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물류센터 운영…글로벌 네트워크 등 전문성 갖춰

지난해 11월 필리핀을 덮친 초강력 태풍 하이옌은 큰 상처를 남겼다. 6,000여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으며,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 세계 각국에서 구호의 손길이 쏟아졌고, 우리나라도 지원에 나섰다. 해외 구호활동을 벌이는 정부 무상원조 전담기관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KOICA)는 전담 물류업체를 선정해 구호물품 운송을 맡겼다. 그 현장에 범한판토스(대표 배재훈)가 있다.

구호물품의 운송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 현지에 도착해야 하며, 공항과 도로, 항만 등 인프라 파괴 시에도 운송을 책임져야 하는 등 다양한 변수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범한판토스는 2012년 코이카의 전담 물류업체로 선정된 이후 지금 이 순간에도 크고 작은 물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재난구호훈련의 대규모 운송업무가 대표적인 사례다.

범한판토스가 구호물류를 전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전문적인 보관서비스, △우수한 서비스 품질, △풍부한 글로벌 네트워크, △경영진의 강한 의지와 임직원의 헌신으로 정리할 수있다.

 
인천공항센터 내 구호물류센터 운영
범한판토스는 자사의 최대 거점이자 인천국제공항과 가까운 인천공항물류센터를 코이카, 국립중앙의료원(이동식 병원 구축), 중앙119구조본부(구조장비), 한국해외긴급구조대(KDRT)의 해외 긴급구호물자 물류센터로 지정하고, 전담인력을 배치해 긴급구호 시 대응하도록 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위해 물류센터 내 1,200평을 보관 공간으로 할당했으며, 냉장·냉동 화물을 보관할 수 있는 시설도 포함시켰다. 또한 랙 앞에 작업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두어 재포장 등의 작업이 가능하도록 배려했다. 이를 기반으로 범한판토스는 재난 발생 후 코이카에서 연락이 오는 즉시 본사와 인천공항센터에서 직원들이 배송을 위한 작업에 돌입한다.

 
범한판토스는 구호물품의 안전한 보관과 빠른 반출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두고 있다. 특히 바코드 채용으로 철저한 재고 관리를 자랑한다. 물품이 들어오면 우선 박스 안에 어떤 화물이 있는지 사진을 촬영하고, 분류를 위한 별도의 바코드를 개별적으로 부착한다. 바코드는 어떤 제품이 어느 곳에 있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고, 수량파악이 용이하다. 또한 자체 위치정보시스템을 이용해 선적부터 운송 과정 전반에 대한 실시간 정보를 체크하고 있다. 코이카는 범한판토스의 시스템을 이용해 구호품의 종류별 재고 현황과 위치를 파악하고 있으며,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와 경영진의 강한 의지
범한판토스가 코이카에게서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업무 프로세스를 코이카의 특성에 맞도록 최적화에 초점을 두는 등 우수한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재난을 담당하는 코이카에게 범한판토스의 풍부한 글로벌 네트워크는 어느 재해 국가라도 원활하게 운송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으며, 국내가 아닌 해외 코이카 물류센터를 활용하는 삼국 간 운송 업무에서도 장점을 발휘하고 있다. 또한 현지 법인과 본사 직원을 파견해 운송 프로세스를 세심하게 챙기는 것도 높은 평가를 받는 요인이다.

이러한 범한판토스의 적극적인 지원 배경은 경영진의 강한 의지에서 찾을 수 있다. 경영진은 국내 대표 물류기업으로서 수익추구보다 사회적 책임을 다 하기 위해 전사적 차원에서 나설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와함께 현지 재건을 위한 병원·학교 건설자재, 의약품 등 다양한 물품의 운송을 수행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위상을 강화하는데 직간접적으로 기여하겠다는 방침이다.


 
미니 인터뷰 / 나상훈 수석부장(G.C영업1, 2팀), 조영훈 대리(G.C영업2팀)
“인류 보편적 가치 지켜…무한 책임감으로 일해”

범한판토스는 자체적으로 구호물류를 전담하는 조직을 두고 있다. G.C영업조직의 나상훈 수석부장과 조영훈 대리는 평소에는 업무를 처리하고, 재난 발생 시 코이카의 구호품 운송을 책임지는 구호물류 전문가들이다.

구호물류의 특징은 무엇인가?
나상훈 : 일반적인 물류는 정시성이 강조되지만 구호물류는 신속성이 최우선이다. 물류의 개념 자체가 다르다. 정부에서 지원을 결정하는 즉시 신속하게 운송해야 하기 때문에 평소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현지 인프라의 특성을 빨리 파악해 적절한 운송루트를 설정할 수 있을 정도로 네트워크가 탄탄해야 한다.

업무 프로세스가 궁금하다.
조영훈 : 재난이 발생하면 코이카에서 지원 결정을 내린다. 코이카에서 연락을 받는 순간부터 본사와 인천공항물류센터에서 구호물류 업무를 개시한다. 반출할 구호품을 정리해 선박이나 항공기를 띄우고, 재난 지역에 도착하면 통관을 거쳐 필요한 이들에게 공급된다. 이때 현지 운송사를 이용하거나 범한판토스 현지 법인에서 직접 운송한다.

신속한 배송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는가?
나 : 구호품이 인천물류센터로 들어오면 검수를 거친 뒤 1차 패키징 작업을 진행한다. 재난에 대비해 도착 국가와 물량이 정해지면 바로 나갈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구호품의 크기가 제각각이다보니 종류별로 규격화하여 파렛트에 적재하고, 센터 내 구역도 특성별로 구분해놓았다.

지원 결정이 나는 순간 업무가 시작되기 때문에 재난이 발생하면 24시간 준비체제에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필리핀 구호운송의 경우 밤 12시경에 연락을 받았고, 그 즉시 업무를 개시했다. 범한판토스는 최소 24시간에서 48시간 이내에 작업을 완료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군용기로 운송할 땐 다시 리패키징이 진행되며, 이때는 밤샘 작업도 마다하지 않는다.

현지에 본사 직원도 파견한다고 들었다.
조 : 필리핀 지원 당시 현지 법인과 본사에서 3명씩 직원을 파견했는데, 현지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변수를 해결하는 역할도 맡는다. 공항이나 항구의 가용 여부 등 현지 인프라 상황을 세세한 부분까지 챙긴다. 이를테면 크레인이 몇 대가 있는지, 공항에 문제가 있을 땐 가까운 지역의 공항 상황을 파악하는 일이다. 또한 현지 지원인력의 숙소부터 통관 문제 등 변수가 워낙 많아서 챙겨야 할 것들이 많고, 그때마다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보람을 느끼는가?
나 : 범한판토스가 물류기업으로서 재난구호에도 역할을 하고, 이를 통해 브랜드의 가치가 제고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데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에 큰 보람을 느낀다.

조 : 필리핀 때 1개월 간 현지에 체류하면서 업무를 맡았다. 우리가 재난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돕는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낀다. 구호품은 식량 같은 생명과 직결되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무한 책임감을 갖고 임하게 된다. 해외에서 재난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긴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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