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내륙 진출의 ‘견인차’ 역할 기대

한·중 열차페리는 북한이 아닌, 해상을 통한 중국 철도와 연결을 내세운 인터모달시스템의 한 방법이다. 2002년 우리나라와 중국은 열차페리 운영에 대한 협력 약정을 맺고, 2011년에는 부두까지 선정했으나,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큰 진전이 없는 상태다. 그러한 가운데 최근 학계를 중심으로 한·중 열차페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호에 이어 이번 호는 한·중 열차페리의 실현을 위한 기술과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알아본다.

열차페리 부두로 부적합한 항만시설
열차페리 인프라의 핵심은 운송관문인 부두시설이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서승일 본부장은 정부가 한·중 열차페리를 위해 지정한 평택·당진항의 경우 서해의 특성상 조수간만의 차가 평균 5.5m, 최대 9.3m에 달해 기존 램프는 적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 본부장은 해결책으로 부유식 교량을 제시하고 있는데, 바다 위에 대형교량(철도)을 띄운 뒤 부두와 페리선까지 연결하는 것이다. 열차를 페리선 화물창고까지 이동시킨 뒤 포크리프트로 화물을 들어올리고, 열차는 회송한다. 서 본부장은 기존 항만을 대체하는 것은 물론 신규 항만 건설로 인한 과다한 지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해사기술 강영진 위원은 램프의 형태를 직선램프와 잔교를 두고 강재구조와 개방형 단면보(Opened Section Beam) 구조를 갖출 것을 제안했다.

어떤 방식이 효과적인지에 대한 논의를 떠나 현재 평택·당진항은 열차페리를 운영하기에 적합하지 않고, 이를 위해 암벽식이 아닌 특수한 구조의 부두와 접안시설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은 확실한 셈이다.

제도 마련을 위한 준비도 필요하다. 우선 화차 관리를 위한 체계를 꼽을 수 있다. 화차가 국경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파손이나 분실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경우에 따라선 국가 간 분쟁의 소지도 있어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협의체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열차페리의 특성을 고려한 상·하역 기술과 컨테이너 고정을 위한 체결장치, 벌크화물을 위한 표준 용기 등을 개발하는 것과 높은 선박 건조비용도 숙제다.

열차페리를 보는 한·중의 차이
한·중 열차페리에 대한 우리나라와 중국의 시각은 다소 차이가 있다.

일단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2011년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산둥반도 블루경제구 계획’은 옌타이를 한·중 열차페리의 기항지로 옌타이를 지정했는데, 전문가들은 중국이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무원은 최고국가 행정기관으로 경제 발전계획과 국가예산 수립, 집행 등을 담당하는 막강한 권력을 가졌다.

한 전문가에 따르면 당시 2015년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요구하는 구두 하달도 있었다고 한다. 여기에 중국은 이미 열차페리를 운영하고 있어 노하우도 풍부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사실상 추진이 중단된 상황이다. 2006년 대통령 경선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이 열차페리를 제안하면서 급물살을 타는 것처럼 보였지만, 당시 연구기관들은 경제성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고, 카페리사업이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열차페리는 시기상조라는 논란도 있었다. 게다가 기존 물량을 카페리와 근해선사, 열차페리가 나누어야 하는 구조여서 업계의 반발도 심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할 이유는 없었고, 관계 기관의 움직임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한·중 열차페리의 경제성은…
전문가들은 과거와 달리 지금은 한·중 열차페리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시점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노홍승 연구위원은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을 인정하되, 새로운 물량을 창출해서 열차페리를 띄우는 것을 고민할 시기라고 주장했다. 특히 노 위원은 카페리의 주요 운송품목은 컨테이너인데 반해 열차페리는 중량물이나 벌크화물 등이 적합하므로 사업 영역이 겹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최근 연해주에서 출발한 화물이 동해에서 서해까지 한반도 연안을 돌아 산동반도까지 해상 운송되는데,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놓이게 될 동서 철도를 랜드브릿지로 삼을 경우 열차페리의 물동량 창출이 가능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한·중 열차페리를 통한 국내 철도물류의 활성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경부선 등 철도를 통해 각 항만의 물량이 열차페리에 실려 옌타이까지 간다면, 벌크화물에게는 최적의 운송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중 열차페리가 국제 철도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철도와 TSR, TCR과의 연결이 필요하다는데 누구나 공감하지만, 국제 철도를 운영해 본 경험은 사실상 전무하다. 한·중 열차페리가 실현되면, 우리나라 화차가 중국은 물론 카자흐스탄과 러시아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할 수도 있다.

한·중 열차페리는 하나의 기회
결론적으로 현재 정부는 한·중 열차페리에 대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있었던 철도파업과 민영화 논란으로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국의 해저터널 공사가 어느 정도 진척되면 한·중 열차페리 문제는 수면 위로 떠오를 공산이 크다. 경제성 논리를 떠나 언제까지 북한이 철로를 열어주기만을 기다려야 하느냐는 주장이 힘을 더할 것이다.

물론 당장 한·중 열차페리의 성공을 논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기회는 열려있고, 그 기회가 우리 철도, 나아가 물류산업에 있어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 가능성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Q : 한·중 열차페리에 대한 연구는 어느 정도까지 와 있나?
A : 현재로서는 한·중 열차페리의 필요성이 제기된 상황이며, 아직 한·중 열차페리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진행된 시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한국교통연구원과 같은 국책연구소들이 모여 한·중 인터모달연구회를 만들었고, 최근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연구를 통해 국가발전 차원에서 검토를 하고, 건의를 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지난번 국회에서 개최한 정책토론회도 같은 맥락이다.

Q : 한·중 열차페리에 관심을 두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 중국의 산업단지가 내륙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것은 세계 경제의 한 축이 이동하는 것과 같으며, 새로운 물동량의 창출을 의미한다. 그동안 배에서 화물을 내려 트럭으로 공장까지 운송했다면, 앞으로는 내륙공장까지 고속철도를 통해 수천 킬로미터를 들어간다. 중국이 고속철도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다. 즉, Ship To Road(해상-육상)에서 Ship To Train(해상-철송)으로 전환하는 시점이다.
중국과 교역량이 많은 우리나라로서는 북한이 철로를 개방할 때까지 기다리느냐, Ship To Train을 받아들여야 하느냐의 문제이고, 시대적 요구일 수 있다. 또 열차페리는 우리 열차를 중국 내륙과 카자흐스탄이나 러시아까지 바로 보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가 중국 무역에서 항공과 해상에 운송 채널을 하나 더한다는 차원에서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Q : 한·중 열차페리에 대한 향후 추진 연구 일정은?
A : 한·중 인터모달연구회는 옌타이시와 접촉하고, 정책토론회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에도 직접 옌타이에 가서 현지를 둘러보고 왔다.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이점이 나오면 이를 건의할 것이고, 그때 정부가 타당성 조사에 나설 것이다. 그 결과가 긍정적이라면 정부와 정부 간 협상이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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