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주 운송료 지불 관행 바뀌지 않는 한 악순환 계속

지난 10일 200억 원대 유사 경유를 만들어 판 업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화물차 운전자들은 이들로부터 유사경유를 구입했다. 이를 구매한 화물차 운전자들은 주유량을 부풀려 40억 원이 넘는 유가보조금을 부정수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유사경유 불법 제조업자들은 지난 2007년 1월부터 최근까지 경기도 화성시 등지에서 등유와 솔벤트를 섞어 시가 204억 원 상당 유사경유를 판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이들은 화물차 운전자들을 상대로 소형 탱크로리 차량을 이용, 공단지역을 돌며 범행을 저질렀다. 특히 고정 고객 확보를 위해 화물차 운전자들에게는 실제 주유량보다 부풀린 금액으로 신용카드 매출전표를 작성해주고 차액만큼은 돈으로 돌려주는 카드깡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로 인해 화물차 운전자들은 부풀린 금액으로 유가보조금을 청구해 리터당 334.97원을 부당으로 수급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차 운전자들이 이처럼 불법적으로 수령한 유가보조금만 해도 40억 원이 훨씬 넘는 것이다.

지난해 10월에만 924명 적발… 끊이지 않아

지난해 화물차 운전자들에게 지급된 유가보조금은 1조 4,000억 원에 이른다. 화물차 운송업자가 37만 명 수준임을 감안했을 때 한 명당 약 350만 원의 보조금을 받은 셈이다.
연도별 지급규모를 보면 2001년에는 347억 원 이었으나 2004년에는 3,483억 원으로 늘어났고, 2007년에는 1조 2,912억 원, 2009년에는 1조 4,000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국토해양부가 유가보조금 부정수급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월에만 적발된 화물차 운전자는 924명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국토부는 부정수급 한 화물차 운전자들은 이보다 더 광범위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혀 문제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됐다.
유가보조금 제도는 지난 2001년 정부의 에너지 세제개편과 더불어 급격히 인상되는 유류비에 의한 화물차 운전자들의 추가 부담을 보전해 주기위해 마련된 제도다. 정부의 이런 취지와 달리 이를 역이용해 국민의 혈세를 갉아먹으려는 행위는 끊이지 않고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날이 갈수록 수법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화물차 한 대를 동시간대 다른 주유소에서 2~3개 카드로 주유한 황당한 경우가 있는 반면 최근 카드깡은 기본이 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 역시 “유류구매카드 사용 의무화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부정수급 방법도 다양해져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다”며 “카드깡 외에도 다른 방식의 부정수급도 만연하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타 부처와 함께 부정수급 모니터링시스템을 통해 조사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가장 많은 유형은 ‘카드깡’… 우려가 현실로 

정부는 지난해 5월 1일부터 사업용 버스·화물차 운송사업자에게 지급되는 유가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유류구매카드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후로 유가보조금을 부정수급 받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카드깡으로 바뀌었다. 실제 10만 원어치 주유하고 20만 원 결재한 후 10만 원을 현금으로 돌려받는 식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유류구매카드 의무화제도가 시행되면 많은 문제점들이 야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었다. 최근 여러 유형을 살펴보면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것들이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최근 유가보조금을 부정수급 한 화물차 운전자는 “국토해양부와 은행 간 협약에 따라 발급된 화물운전자 복지카드를 사용해 주유하면 별도 확인절차 없이 유가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만큼 카드깡 등으로 손쉽게 유가보조금을 횡령할 수 있어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가보조금 포함된 운송료 지불이 문제?

한편 일부 화물차 운전자들은 유가보조금이 국민의 혈세임을 알면서도 낮아진 운송료로 인해 부정수급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고 말한다.
유가인상분에 대한 화물차 운전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국민의 혈세로 지원해주는 유가보조금을 일부 화주들은 운송료에 포함시켜 측정, 오히려 실제 운송료는 과거에 비해 더 낮아졌다는 것이다. 과거 화물차 운전자들이 100원의 운송료를 받고 유가보조금으로 5원을 받았다면 현재 화주는 화물차운전자들이 유가보조금으로 5원을 받으니 운송료는 95원 만 주겠다는 식이다. 그러니 운전자들은 5원의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
여기에 유가는 지속 상승하는데 반해 실제 이를 고려하고 운송료를 올려줘야 할 화주들은 요지부동이니 다른 방식으로라도 수입구조를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한 화물차주 관계자는 “화물차 운전자들에게 유가보조금은 꼭 필요한 정부 지원책 중 하나”라며 “하지만 이런 제도조차도 약자의 것을 빼앗아 자신들의 배를 채우려는 화주사들로 인해 화물차 운전자들이 나쁜 생각을 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라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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