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묵묵히 할 수 있는 택배! 내 성격에 딱 맞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말없이 자신의 일에 충실한 사람은 아름답다. 특히 원활한 물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열과 성의를 다하고 있는 물류현장 속 주인공들을 만나,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숨소리를 듣는 작업만큼 가슴 뜨겁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시침, 분침, 초침으로 구성된 시계. 그 중 초침이 쉼 없이 돌고 돌아 분침, 시침을 돌아가게 하는 것과 같이 물류 현장 속에서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이들이 굵은 땀을 흘리고 있기에 우리들의 물류가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본지는 물류현장 근무자들의 하루를 밀착 취재, 그들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작아 보이는, 그러나 위대한 그들의 하루를 생생히 전하고자 한다.
먼저 일반 소비자들이 항상 접하고 있는 물류인들인 택배 배송사원을 만나 그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그 첫 번째 주인공으로 옐로우캡 수원시 영통구 지역을 총괄 담당하고 있는 박위성 소장을 지난 14일 만나 한 택배인의 삶을 엿보았다.

“내가 안 서둘면 벗이 고생“

박위성 소장의 하루는 일반인들이 출근길에 오르기 시작하는 평균 시간대인 오전 7시 30분부터 시작됐다.

   
▲ 옐로우캡 수원시 영통구를 총괄담당하고 있는 박위성 소장.

‘오늘도 무사히’라는 가족들의 배웅을 받고 그가 7시 반에 도착한 곳은 옐로우캡 수원 터미널. 이곳에서 박위성 소장과 첫 대면을 했다.
차 한 잔 마시기 무섭게 일어선 그는 어느새 전날 픽업된 물품들이 각 해당지역으로 분리되어지는 컨베이어 옆에 위치해 있었다. 이곳에서 그의 첫 일과는 시작됐다.
옐로우캡 수원터미널에는 아직 자동화 분류시스템이 도입되어 있지 않은 관계로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지역으로 배송될 상품들이 컨베이어를 타고 이동할 때 수작업으로 걸러내야 했기 때문이다. 컨베이어를 타고 신속히 이동하는 상품을 골라내는 그의 손놀림에서는 그 동안 쌓인 노하우가 물씬 풍겨져 나왔다.
우리는 상품 분류가 끝나고 나서야 통성명을 할 수 있었다. 첫 대면인데 너무 빨리 자리를 떠서 당황스러웠다는 농담어린 말에 그는 “기자님 얼굴이 너무 못 생겨서 같이 있기 싫더라고요.”며 농담을 건넨 뒤, “제가 배송해야 할 상품을 빠르게 처리하지 못하면 다른 배송사원들이 내 몫까지 일하게 되니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내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으며, 그의 성품을 살짝이나마 엿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 옐로우캡 배송사원들의 하루는 07시 30분, 택배 분류작업부터 시작된다.

머릿속에 담긴 상세지도

짧은 통성명 직 후 그는 자신의 1톤 차량 앞에 수북하게 쌓인 상품들을 차량에 실었다.
대략 눈으로 봤을 때 한 100여개가 되는 작고 큰 화물들이 놓여 있었는데, 얼핏 보니  앞에 놓인 순서대로 차량 깊숙이 싣고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상품을 하나하나 살핀 후 가장 마지막에 배송될 상품을 먼저 싣고 있었다. 송장에 붙은 주소만을 보고 자신이 하루 동안 이동하게 될 지역들을 출발점부터 최종 도착점까지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것이다.

   
▲ 주소를 보고 배송순서를 머리 속에 그리며 물품을 싣고 있다.
차량 앞에는 핸드폰부터 고추포대까지 가지각색의 화물들과 각종 크기의 물건들이 집결되어 있었다. 사람크기 만한 일곱 자루의 고추포대를 비롯해 약 100여개의 상품들이 1톤 차량에 다 실어질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배송해야할 상품들은 많았으나, 박위성 소장은 장난감 레고블럭을 쌓듯 차곡차곡 상품들을 쌓아나갔다.
짐을 다 싣고 난 뒤 박위성 소장은 이동하기 전 최종적인 송장 정리를 마친 후 자신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보다 빨리 배송해 주어야 한다고 빨리 탑승할 것을 강요(?)했다.

두 아이의 아빠이자 한 가정의 가장

차에 오르고 난 뒤 시계를 보니 오전 10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 시간대가 바로 배송을 시작하는 평균시간대. 어제 밤 내린 비 때문이었을까? 시원한 바람과 맑은 하늘이 우리의 동행 길을 밝게 맞아주는 듯 했다.

   
▲ 차량 탑승 전 두 손을 불끈쥐고 오늘 하루도 활기차게 보낼 것을 다짐하고 있는 박위성소장.
차량이 출발하고 나서야 우리는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박 소장이 택배업계 처음 발을 내디딘 것은 약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업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부터 틈틈이 이삿짐을 옮기는 등 남들보다 일찍 사회에 뛰어들었다. 그 후 도시가스공사 등을 거쳐 다시 이삿짐업체에서 근무하다 4년 전 택배업계에 뛰어들었다.
택배 배송사원이란 직업이 굉장히 힘들다고 정평이 나있는데 실제로는 어떠냐는 질문에 박 소장은 한 달 전에 둘째 아이가 태어났다는 엉뚱한 대답을 했다. 내가 갑작스런 답변에 당황한 표정을 내 비추자 그는 미소를 띠며 “한 아이의 아빠도 아니고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으니 아무리 힘들어도 더 열심히 해야 하잖아요”라고 말했다.
   
▲ 두 아이를 생각하면 힘든 것도 잊어버린 다는 박위성 소장.
가족들의 보다 편안한 삶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가며 가족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는 우리들의 아버지의 모습을 그 역시 지니고 있었다.

5분도 안되는 정차에 주차딱지는 좀....

짧은 대화가 오가는 동안 어느새 첫 배송지에 도착을 했다.
도로 한편에 차를 세우고 시동을 끈 뒤 그가 내리기 시작한 짐은 사람보다 큰 고추포대였다. 그를 도와 고추포대를 들고 3층까지 짐을 옮겼다. 큰 덩치에 비해서는 가벼운 중량이었지만 3층까지 오르락내리락 해서 그런지 이마에 땀이 났다.
고추포대를 다 내리고 소비자에게 전달하기까지는 약 5분의 시간이 소요됐다. 기자가 도와주지 않았다 하더라도 채 10분도 소요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 후에도 마찬가지로 그가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상품을 픽업, 배송하는데 소요된 시간은 평균 5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틀 전에 주정차딱지를 받았다고 한다.
점심 후, 그에게는 단 십 분의 여유도 허용되지 않았다. 정말 바쁠 때는 차안에서 김밥이나 빵을 먹는 날도 많다는 것이 그의 얘기. 점심을 먹은 뒤에는 가정집을 중심으로 배송이 이루어졌으며, 배송할 집들이 150m 간격으로 이어져 있어 차에 탔다가 잠시 이동하고 또 내리고를 아주 짧은 시간동안 반복됐다. 골목골목을 찾아다니며 배송을 마친 후 큰 길로 나와 한 200m도 채 가지 않아서 교통통제를 하던 경찰이 차를 세웠다.
박 소장이 창문을 내리자 정중하게 인사를 한 교통경찰은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으니 신분증을 제시해 줄 것을 요구했다. 박 소장은 순순히 신분증을 제시했으며 결국 3만원 상당의 범칙금 딱지를 건네받았다.
박 소장은 “제가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것은 백번이고 천 번이고 잘 못한 일이나 1분도 안되는 거리를 이동한 후 내렸다 탔다를 반복하고, 하나의 상품이라도 더 많이 배송해 주어야 하는 우리들의 입장에서는 안전벨트가 걸림돌로 작용할 때도 있다”며, “자신의 임무에 충실한 교통경찰들도 이해를 하지만 주정차는 물론 안전벨트 미착용 단속 시 택배차량에 대해서는 조금의 선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개월만 버티면 3년은 할 수 있다

택배업종이 하나의 서비스업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소비자들은 3D업종으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최근에는 택배배송사원이 부족한 실정이라는 것이 박위성 소장의 주장이다.
박 소장은 “처음에는 지도를 보고 번지수를 찾아다니느라 하루를 꼬박 세워도 배송을 다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그러나 3일을 버티니 적응이 되기 시작했으며, 3개월을 버티니 어느 정도 지도가 머릿속에 입력되어 일을 빠른 시간 내에 처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 광고를 패러디해 그는 “택배! 3개월만 하면 박위성만큼 한다.”고 말하며, 택배배송이란 직업이 자신의 적성에 잘 맞는다고 덧붙였다. 혼자 묵묵히 어떤 일을 꾸준히 해 성과를 얻어내길 좋아하는 자신의 성격 상 혼자 집중해 할 수 있는 택배란 직업이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나는 1년 내내 산타클로스"

어느새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서서히 어둠이 찾아왔다. 남들은 다 퇴근해서 가족과 함께 오붓하게 둘러앉아 저녁을 먹고 있을 시간인 오후 8시가 가까워오고 있었다.
생각을 해보니 그 시간이면 오전 7시 30분에 출근한 후 12시간도 지나간 시간이었다.
오늘 일부러 기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더 늦게 끝내는 것 아니냐는 농담석인 질문에 박 소장은 평균 하루일과가 마무리 되는 시간이 약 8시 반쯤이라며, 하루에 약 13시간 정도 근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루 종일 동행해보니 정말 힘들게 일하는 것 같다고 말하자 그는 “내가 비록 자는 동안 몰래 선물을 주고만 가는 산타클로스와는 다르게 택배비를 받고 배송을 하고 있지만, 마음만은 산타클로스와 같다”며, 배송할 상품을 전달할 때 ‘수고 많으십니다.’ 등 고객들이 전하는 한마디 한마디에 힘든 것도 잊어버린다고 덧붙인다.

아들 보러 갈 시간이 제일 행복해요

우리가 수원터미널에 최종적으로 도착한 시간은 오후 8시 20분경이었다.
우리는 그날 픽업된 상품들을 터미널 한 곳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하루를 마무리 했다.
일이 마무리가 된 후 그는 전화한통을 받았다. 전화를 건 주인공은 5살 먹은 큰 아들로, “아빠 언제와요?”라는 우렁찬 목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렸다. “곧 들어갈꺼야”라고 짧게 대답하고 통화를 끝낸 후 그는 이제 하루 중에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러 가야겠다고 말했다.

   
▲ 오전 7시 30분 부터 시작된 그의 하루는 저녁 8시 30분쯤 마무리 됐다.
겉으로 표현은 안했지만 검게 그을린 그의 피부와 표정에서 고되었던 하루의 피곤함이 묻어난다.
우리는 그곳에서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운 작별을 했다.
기자는 오늘 박 소장이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향할 때까지 그는 긴 머리를 휘날리며 뛰어가고 있었다.
긴 머리를 휘날리며 뛰어가는 그의 뒷모습 뒤로 힘든 가운데도 고객은 물론, 나에게 환하게 지어보이던 그의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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