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본입찰 참여 희박, 포스코와 CJ 2파전 가능성 높아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금호터미널 매각방식이 분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로서 대한통운 인수전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분리 결정으로 일정이 다소 늦춰진 탓에 대한통운의 새 주인은 다음 달에나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이달 13일까지 최종 입찰을 받아 16일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도록 되어있지만 금호터미널의 분리매각 문제를 두고 인수 참여사와 매각 주체 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바람에 일정이 틀어졌다. 매각주간사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빠르면 6월말, 늦어도 7월에는 이번 인수 건이 마무리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태풍의 핵으로 떠오른 금호터미널
 대한통운 인수 일정이 늦어지게 된 배경은 지난달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이는 금호그룹이 대한통운과 같이 매각되는 자회사인 금호리조트와 금호터미널, 아시아나공항개발, 아스공항을 다시 매입할 수 있는 길을 여는 것이다. 금호그룹은 금호리조트를 제외한 나머지 3개 자회사를 매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금호그룹은 고속버스사업을 위해 버스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는 금호터미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이 같은 금호의 계획에 반대 입장을 표시하고 나선 기업은 롯데였다. 롯데는 금호터미널을 일괄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포스코와 CJ가 반대입장을 나타내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논란으로 일정이 미뤄졌다.
 금호터미널은 전국 7곳에 버스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는데, 유동인구가 많은데다 유통업을 전개하는데도 큰 무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광주터미널은 대형 서점과 극장, 쇼핑몰 등이 입점해있는 유스퀘어라는 복합문화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롯데입장에서 금호터미널은 물류시설은 물론 대형 상권을 동시에 확보하여 유통채널을 늘릴 수 있는 매력적인 ‘상품’이었다.
 반면 포스코와 CJ는 롯데의 일괄매각과는 달리 분리매각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포스코는 당초 물류부문만 필요했기 때문에 금호터미널이 굳이 필요하지 않았다. CJ 역시 분리매각을 원했다. CJ는 대한통운과 사업부문이 겹치는 것이 많아 인수하더라도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어 물류부문만 가져가겠다는 방침이었다. 두 기업은 금호터미널이 분리매각될 경우 인수가격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관련 기업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예정된 일정은 점점 늦춰졌다. 인수전 분위기는 초반과 달리 소강상태에 들어갔고 답보 상황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그러자 지난 11일 대한통운 대주주와 매각주간사는 회의를 갖고 금호터미널을 분리매각으로 가닥을 잡았다.

분리매각 결정으로 포스코·CJ 힘 얻어
[롯데·포스코·CJ 득과 실] 분리매각 문제가 마무리됨에 따라 이제 본격적인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3개 기업은 남은 기간 동안 본입찰에 참여할 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포스코와 CJ는 본입찰 참여가 확실하지만 롯데의 참여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롯데는 이번 결정에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롯데의 인수포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통공룡인 롯데입장에서 터미널 상권을 가진 금호터미널이 빠지면서 대한통운에 대한 매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롯데가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포스코와 CJ가 대한통운의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 물류산업으로 시너지효과를 거두겠다는 방침과는 달리 본래 목적이 자회사 인수로 인한 유통채널 확보였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롯데가 이대로 대한통운의 인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물류자회사인 롯데로지스틱스에 택배 사업부문이 없어 대한통운을 인수해 택배사업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롯데의 유통망이 택배사로 대한통운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지만 실망한 롯데가 포스코나 CJ만큼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입찰에 참여하더라도 적은 금액을 적어 자진 탈락하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

이번 결정으로 힘을 얻은 쪽은 포스코다. 분리매각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인 포스코는 인수전에서 불편한 부분이었던 금호터미널이 사라지면서 상승무드로 본입찰에 참여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인수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신용등급 하락을 경고했던 해외신용평가사의 입장이 다소 누그러질 가능성도 있어 포스코는 본입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무디즈와 S&P등 신용평가사들은 철강과 관련 없는 기업(대한통운)의 인수가 포스코의 재무상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일부에선 최근 포스코가 M&A에 자주 나서 자금 조달에 여유를 찾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어 무리하지 않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CJ 역시 이번 결정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CJ는 금호터미널을 인수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분리매각을 희망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CJ는 이번 분리매각으로 같은 물류계열 경쟁자인 롯데가 본입찰에 회의적일 것이라는 전망을 반기는 분위기다. 이는 물류기업을 가진 롯데가 인수를 포기할 경우 CJ GLS를 가지고 있는 CJ가 비물류기업인 포스코보다 대한통운 인수에 적임자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포스코와 롯데의 자금력에 밀려 그동안 후순위 이미지에 머물렀으나 이번 기회에 강력한 후보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대한통운과 사업부문이 겹쳐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는 반면 물류를 잘 아는 기업이 대한통운을 인수해야 더 큰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새 주인 윤곽은 7월에 나올 듯
[향후일정] 업계에 따르면 대한통운의 분리매각이 결정되면서 차일피일 미뤄지던 인수 일정이 다시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미 많이 늦어진 탓에 예정됐던 상반기는 넘길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분리매각 결정이 난 대한통운의 자회사들은 5월 중에 금호그룹으로 매각이 가장 유력하다. 매각주간사인 산업은행은 6월 초에 본입찰 안내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따라서 6월 중순에 본입찰을 거쳐 7월에서야 대한통운의 새 주인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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