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개발에 힘써야 할 때다

박명규 힐스로지스틱 대표이사 / ceo@hillslogistic.com

다사다난 했던 2004년도에 이어 새롭게 맞이하는 희망찬 새해 2005년엔 불투명한 경기전망으로 인하여 걱정되는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위축되고 있는 물류설비 시장의 상황도 예외는 아닌 듯 하다.
일부 수익성이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하고 있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선진정보시스템 연계를 통한 선진물류설비 도입을 계획했던 많은 기업들이 대거 투자계획을 축소하거나 유보 내지는 취소하는 사례가 많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도약하는 물류 시장의 얼굴과 대비 되는, 물류설비 시장의 또 다른 이면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그러나, 선진국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낙후된 국내 물류 설비시장의 투자는 그렇게 마음 놓고 미룰 수 있는 바가 아니기에 여기 물류기기 시장에 대한 동향을 살피고 진단해 본다.

기술개발에 힘써야 할 때

국내에는 각가지 분야에서 장족의 발전을 이루어가는 데 비해 첨단 핵심 물류 기술에 대한 계획 수립이 미비하고, 이와 결부된 업체의 기술개발 동향 파악 및 지원이 미비한 실정이다. 특히, 지게차, 파렛트, 컨테이너 등 물류기기.장비의 국내 기술개발 수준은 어느 정도 높으나 자동인식, 자동피킹, 자동소팅 등 자동화기술과 AGV, 무인지게차 등 무인고도장비의 핵심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5년 정도 뒤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기업의 수요와 장래성이 있는 분야를 포장, 하역, 환적, 보관 등으로 구분, 대상기술을 선정하고 이의 개발을 위해 민간부문과 정부가 힘을 모아야 될 것이다. 개발 대상기술로는 포장기기로는 충전기, 결속기, 열접기(Heat Seal)를, 선적과 하역장비로는 캔트리크레인, 리프트, 팔렛타이저, 자동화터미널 등을, 또 환적장비로는 Megahub, Transmann Handling Machine, Double Stack Trailer System 등을, 또한 보관장비로는 자동화창고, 컨베이어, 팔렛트 랙, 스태커 크레인 등을 생각할 수 있겠다.

인프라 구축.운영 이원화 확산

그 동안 우리나라는 자체적인 물류센터 인프라 구축이 정석으로 되어 왔다. 그러나 생산시장과 소비시장의 분화와 글로벌 경제의 가속화로 다거점 물류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지고 가는 TPL업체로서는 아무래도 물류 인프라를 전문적으로 개발, 임대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외국계 투자회사와의 연합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외국계 물류 인프라 투자기업들에 의한 하드웨어 투자가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도 다분히 존재한다고 본다.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물류기술에 대한 투자는 아무래도 대기업 위주로 진행되리라고 예견된다. 대기업들은 물류센터 투자에 대한 ROI 회수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반면, 자금력이 열악한 중소기업들은 이미 구축되어 있는 물류센터에 대한 공용인프라를 이용함으로써 투자 부담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IT기술 적용 물류센터 대거 등장

또한, 저임금 시장인 중국이나 베트남 같은 동남아로 이동해 가기 힘든 비지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특성을 가진 기업들은 날로 높아져 가는 인건비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선진화된 운영기법을 적용한 물류센터와 고효율 IT기술을 활용한 물류센터 운영에 관심이 고조되어 갈 것이라고 판단된다. 또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도 현지화하기 어려운 물류기술들을 국내 파트너들과 함께 동반진출하여 구축해 갈 것이라고 판단된다.

보관형 물류센터로의 패턴 변화

우리나라도 이젠 바야흐로 글로벌 경제의 주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일부 재고의 확보가 필수적이었던 특수업종을 제외하고는 Local Market으로서의 특징을 반영한 통과형 물류센터가 주종을 이루던 이제까지와는 달리, 이젠 바야흐로 보관형 물류센터가 대거 등장하리라 생각된다.
이는 물류센터에서 사용하는 물류기기의 패턴에도 대거 변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아직은 과도기이기 때문에 통과형 물류센터에서 주로 사용하는 고속 분류장비, 상시 이동장비와 더불어 보관형 물류센터에서 사용하는 각종 보관설비와 입출고장비는 지속적인 수요 유지와 기능 업그레이드가 요구되리라고 생각된다. 머지않은 장래엔 유럽형 대형 물류센터의 등장도 예견된다.

핵심기술 연계 파트너쉽 강화해야

중국시장과의 교역 확대로 인해 중화물의 조업을 가능하게 하는 항만 상하역장비인 Heavy Crane과 공항시설의 항공화물 자동물류장비도 매우 중요한 분야가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분야엔 작은 화물을 빠른 속도로 다루던 시절에 앞선 기술로 우리나라 시장을 대거 잠식한 일본기업들이 형성했던 시장판도와는 달리 느리지만 큰 화물을 이동시키는 유럽형 물류기술이 대거 물류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으로 예견된다. 이에 외국의 핵심기술개발과 연계된 상호 파트너쉽의 형성이 매우 중요하리라고 판단된다.
또한, RFID와 같은 새로운 기술과 접목된 물류기기의 개발과 기술접목을 통한 진화형 하드웨어의 등장에 대비함이 좋을 듯 싶다.
시장이 변하고 있다. 또 기회가 확대되는 만큼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므로 한때 일본기술이 낙후된 우리 물류기기 시장을 발판으로 성장해온 것과 같이, 이제 우리도 중국이라는 아직 개척되지 않은 거대한 대륙의 물류시장을 바라보면서 이 위축된 내수 시장의 난관을 뚫고 나아감이 좋을 듯 싶다. 중국, 일본, 한국은 선의의 경쟁자이면서, 또한 고객과 공급자로서의 협력자로 거듭 남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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