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택배 기린아 이젠택배, 끝내 부도 후 破産

고질적 과당경쟁 및 영업소 신뢰부실이 主 원인
 

   

2005년 내내 국내 택배시장의 발목을 잡으면서 골치거리로 자리했던 저단가 경쟁 폐해가 드디어 시장에 현실로 나타남에 따라 향후 업계 재편 속도를 가속화 시킬 것으 로 전망된다.

이번 폐해는 이미 여러 관계자들이 경고했었으며, 예견되었던 일로 택배시장 저가운임 경쟁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사태의 이면을 살펴보면 곪을 대로 곪았던 종기가 일부에서부터 터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한  전체 시장 관계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사건으로 자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택배시장은 전국적인 택배 네트워크를 갖춘 메이저사와 중견 택배사, 그리고 하위 그룹을 형성하는 택배그룹이 시장을 절묘하게 분할해 영업하고 있다. 특히 규제완화로 지난 2004년부터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한 중소택배사가 하반기부터 시장에 영향을 확대하기 시작하면서 물량공세와 가격경쟁은 2005년 시장의 화두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한편 이렇게 시작된 시장에서의 저단가를 빌미로 한 물동량 확보 경쟁은 한 동안 예의주시 하던 메이저사들에게 옮겨 붙기 시작해 2005년 국내 택배시장은 저가운임을 무기로 한 대대적인 가격경쟁이 심화됐던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하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현장 서비스맨 들과 영세 영업소, 또 시장상황과는 전혀 무관한 각 사 허브 터미널 분류작업자 및 택배화물 간선 운영사업자들이 고스란히 떠 안는 결과로 나타나는 등의 부작용을 가져왔다. 또한 마지막으로 최대 피해자들은 최종 소비자들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첫 피해 업체 주인공은 다름 아닌 중소 택배시장의 기린아로 불리며, 출범한지 6개월 만에 일 물동량 6만개를 넘어서며 시장공략에 나섰던 이젠택배(구 KGB특급택배, 회장: 이미라, 대표이사: 김영중)다. 하지만 이젠택배의 경우 올해 하반기 사명을 바꾸면서부터 시장에서 꾸준히 다양한 소문의 근거지로 작용했고, 끝내 12월 초 부도라는 결과를 낳았으며, 그 파급효과는 이젠택배와 연관된 관계자들에게 상상외의 후 폭풍을 만들어 내고 있다.

2004년 3월 의욕적으로 출발했던 이젠택배는 부도를 내기 전까지만 해도 전국 150여개 지점을 갖추고,경기도 용인과 충청북도 옥천 등지에 자체적인 택배 분류터미널을 운영하며 시장 장악력을 높여 왔다. 특히 이젠택배는 상호변경 전인 KGB특급택배 브랜드 명으로 탄탄한 조직력과 일관된 서비스로 시장을 확대해 왔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KGB 브랜드로 인한 각종 소송에도 불구하고 일부의 흔들림도 없이 안정된 서비스를 제공해 왔었다.

하지만 사명을 바꾸면서 일부 경영상의 미숙함을 보이며, 조직이 흔들리기 시작했으며, 저 단가로 인해 수익률이 급격히 악화 되면서 급기야는 옥천 허브터미널 작업자들의 작업료 지급이 어려워 지난 11월 몇 차례 분류작업이 멈추는 등의 파행운영을 맞게 된다. 이어서 각 각의 허브터미널 간선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몇 달간의 간선차량 운영비지급이 미뤄지면서 간선운영에도 차질을 빚게 되고, 급기야 전국 영업소 이탈과 운영비 조달이 어려워져 택배서비스 정상 기능을 상실하기 이르렀다.

취재 결과 현재 이젠택배 상황은 서비스의 근간을 이뤘던 전국 영업소 네트워크가 뿔뿔이 흩어져 기존 택배사들에게 흡수 합병되거나 영업소 폐쇄가 줄을 잇고 있다. 또한 일반 고객들의 상품 집하와 배송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이젠택배 본사가 자리했던 용인터미널 근무 직원들은 밀린 임금도 지급 받지 못한 채 이미 지난 12월 모두 퇴사해 현재 터미널 운영은 옐로우 캡 택배가 인수해 운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옥천 허브 분류터미널 역시 그대로 방치되어 있으며, 채권자들의 가압류가 조만간 이루어질 전망이어서 서비스 재개는 물론 회생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옥천터미널의 경우 정상운영 시 기존 고객들에게 배송을 의뢰 받은 각종 제품이 회손 된 채 산더미처럼 방치되어 있으며, 각종 게시판에는 고객들의 배송 될 상품의뢰 문의 및 불만이 가중되고 있지만 아무도 사후 관리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 이젠택배의 시장 퇴출 배경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고질적인 시장의 과당경쟁과 전국 각지의 영업소와의 신뢰관계가 무너지면서 나타난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중견 택배사의 한 관계자는 "이미 시장에서 운임을 매개로 한 과당 경쟁은 중견택배사 뿐만 아니라 메이저 택배사들에게 까지 그 영향이 미치고 있다"고 말하고, "2006년 시장에서도 현재와 같은 과당 경쟁이 계속된다면 아주 작은 악재만으로도 한 순간에 시장 퇴출이 가능하다"고 경고 했다. 특히 이번 이젠택배의 경우 영업소들이 KGB라는 브랜드로 끈끈한 네트워크를 이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사명을 바꾸면서 사소한 소문이 본사와의 끈을 놓게 된 만큼 우리 시장의 취약성을 그대로 노출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저가 운임으로 인한 수익률 악화가 극에 달하고, 이로 인해 서비스의 근간을 이루는 영업소와 본사간의 관계가 불신을 거듭하면서 어느 택배사든 폐업이 가능한 시나리오임을 암시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택배 전문가들은 "진입장벽 없이 누구나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이 바로 택배시장인 만큼 이제라도 일정한 진입장벽을 통해 검증할 수 있는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할 시점"이라고 말하고, "최소 150개 영업소에 딸린 수많은 일자리와 일반 지입 간선 차량 운전자, 100명의 야간 택배터미널 분류자 등 이 일거에 일자리를 잃고, 자금이 묶이면서 고통을 받는 등의 피해가 확대될 수 있는 만큼 대책마련도 시급한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각 사 관계자들은 향후 사태를 조심스럽게 주목하고 있다. 이젠택배의 부도사태가 언제든 자사 목을 겨누는 칼날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각은 메이저사 및 중견 택배사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아무리 큰 대형 택배사라 하더라도 일순간 조직을 와해 시킬 수 있는 만큼 대책 마련에 나설 수 밖에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언제라도 집하 및 배송이 멈출 수 있고, 화물연대 파업과는 차원이 다른 사회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보여 지금이라도 재발 방지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결과는 이미 예견된 만큼 2006년 시장에서 언제든지 재발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각 사와 더불어 일반 소비자들과 밀접한 서비스산업으로 자리한 시장에 대한 정부 관계자들의 대안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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