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 8일 만에 정상화…남긴 과제와 의미

임금인상, 해고자 복직과 전임자 유지 등을 요구하며 지난 11월 26일 전면 파업에 돌입했던 철도노조가 12월 3일 파업철회를 선언했다. 그로 인해 약 8일 간 열차의 운행차질로 인한 피해로 애를 끓였던 컨테이너 철도운송 서비스 제공 물류기업들 역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철도노조와 철도공사 간 갈등의 불씨가 완벽히 꺼지지 않은 상태다. 노조는 파업을 철회하면서 공사 측에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한편 교섭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3차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철도공사 측은 국민을 볼모로 파업을 벌이는 노조 측이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더 이상의 파업이 없다는 것을 선언해야만 교섭에 응하겠다고 나섰다.
철도노조 파업으로 인해 많은 물류업체들이 곤혹에 빠졌었다. 이번 철도노조 파업이 물류산업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으며 남긴 과제는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파업 발단 계기와 과제

이번 철도노조의 파업 발단은 임금인상, 해고자 복직, 전임자 유지 등의 철도노조 요구를 공사 측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하면서부터다.
이에 철도노조 측은 11월 26일 04시부로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다행히 8일 만에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번 파업으로 철도공사 측이 입은 영업 손실은 약 90억 원에 이른다. 여객과 화물 매출이 줄어듦은 물론 대체 인력 투입이 불가피했기 때문. 2002년 이후 노조의 반복된 파업으로 철도공사는 약 450억 원 가량의 손실을 봤다. 올해만도 벌써 4번째다.
하지만 이 손실액에는 물류업체들의 피해액은 포함되지 않았다. 물류업체들의 피해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고객과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 물류업체들로서는 그 신뢰를 깨트리지 않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해야만 했다. 이런 물류업계의 피해액은 집계되지 않았다.
철도공사 측은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액만큼을 노조 측에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물류업체들은 누구에게 피해액을 보상받을 수 있을까.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물류업체들의 애로사항은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한 순간 축구공이 된 물류업계

이번 철도파업으로 인해 물류업체들은 수출입 산업에 치명적 악영향은 물론 납기지연에 따른 국제 신인도 하락, 고객신뢰로 저하, 대체 필요차량 확보 시 운임손실 등의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있지 않다. 더 큰 문제는 물류업체들의 사정은 이렇게 시급하고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철도공사를 비롯해 누구하나 물류업체들의 이런 고충을 헤아리는 이들이 없다는데 있다.
이번 파업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한 물류업체 관계자는 물류업체들을 축구공에 비유했다.
하루에도 수십 번도 더 전화를 걸어 쌍욕을 해대는 화주와 최대 고객임에도 불구하고 공문한통으로 알아서 해결책을 찾으라고 통보한 철도공사, 매년 지속되는 파업에 현실적인 대책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해도 달라지지 않는 정부에 물류업체들만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는 꼴이라는 것이다.
세상을 실제로 움직이게 하는 것은 물류업체들이다. 물류가 없다면 세상도 원활히 돌아가지 않는다. 그 만큼 물류산업은 경제에서 중요하다. 그렇지만 지금의 물류업체들은 길거리에 있는 샌드백에 불과하다. 때리면 아프지 않은 이는 없다. 매번 맞아 아프면서도 다시 올라와 때리라고 내미는 것이 꼭 샌드백과 닮은꼴인 것이다. 칼자루는 물류업체들이 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구에게든 매번 고개 숙인다. 칼날이 없기 때문이다.

철도를 활용한 녹색물류에 브레이크 걸리나

정부는 지난 5월 8일 이명박 대통령,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등 관계부처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민·관 합동회의를 개최, 물류분야를 포함한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확정·발표한 적이 있다.
이 때 물류산업 선진화방안 핵심사항 중 하나가 바로 녹색물류를 통한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중심에 철도가 있었다. 정부역시 철도와 연안해운의 수송분담율 제고를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철도공사 역시 지난 8월 ‘세계 1등 국민철도’란 비전을 선포하고 구체적 실천방안으로 녹색철도 성장전략을 발표했다. 그 안에는 철도물류 수송 분담률을 2배 향상(6.9%→15%)시킴과 철도로의 모달 시프트(Modal Shift)를 추진, 국방 및 조달물자 철도수송을 확대한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물론 이러한 철도공사의 노력에 물류업체들도 좋은 호응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고객사가 원하는 시간대에 목적지까지 직통으로 운행되는 ‘블록트레인(Block Train, 고객맞춤형 직통 컨테이너 열차로 일종의 화물운송을 위한 전세열차)’의 경우 인기가 높았다. 철도의 정시성, 안전성, 대량성 등의 장점이 집약된 신개념으로 수출입 컨테이너 수송에 매우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철도공사의 노력은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있다.
에너지 및 이산화탄소 배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철도를 선택했던 물류업체들이 수차례 반복된 파업으로 인해 다른 방안을 고려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 물류업체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경우 녹색물류 실현 등을 위해 철도를 미래 신성장 동력 삼고 철도로의 전환수송을 점차 늘릴 계획이었으나 수차례 이어진 파업에 따른 불안감으로 다시 검토해야 할 상황”이라며 “철도이용의 최대 고객인 물류업체들을 위한 철도공사 측의 현실적인 대안이 없는 한 불안감은 떨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목적없는 싸움은 없다. 그에 따른 피해자들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국가 경제발전을 위해 밤을 세워가며 일하는 모든 물류업체와 물류인들이 피해는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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