현상은 좋은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악순환을 낳게 되었다. 오프라인을 운영하는 유통회사는 온라인 쇼핑에 대응하기 위해 자신의 본업이 아닌 온라인에 집중하게 되었다. 가격 파괴 현상에 온라인 쇼핑회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전 세계에서 가장 싸게 공급하는 온라인 쇼핑몰을 찾아 직접 구매하는 직구가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 있는 모든 것을 가장 싸게 공급하겠다는 아마존이 바로 최고의 경쟁자가 된 것이다. 이런 온라인 집중화로 인해 기존 산업군의 실업률은 증가할 수밖에 없으며, 이 실업률의 증가는 다시 대도시 집중이라는 악순환으로 연결되고 있다.

온라인 집중화는 기회이자 위기
2014년 촉발되기 시작한 온라인 집중화는 물류산업에는 엄청난 기회이면서 위기이기도 하다. 온라인으로의 집중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물류산업이기 때문에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아마존과 같은 초월적 온라인 유통 플랫폼 회사가 온라인 쇼핑의 핵심이 물류임을 알고 물류회사로 탈바꿈하고 있기 때문에 위기가 될 수밖에 없다.

아마존이 추진하는 전략을 수많은 온라인 쇼핑회사들이 벤치마킹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대부분의 유통회사가 물류기업화할 소지가 매우 높다. 우리나라에서도 온라인 유통 강자들이 아마존처럼 물류기업화 하기 위한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물류가 본업인 물류회사들이 설 땅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집중화로 인해 물동량은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정작 물류회사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눈 앞에 차려진 진수성찬이 그림의 떡이 될 수도 있다. 이 떡이 직접 챙겨 먹을 수 있는 떡이 되기 위해서는 물류 역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만 한다.

유통의 물류화라는 거대한 트렌드를 막을 수는 없다. 유통의 물류화로 인해 우리 물류의 거대화도 동시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여진다. 유통의 물류화와 물류의 거대화의 이면에는 파레토 법칙(Pareto’s Law)이 작용하고 있다. 상위 2개사가 전체 시장의 80%를 점유하게 되는 파레토 법칙에 따라 유통과 물류회사도 상위 2개사 되는 것이 목적이라고 보면 2015년은 틀림없는 변곡점의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필자의 새해 칼럼 주제는 물류 리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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