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우 물류신문 국장

그리스 로마 신화에 페르세우스가 등장한다. 페르세우스는 바람둥이 제우스가 부인인 헤라의 눈을 피하기 위해 황금비로 변해 다나에라는 여자에게 접근하여 낳은, 인간의 몸에서 태어난 신의 아들이다. 페르세우스가 괴물 고르곤 자매 중 하나인 메두사의 머리를 자르러 갈 때 님프들로부터 선물 받은 것이 날개 달린 샌들이다. 이 샌들은 원하는 곳까지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는 순간이동 도구로, 페르세우스가 이 물건을 선물 받은 것은 神의 神인 제우스의 아들이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SF 영화에서 가끔 보게 되고, 고승이나 도사들의 얘기에서나 등장하는 것이 순간이동. 순간이동이라는 꿈의 기술을 과학의 힘을 빌려 이루어보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사람이나 사물을 분해, 전송해서 원하는 장소에서 완벽하게 재생해내는 기술인 '텔레포테이션(teleportation)'이 바로 그것으로, 텔레포테이션은 'tele(멀다)'와 'transportaion(수송)'의 합성어다.

과연 텔레포테이션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그리스 로마신화 사이언스>란 책을 쓴 과학자 이정모 씨는 이 책에서 '가능하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텔레포테이션은 문서를 스캔하여 먼 곳에서 정보를 재현하는 팩스기술이 업그레이드 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 다만 보내지는 물체가 스캔과 동시에 파괴되어 사라진다는 것이 차이다. 복사본이 아니라 원본 자체가 재현되는 것이기 때문에 원래 있던 곳의 존재가 파괴되지 않는다면 '하나의 존재가 동시에 다른 장소에 존재할 수 없다'는 대자연의 원칙에 위배된다.
순간이동 기술을 선보이고 있는 영화 <매트릭스>에서는 한 사람이 동시에 다른 장소에 존재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순간이동 되어 복제된 사람은 가상의 존재라 해야 할 것이다.
텔레포테이션 기술에서는 원래 있던 자리의 물체는 사라지고 스캔 된 그 물체의 정보가 원하는 곳으로 순간 이동하게 된다. 원하는 곳에 도착한 정보에 따라 그 물체를 구성하는 분자들을 현지에서 조달, 재 조합하면 되는 것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물체의 구성 분자들은 지구 어느 곳에나 있게 마련이어서, 정보만 제대로 전달되면 필요한 분자들의 현지조달에는 문제가 없다.
요는 그 정보를 어떻게 이동시킬 것이냐 하는 것이다. 사람 몸이 지닌 모든 정보를 계산해 본 결과 10의 22승 GB(기가바이트)에 이른다고 한다. 이를 담는 데 필요한 하드디스크 수가 100GB 짜리로 10의 20승 개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문제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이 해결해 줄 수 있지 않겠는가.

이러한 텔레포테이션을 'e-SCM'의 확장된 개념으로 이해한다면 지나칠 지 모르겠다.
어떻든 델레포테이션 기술이 구현되는 날 물류는 완벽하게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일단 전통적 물류범주에 있는 보관, 수송의 프로세스가 사라지게 되고, 이에 종사하던 업종자체가 지구상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환경문제나 회수의 문제 등도 해결된다.
그 때가 되면 사람들은 무엇을 할까? 최근 '이것이 아니면 살 수 없을 것'처럼 회자되는 '지식산업'에만 매달리게 될까? 어떤 형태로든 발전은 좋다. 하지만 발전의 주체인 인간의 내부에 '자기중심적 욕망'이 척결되지 않고서는 어떤 발전도 행복을 보장해주지 못할 것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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